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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으로 내려오는 등산길 양쪽으로 주막이 즐비하다...
동동주...막걸리...도토리묵,,두부무침....감자부침..파전....
군침도는 메뉴가 가득하다...
슬슬 본성이 꿈틀거린다....
솔직히 등산은 그저 핑계이고 막걸리 한잔과 파전 한조각이 산행의 목표가 된것이
벌써 오래전부터 습관이기 때문이다...
막걸리 한잔에 도토리묵 한 점이 눈에 아른거린다...
다시 한번 시계를 들여다보니 막걸리 한잔을 걸치기에는 너무 시간이 촉박하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려니 여간 속이 쓰리지 않았다...ㅋㅋ
이렇게 밀려드는 유혹을 멀리하고 인내의 한계를 넘나드는 고통을 뒤로하며
걸음을 재촉하여 주차장에 다다르니 깜짝 놀랄 파티가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가 타고온 버스 뒤편에서 신협 직원분들 이 준비해온 듯 한
도토리묵,,생두부...그리고 막걸리 까지
조금전 까지 내가 그토록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그 메뉴들이다...
두툼하게 썰어 내놓은 도토리묵과 그 생두부....
적절하게 버무려진 간장과 양념이 내입에 딱 맞춤 이었다..
인심도 넉넉 하신 분들 옆자리에 앉으니 막걸리 잔이 비워지기도 전에
가득..가득 채워주신다....
또 한번의 작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설흘산 산행때는 임원님들께서 수고를 해주시더니
이번에는 신협 직원분들 이 애를 쓰신다...
감사한 마음으로 한입한입을 채워나가면서도 마음 한구석 미안한 마음이 서려오지만...
눈앞에 펼쳐진 진수성찬 앞에서는 대수가 되지 않았다.
모른체 눈감고 앉아 몇잔을 더 들고서야 자리를 일어섰다...
그것도 춘천닭갈비 들어갈 공간을 남겨두어야 한다는 위기감을 깨닫고 나서였다..
그제서야 내가 뭐 도와드릴일이 없을까.....
주위를 서성거려 보기도 했지만 내가 할 일은 없어보인다....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손발이 척척 맞는다고나 해야할까..
내가 끼어드는것이 오히려 방해가 될수 있다는 구실을 나 스스로 또 찾아내고 말았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길...
드디어 버스가 춘천닭갈비집 앞에 정차하고 우리는 식당 안으로 몰려 들어갔다...
테이블 위에는 벌써 반찬이 셋팅되어 있엇다..
한테이블에 4명씩 앉으란다...
다시 난감한 시간이 찾아왔다...
혼자인 나로서는 딱히 아는 사람도 없고...그냥 빈자리에 혼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가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면 다른 분들이 나중에 채워 줄거라는 전략이다..
이번엔 전략이 실패다.
임원인듯 한 분께서 날 보시고는 혼자 오신분은 이쪽으로 오라고 하신다...
자상하게도 먼저 챙겨주시니 어찌나 고맙던지......
그런데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이런걸 횡재라고 해야하나...운수대통이라고 해야하나...
나를 데리고 가시더니 꽃밭에다 앉혀 놓으시는게 아닌가!!~~~
내앞에 ..내옆에 세분이 다 여자분이시다....
두분은 오늘이 처음산행 이라고 하시고....
내앞에 한분은 아시는분이 많은걸로 보아 이 산악회에서 좀 벼슬이 있어 보이신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당췌....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저 손발이 얼어 붙는것 같고...좌불안석 그 자체이니 말이다....
잘 피워진 숯불위로 석쇠가 얹혀졌고 그위로 가지런히 조약돌이 깔려있다...
마침내 그 조약돌 위에 입에서 살살 녹아내릴듯한 닭갈비가 얹혀졌다...
닭갈비가 맛나게 익어갈 무렵.....
좌불안석이던 내표정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고 잘 구어진 닭갈비에 눈길을 맞추느라
눈동자가 분주해졌다...
잘구어진 고기 한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절로 소주한잔이 생각난다...
얼른 소주병을 들어 잔을 권하니 모두가 술을 안 하신단다..
이런...또한번 난감한 일이..
그렇다고 나까지 포기할수는 없는일....
나 혼자 자작하는 맛 또한 그런대로 또 다른 맛이 아주 새롭다...
고기 한점에 소주 한잔씩 넘기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ㅋㅋ
그렇게 한참을 닭갈비 삼매경에 빠져있는데....
소주병을 쳐다보니 아직도 꽤 남아있는데.....
