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의 금전적 가치
지난 설날 아침에 필자의 집에 차례를 지내려고 사촌들이 온 적이 있다.
그 중의 한 동생이 거실에 놓여있는 수석을 가리키며 "형님, 저 돌은 얼마 정도나 나가요?"하고 묻는 것이 아닌가?
그 사촌은 수석에 문외한인데 가리킨 돌은 남한강산 초코 주름석이다.
대답을 아니할 수도 없고 해서 '글쎄, 한 백만원은 나가겠지" 하고 대답하였더니 "그럼 이 중에 어떤 돌이 제일 값이 나가요?"
하고 되묻는다.
필자는 장난기도 발동하고 수석은 귀한 것이다라는 생각을 심어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옆에 있는 수석을 가리키며
"저 금강산 그림돌은 한 천만원 할거야" 라고 대답하였더니 깜짝 놀라며 " 햐! 그럼 형님네 돌값만 1억은 되겠네요?" 한다.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든 필자가 "내가 생각하는 금액이고 실제 거래되는 금액은 모르겠다"라고 하였더니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짓는다.
위의 예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수석을 모르는 분들은 수석을 보면 그 가격에 먼저 관심을 갖는다.
아마도 수석은 귀한 것이라고 많이 알려져서 값이 궁금한 모양이다.
그렇지만 참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수석의 값 아닌가?
30년 넘게 수석생활을 해 온 필자도 참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수석가격이다.
현실적으로 우리 수석계에서 금전으로 거래가 많이 되는 것이 수석이다.
수 년전에는 수억원이라는 거금에 수석이 거래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전시회에 나온 수석 중에 좋은 돌은 강돌이든 해석이든 천만원 이상에 거래되었다는 이야기도 가끔씩 들린다.
그러므로 수석의 금전적인 가치를 생각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일부 수석인 중에는 수석을 팔지도 않고 사지도 않는 그러니까 오로지 탐석한 수석으로만 즐기는 분들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생활여건상 탐석을 다니기 어려운 분들도 있고, 탐석으로 만나기 어려운 좋은 돌이나 국내외 여러 산지의 돌들을
두루 소장하려면 수석을 살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수석유통업에 종사하는 분이 아닌 소장가라면 수석을 사고 팔더라도 너무 금전적인 것에 매달리는 것은 삼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수석이라고 모두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돈이 되는 수석과 돈이 잘 되지 않는 수석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좋은 수석은 값이 비싸더라도 거래가 잘 되지만 수준이하의 수석은 값이 적더라도 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값이 많이 나가는 돌을 돈돌이라 부르는 분들도 있다.
돈돌! 이른바 값이 비싼 돌은 참으로 드물고 귀한 것이다. 드물고 귀하기 때문에 값이 비싼 것이 아니겠는가?
예전에는 값이 비싸다는 돌을 보면은 대개는 그럴 것 같다고 고개가 끄덕여진 것이 사실이다.
저렇게 좋은데 값도 비싸겠지, 하는 공감대가 형성되더라는 말이다.
기억에 남는 수석은 전에 남한강 충주방면으로 탐석나갈 때에 자주 둘러서 구경하던 이천의 응암휴게소에 있던
산수경석이다.
상당히 커다란 남한강 호수석인데 산봉우리가 몇 개가 있고 물이 많이 고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1억원을 호가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필자는 그럴만도 하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소위 돈돌은 대개 변화석과 산수경석 중에 많은 것 같다.
좋은 석질과 색감에 물씻김이 잘 되었으면서 조그만 파(깨어짐)도 없이 여기저기 푹푹 파인 돌들!
그러면서 산수경이 뚜렷하게 나오는 돌이 고가의 돌로 꼽혀 왔다.
남한강의 변화 좋은 오석, 청오석이나 초코석들과 점촌.가은쪽의 변화 좋은 돌들, 그리고 그 외의 산지라도 변화와
석질이 좋은 규격석들이 고가의 돌로 꼽힌다고 들었다.
실제로 수석가게에 구경 가서 보아도 그러한 돌이 고가로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필자는 문양석이나 형상석, 그리고 추상석은 사실 돌 값을 더 모른다.
어렴프시 좋은 석질, 좋은 색상에 물씻김이 잘되어 있으면서 생김이 반듯한 돌에 서정적인 문양이 선명하게 들어 있는
돌이거나 똑 떨어진 재미 있는 형상석, 그리고 축구공 같이 둥그런 구형석을 보았을 때에 저 돌은 고가품 같다는 생각만
할 뿐이다.
바닷돌은 더 모른다.
