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북동부에 위치한 다나킬, 세상에서 가장 낮은 지대에 위치한 사막지대이자 화산지대이다. 여기에 소금산과 소금사막에서 수백 년 동안 자신들의 방식으로 소금을 캐며 살아가는 아파르족이 있다. 낙타의 등에 소금을 지어 나르는 낙타 카라반이 이들의 유일한 운송 수단이다. 그런데 최근 이 지역도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오지 마을까지 와서 온갖 물품을 판매하는 트럭이 생겨났다. 이는 당연히 낙타 카라반을 운영하는 수익도 줄어들게 되고, 이것에 의존해 살아가는 극한 직업의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러한 직업 환경의 변화와 위기는 다큐멘터리에서나 나올 것 같고,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보다
발전한 국가에서 벌어지는 직업 환경의 변화와 위기는 아프리카보다 더욱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최근 제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및 로봇과 같은 과학기술의 발전은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직업과 일자리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은 경제학들이 만들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오늘날 빠른 과학기술의 발전과 초연결 시대에 진입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 변화에 뭐라고 이름을 붙이던 간에 이러한 기술 발전으로 인해 직업 및 일자리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진다는 것이 중요하다.
혼돈의 시기에 미래 유망 직업, 베스트 직업 등 직업이나 일자리에 대해 전망은 많이 있지만, 그 예측이 정확한지는 담보할 수 없다. 유망 직업이라고 해서 다수의 학생들이 그 길로 진입한다면 내가 설 자리가 확보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우리는 누구나 어차피 불확실한 상황에 있다는 것을 빨리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현재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들은 아무런 쓸모가 없어질 것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수학에서 방정식을 푸는 것은 수학을 쓰는 분야가 아닌 직업에서는 의미가 없지만, 관련 분야로 진출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하다. 또한 단순히 공식을 외우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수학적인 사고와 논리를 익히는 것은 삶 전체에서 필요한 학습으로서 중요하다.
그러면 10년, 20년 뒤의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무엇을 학습하고 대비해야 하는가?
먼저 학교 진로교육 수업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미래의 직업세계는 계속적으로 급변할 것이다. 직업의 생성과 소멸도 이루어지지만, 어떤 직업에서 일하는 방식도 계속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시대에 중장기적으로 자신의 미래 모습을 그릴 수 있고 가치관을 형성한다면 사회에서 다양한 변화를 겪게 되더라도 자기 나름대로 중심을 잡고 방향키를 조종할 수 있다.
학교 진로 수업은 진로를 계획, 탐색, 준비하고 직업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의식을 갖추는 데 목적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진로교육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진로교육 집중학년·학기제(진로학기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진로학기제는 초·중·고등학교에서 학기나 학년 단위로 집중적인 진로학습 및 탐색을 통해 자기 자신과 사회를 이해하여 진로를 계획하고, 수정하며, 학습 역량을 키우도록 하는 제도이다. 현재 연구 및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향후
자유학기제와 연계하여 혁신적인 모델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학교 진로교육을 통해 학생이 목표 직업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진로를 탐색하고 계획하는 `역량`을 기르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청소년기의 진로 목표는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이것이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다른 하나는 모든 교육에서 학생의 창의성, 도전정신, 진취성을 기르는 기업가 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 기업가 정신을 함양한다고 해서 기업가를 길러내자는 것이 아니다. 기업가 정신은 기업 운영자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 모두에게 일을 보다 혁신적으로 하는 데 매우 필요한 능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가 정신은 앞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에 인간만이 가진 독창성을 발휘하거나, 인공지능 및 로봇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하다. 특히
학교 진로교육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은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는 데 적합한 시간이다.
학생들의 자치 활동인 자율동아리를 통해서도 이러한 능력이 길러질 수 있다. 최근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도 진로교육 관점에서
학생들에게 창의적 기업가 정신을 길러주는 프로그램(YEEP)을 개발하여 여러 학교에서 운영하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창업체험 동아리 활동을 운영할 수 있는 매뉴얼을 개발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교육이 잘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도
단순히 학력이나 성적에 따른 보상이 아니라 노력과 능력에 따른 합리적인 보상 체계를 정립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합리적인 사회 보상 체계의 토대를 만드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장현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