닭갈비 몇점 안남아 있다.....
아...오늘은 아쉽지만 여기서 잔을 내려 놓아야 할듯싶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손에 든 젓가락을 내려 놓으려는데....
앞에서 바라보시던 눈치 빠른 공주님들 자리에서 일어서신다...
아..이걸 또 횡재라고 해야하나~~ 운수대통 이라고 해야하나~~ ㅋㅋ
그 공주님 세분..언젠가 꼭 복받으실겁니다..ㅋㅋ
어쩔수 없이 나혼자 남아 앉아 있었다....
입가에 미소가 절로 피어 나왔지만 표정관리 하느라 무척 힘들었다...ㅋㅋ
남아 있는 매콤달콤한 닭갈비를 술안주로 남은 술잔을 모두 비우고 일어서니
천하를 얻은듯 성취감에 도취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숯불위에서 구어먹는 닭갈비는 처음이다...
사실 춘천닭갈비는 원래 둥근 철판위에 잘 양념된 닭갈비를 얹어놓고
고구마, 양배추, 또다른 여러 야채 등을 잘게 썰어넣고 둥근 가래떡을 성성 썰어넣은다음
얼큰한 소스를 큰 국자로 듬뿍넣어 잘비벼서 볶아 먹는것이다...
고기가 익기 전에는 야채부터...고구마, 가래떡 순으로 먹다보면 자연스레 고기가 익어
허기가 질때도 바로 먹을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사리(일종의 우동국수)를 함께 넣어 볶아먹으면 그맛이 일품일뿐 아니라
한끼 식사를 대신하고도 부족함이 없었다...
어린시절 어떤 친구는 아예 사리만을 골라먹는 친구도 있있고....
주머니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학창시절에는 여러명이 둘러앉아 닭갈비는 고작 1인분에
값이싼 사리만 3~4인분을 주문해서 주인의 눈총을 받는일도 종종 있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은 이 춘천닭갈비의 원조가 홍천닭갈비 라는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것이다..
내가 홍천에서 태어나 초,중학교를 홍천에서 다녔다..
홍천과 춘천은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고교시절 춘천에서 다녔는데
그때 춘천에는 닭갈비 라는것이 없었다...
닭갈비가 먹고싶어 친구들을 데리고 홍천으로 넘어와서 친구들에게 사준적이
있었는데 주말마다 집에 내려올때 친구들이 따라와서 닭갈비를 사달라고
졸라대고는 했던 기억이난다....
고교를 졸업할 무렵이 되어서야 춘천명동 뒷골목에 한두집씩 생겨나기 시작한것이 오늘날
그 유명한 춘천명동 닭갈비 골목이 형성 된것이다..
아마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대부분 홍천을 기억할것이다..
당시에 홍천은 군사도시라고 할만큼 주말이면 군인들로 넘쳐나 식당이나 숙박시설은
빈곳을 찾기 어려웠다...
특히 당시에 여인숙이나 여관뿐이었던 숙박시설을 잡는것은 전쟁과도 같았다.
또한 그 시절 닭고기는 소나 돼지고기에 비해 아주 저렴했다...
주말이면 외출이나 외박나온 병사들이 저렴한 이 닭갈비를 아주 즐겨 먹었다....
그러면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군생활의 고달픔과 외로움을 견뎌냈을 것이다.
그린고 나서 몇 해후.. 춘천명동골목에 한두개씩 닭갈비집이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서울의 관광객 왕래가 빈번하여 입소문을 타고 번성하여 형성된곳이 지금의
유명한 닭갈비 골목이다.
거기에다가 겨울연가에서 배용준과 최지우가 닭갈비 먹는신이 방영되고나서 부터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유명한 관광지가 된지 오래다...
요즘은 국내손님보다는 일본관광객이 더 많다고 하니 한류바람을 타고 세계적명소가
될법도 하건만 아직은 아닌가보다...
어찌되었던 한류바람을 타고 관광객이 몰려오다보니 춘천시 에서는 시외버스터미날 근교
서울방향 춘천의 관문쯤 되는곳에 닭갈비타운을 조성하였다...
이른바 짝퉁닭갈비 골목인셈이다. 지금은 그런곳이 서너군데쯤 되는 모양이다..
그러다가 아예 관광객만 몰리는 몰리는 강촌..소양댐..남이섬 주변에는 비교적 조리법이
간단한 숯불닭갈비가 대세를 이루었다...
나 역시 오늘 이 숯불닭갈비를 처음 맛 본셈이다...
