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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종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 | [그린경제=장석용 문화비평가] 서울 대학로 중극장 더굿씨어터에서 오픈 런으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는 작품의 탄탄한 연기와 오소독스한 묘미로 인하여 예상과 달리 날이 갈수록 관객이 증가하면서 대학로 뮤지컬의 성공적 사례로 부각되고 있다.
이 작품은 희극의 사계를 순환시키면서 코미디적 도입부, 로맨스, 순진무구의 아날로지, 아이러니와 풍자, 비극적 움직임을 『담배가게 아가씨』라는 종합선물세트에 채워 넣는다. 소시민의 애환은 모파상의 ‘진주목걸이’처럼 어처구니없는 비극으로 코미디를 낳아왔다.
작년 하늘이 열린 날부터 이 작품은 가동되어 경향 각지에서 숙성의 시간을 가져왔다. 지금의 분위기와 일사불란한 시스템은 제작자의 과단성, 기획자(김인회)의 여유, 믿음을 준 작곡가(지현수), 그리고 현란한 연기력의 배우들의 의기투합에서 나온 것이다.
공중파 코미디가 스키마로 작용, 배우들은 예견된 희극적 발견에 파안대소를 외면하다가 합류한다. 연출가는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며, 사랑의 분절을 꾀하는 훼방꾼이 등장하고, 몰리에르의 훈수를 차용한다. 시련을 거쳐 해피엔딩에 걸친 길엔 즐비한 웃음 장치가 깔린다.
80년대 최고의 인기 포크 락인 송창식 작사, 작곡의 ‘담배가게 아가씨’는 영화 ‘써니’처럼 복고의 물결을 타고 구세대에겐 향수를 자극, 신세대들에겐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로 재구성, 시대감각을 앞서가는 명품으로 탄생되었다.
핍진의 견고한 고리를 보는 듯하다가, 코미디 뮤지컬은 어느새 흥건한 느슨함으로 프롤로그의 이미지와 맞닿아 있다. 주인공의 구원은 별 볼일 없이 보이던 술주정뱅이, 담배가게 아저씨, 아가씨의 아버지에 의해 이루어진다. 예술작품에서 큰 스승들은 주변의 국외자로 흔히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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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종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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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종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 | 『담배가게 아가씨』의 공간은 80년대 서울 변두리 달동네이다. 이곳에서 만들어 지는 판타지는 지독한 현실일수도 있고, 가상의 공간이 될 수도 있는 양면 구성을 지니고 있다. 현실과 가상의 접점에서 담배가게와 만화가게는 70,80년대식 담론을 거침없이 생산한다.
‘좋으실 대로’ 이웃의 비위를 맞추던 담배가게 아가씨가 자기 주체성을 드러내며 움직임이 일어날 때, 그녀는 나름대로의 ‘오만과 편견’을 던지고 사랑의 싹을 틔우고 있었던 것이다. 러브스토리를 피워내기 위한 장치, 만화방 녀석들과 레지커플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짜임새 있는 드라마트루기는 처음부터 관객을 휘어잡고 유랑극단의 서커스적인 묘미와 능수능란한 사회자의 입담으로 쇼적인 분위기를 연출, 시종을 마감한다. 아기자기한 토종 뮤지컬은 외국 뮤지컬과는 차별화되는 서민 주인공들이 세상을 삼킬 듯한 입담을 선사한다.
약간의 과장과 반복, 허세와 극적 축약, 과도하지 않은 춤과 무브먼트는 이 작품만의 상큼한 유머, 매력과 끼를 발산한다. ‘꽃집의 아가씨’도 아닌 ‘담배가게 아가씨’, ‘동백아가씨’가 아닌 ‘달동네 아가씨’라는 설정은 처음부터 의도된 흥행성을 예술성이 능가한다.
이 작품을 위해 작곡된 풀 스코어, 시대상을 반영하는 음악과 노래, 강약과 완급을 조절해내는 자기 분량만큼의 개성파들과 연기파들의 연기, 극적 분위기에 맞춘 춤 위에 다중 연기를 해내는 제작의 묘(妙), 과감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자신감들은 이 작품의 매력이다.
『화려한 외출』,『왕의 남자』,『웰컴 투 동막골』등이 발효되었던 대학로, 이곳의 막강한 출연진의 화력은 영화계 등의 토양을 살찌운 전선이었다. 순정남 현우역의 허정민, 박형준, 장덕수, 이수완, 아버지 역의 이승현은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를 읽게 해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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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종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 | 담배 가게 아가씨역의 서지유, 다방 레지역의 황지원, 교차 출연하는 박서희, 김한나, 박세준, 정원식, 지현수, 임태빈, 후나, 구옥분, 이승현, 이광진, 안상완, 이호경, 김정호, 최욱로, 여신우, 유성원, 안승원은 심한 변장에도 불구, 담배가게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희생한다.
낭만과 갈등을 딛고 약속의 땅, 화평의 가정에 이르는 기교는 각자의 선택사항이다. 『담배가게 아가씨』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낚고 있다. 마법은 없다. 노력한 대가만큼 인정받는 비정한 현실에서 생존을 구가하는 이 작품, 꽤 쓸 만한 작품으로 각인된다.
문의)서울 혜화동 185번지 피자헛 지하 2층, 더굿씨어터 (02)741-5978,010-5583-1227
정보)월~목 8시/ 금 5시,8시/ 토 4시,7시 반/ 일, 공휴일 4시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연극협회 희곡분과회원,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