소문에 좋은 석질에 잘생긴 그림돌이나 형상석들도 이제는 상당히 고가로 매매 된다는 것을 듣고, 인터넷에 올라 있는
수석이나 전시장에 출품된 수석들을 유심히 보았지만 솔직히 그렇게 비쌀까하는 생각으로 쉽게 공감이 되지는 않는다.
필자가 해석보다 강돌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수 년전에 어떤 개인 수석전시회에 가보았을 때와 또 어떤 수석홈의 수석판매란에 올려져 있던 일부 돌들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나의 돌보는 실력이 부족해서인지는 모르지만 솔직히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 가격이 붙은 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천만원에서 몇 억원이라는 가격이 나와 있는 것을 보고 한숨이 절로 나온다.
소장자가 생각하기에 좋은 돌이니까 고가의 꼬리표를 붙였겠지만 글쎄, 그 돌이 과연 서민 아파트 한 채 값으로 거래가
될런지는 의문이다.
혹자는 당신 생각에 비싸면 사지 않으면 되지 웬말이 그리 많으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만 생각할 일이 아닌 것이 수석을 잘 모르는 수석 초심자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는 문제이기에 강 건너
불이 아닌 것이다.
수석 한 점만 잘 주워 오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허황된 망상을 심어 줄 수도 있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수석계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석은 실제로 팔려고 내놓은 사람의 희망하는 값보다 팔리는 값이 중요한 것인데 초심자나 비수석인들은 그런 것을 잘
모르니까 염려가 되는 것이다.
그런 것을 떠나서도 수석을 금전적인 가치로만 생각하면 수석취미생활을 하기가 어렵다.
처음에는 뫃아 놓은 돌이 노후생활을 도와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졌던 분들도, 수석을 깊이 알다 보면 그러한 생각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가를 알게 된다.
실제로 주위에 그런 시도를 하는 분들도 있는데 대개는 실망만을 하는 것을 보았다.
내가 살 때는 많은 돈을 준 돌도 막상 팔려면은 그런 값을 받기가 아주 어려운 법이다.
몇 년전에 같이 수석생활을 하시는 분이 사정이 생겨서 평소 아끼던 돌을 처분하는 것을 목격하였는데, 필자도 실망할 정도로
싼 값에 팔리는 것이었다.
물론 급히 처분하려니 그랬겠지만 아주 아끼던 돌들(전시회에 나가기도 하였던 돌)이 불과 몇 십만원에 넘어가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 했던 것이다.
고가의 돌을 매입하지 않고 자탐석 혹은 저가의 수석만을 매입하여 수석취미생활을 하고 있는 필자를 포함한 수석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돌들은 몇 점만을 제외하면 대개는 많은 돈과는 거리가 있는 돌들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열심히 탐석을 다니는 수석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지만 좋은 돌은 일년에 한 점 만나기도 어려운 법이기 때문이다.
평소 필자가 생각하는 국내산 수석 값은 대략 다음과 같다.
- 특별한 경이나 모양이 나오지 않는 돌들(수석가게 앞에 막 쌓아 놓은 막돌들, 소위 섭치돌이라 하는 것) : 수천원.
그렇지만 이런 돌들 중에도 보석이 숨어 있을 수도 있으니 무시할 것은 아니다.
수석은 어차피 발견의 미학이라지 않는가?
- 석질이 괜찮고 경, 문양, 색채, 형상등 한가지 이상 볼만한 점이 있는 것으로서 비교적 구하기가 쉬운 돌 : 수만원
- 위와 같은 조건이지만 비교적 구하기가 어려운 돌 :수십만원
- 누가 보아도 참 좋다고 인정하는 돌로서 특별한 의미(경, 형, 색, 문양등)가 있는 돌 - 수백만원
- 누가 보아도 천하명석이라고 인정하는 돌로서 그 희귀성이 인정되는 돌 - 수천만원 이상
이것이 필자가 생각하는 수석가격이지만 수석취미는 돈을 떠나서 취미생활로서 끝날 때에 아름답고 즐거운 법이다.
수석은 돈을 주고 샀던지 또는 스스로 탐석하였던지 본인의 소장석이 된 순간부터 곁을 떠날 때까지, 볼 때마다 혹은
만질 때마다 희열을 느끼게 하여 주고 있으니 그것은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 것이다.
수석취미는 정신건강을 지켜주는 최고의 취미인데, 소장한 돌마다 돈으로 보이면 그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살아 있는 동안 재미있게 즐기다가 후손이나 인연있는 이에게 물려주는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일 것이다.
수석은 수석으로만 볼 때에 아름다운 법이니까!
*** 2010년 3월호 수석의 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