그 나름대로 색다른 맛이 있어 또하나 춘천의 명품이 될듯 싶다..
춘천과 홍천닭갈비 사이에는 그 맛의 특징이 조금 다르다...
홍천닭갈비는 매운맛이 강하고 투박하며 촌스러운 편이다...
반면 춘천닭갈비는 서울사람들의 입맛에 맞추어 조금씩 변질되어
달착지근 한 맛이 강하다..
당시에 가장 큰 차이점은 홍천닭갈비는 사리(일종의우동국수)를 함께 넣어서 볶아먹었는데..
춘천닭갈비는 사리대신 밥을 넣어서 볶아 먹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든 취향에 따라 사리든 밥이든 볶아 먹는다...
아직은 춘천명동 닭갈비골목의 닭갈비 맛은 원조의 명맥을 이어가는 듯 하다.
수도권의 춘천닭갈비 체인점 맛은 모두 제각각이며 원조 춘천닭갈비와는
아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언젠가 가족들과 함께 수원의 한 춘천닭갈비집을 찾아갔다가 그 맛이 크게 왜곡되어 있어
먹지 못하고 그냥 나온 적이 있었다...
그 후로는 내가 볼일이 있어 고향에 내려갈때면 아예 가족들이 모두 따라나서는
해프닝이 종종 일어난다...
고향내려 갈일이 뜸한 요즘에는 일부러 홍천닭갈비 맛을 보려 내려가곤 한다...
춘천명동의 닭갈비 골목은 성황중인데 그 원조격인 홍천의 닭갈비집들은 경기침체에
허덕이고 있으니 아이러니컬 하기도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사람들의 입맛이 제 각각이라 홍천닭갈비가 특별히 맛있다고는 할수야 없겠지만
내게 추억이 묻어있는 터라 닭갈비에 대해서 너무 쓸데없이 장황하게 늘어놓은 듯 하다...
장시간의 감칠맛 묻어나는 닭갈비 파티가 끝나고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
취기가 몸에 퍼져 잠을 청하려는데 오늘도 여지없이 여흥이 벌어졌다....
성동신협산악회 회원들은 가입시 모두 오디션을 보고 들어오시는지...
다들 명가수...명창 들이시다....
스스로 자청하여 노래를 부르시는 분이 대부분이고...
어쩌다 특정인을 지명하면 기다렸다는 듯 주저없이 달려나와 마이크를 잡는다....
행여나 그 불똥이 내게 튈까봐 태생이 음치인 나는 돌아오는 내내 간이 콩알만해져
가슴을 쓸어내리곤 했다..
억지로 눈을 감고 자는척 누워있어도
내 두손은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있고 어깨가 들썩이고 있으니
흥겨움 만큼은 인간의 의지로 통제가 안되는가보다..
오늘도...
이렇게 즐겁고...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소중한 기억들을 가슴에 담고 하루가 저문다..
오후내내 로프에 매달려 있을때가 가장 고통스러웠지만 그 때가 가장 보람 있었던것 같다....
오봉산은 단풍과 호수와 암릉절벽이 어우러져 가을명소로 더 유명하다고 한다
올 가을엔 나 혼자라도 다시 한번 가볼 생각이지만 계획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오늘의 메뉴는 아주 탁월한 선택 이었다.
도토리묵..생두부..막걸리... 강한 인상을 남겨준 메뉴는 아직도 내게 여운을 남겨준다...
거기에다가 처음 맛본 숯불닭갈비는 금상첨화이다....
오늘도 임원님들은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다...회장님...총무님......
막걸리 메뉴하나 선택하는데 4시간에 걸쳐 고민했다는 신협상무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준비에서 마무리까지 그 수고를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또 한번 성동신협산악회 와의 소중한 인연을 가슴한켠에 새겨두고싶은 날이다.
아낌없는 봉사로 모든이의 산행을 편안하게 이끌어주신 임원님들...그리고 신협직원일동께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꾸 벅 ^^~~~
2010. 4월. 24일.
성공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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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성공나라님~~~무슨글을 이리 아름답게 펼쳐 놓으셨는지요....넘 감사하게 감상하고 갑니다,,,,,,
그 많은 관심 너무 고맙습니다,,,,,,하시는 일 만사형통 하시길 진심으로 기도 드리렵니다.. 다시한번 고맙습니다,,,,,,,,,
닭갈비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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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었어요........
모든것이 눈에 선한듯합니다..아쉬운점이 있다면 단한장의 사진이라도 함께 올려주었으면 어떨까 합니다...카페는 사진,음악 님들의 게시물에 대한 댓글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