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이라 해도 스스로의 노력을
신이치는 회장 정면에 서자 가볍게 인사하고 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았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자, 시작할까요?”
신이치는 여기서는 많은 시간을 ‘질문회’로 할애했다. 농업이주자로서 브라질에 건너와 기둥처럼 의지할 간부도 상담할 상대도 없이 필사적으로 활로를 찾으려는 벗에게 적절한 지도와 격려의 손을 뻗어 주고 싶었던 것이다.
“자, 무엇이든 좋으니 자유롭게 질문해 주십시오. 나는 그 것을 위해 왔습니다.”
그가 말하자 당장에 4, 5명의 손이 올라갔다. 모두 이런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질문은 살아가는 데 절실한 문제였다.
마흔이 넘은 한 장년부가 군인과 같은 어조로 긴장하여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자, 편안한 마음으로 말씀하십시오. 이곳은 군대가 아니니까. 모두 동지며 가족이니 댁에서 편히 쉬고 있다는 그런 기분으로 말씀하셔도 됩니다.”
웃음이 터졌다. 그을린 장년의 얼굴에도 티 없는 미소가 떠올랐다.
그의 질문은 새롭게 시작한 채소 재배에 실패하여 빚이 늘어났는데 어떻게 하면 타개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야마모토 신이치는 물었다.
“흉작이 된 원인은 무엇입니까?”
“기후 탓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같은 채소를 재배해 성공한 분이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 흉작입니다.”
“비료에 문제는 없습니까?”
“…상세한 건 잘 모르겠습니다.”
“재배방법엔 문제가 없습니까?”
“….”
“토양과 품종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글쎄요….”
그는 신이치의 질문에 거의 만족하게 대답할 수 없었다.
이 사람은 분명 나름대로 열심히 일해 왔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열심히 한다. 열심히 하면 다 된다고 하는데 ‘방심’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신이치는 힘찬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먼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왜 흉작으로 끝났는지 그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가는 겁니다.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참고하는 것도 좋겠지요. 그리고 실패하지 않는 충분한 대책을 세우는 겁니다.
진지하게 승부에 임하는 사람에게는 항상 연구와 고민이 뒤따릅니다. 그것을 게을리 하면 성공은 없습니다.
신심하고 있으니 자기 밭만은 저절로 풍작이 든다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입니다.
불법이란 최고의 도리입니다. 따라서 신심의 강성함은 남보다 몇 배 연구하고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그리고 그 도전의 에너지를 솟게 해주는 원천이 진지한 창제입니다. 그 또한 ‘서원(誓願)’의 창제가 아니면 안 됩니다.”
“서원 말입니까?”
장년은 물었다. 모두 처음 듣는 말이었다.
신이치는 답했다.
“‘서원’이란 스스로 맹세를 세워 원해 가는 걸 말합니다.
‘기원’이라 해도 스스로의 노력을 게을리 하며 그저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기원’도 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종교라면 인간을 그릇되게 만드는 종교입니다.
니치렌 불법의 기원은 본래 ‘서원’의 창제입니다. 그 ‘서원’의 근본은 광선유포입니다.
말하자면 ‘나는 이 브라질의 광선유포를 하겠습니다. 그것을 위해 일에도 반드시 훌륭한 실증을 보이겠습니다. 부디 최대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라는 결의의 창제입니다. 이것이 우리들의 ‘본래의 기원’입니다.
그 위에 매일 자신이 해야 할 구체적인 목표를 명확히 정하고 하나하나 성취를 기원하며 도전해 가는 겁니다.
그 진지한 일념에서 지혜가 솟고 창의와 연구를 할 수 있어 그것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즉 ‘결의’와 ‘기원’ 그리고 ‘노력’과 ‘연구’가 갖추어져야 비로소 인생의 승리가 있습니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한밑천 잡으려 한다거나 손쉬운 돈벌이를 기대하는 건 잘못입니다. 그것은 신심이 아닙니다. ‘관념’입니다.
일은 생활을 받쳐 주는 기반입니다. 그 일에서 승리의 실증을 보이지 않으면 ‘신심즉생활’의 원리를 입증할 수 없습니다.
아무쪼록 안이한 자세는 일체 배제하고 다시 한 번 새로운 결의로 전혼을 기울여 일에 몰두하십시오.”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장년의 눈에는 결의가 넘쳐흘렀다.
신이치는 농업이주자가 처한 어려운 입장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속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가장 먼저 자신의 안이함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적(敵)은 내 안에 있다.
역경에 처하면 처할수록 ‘인생의 승부를 낼 때’라고 정하고 끝까지 도전해 가는 것이다.
거기에 어본존의 공력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역경은 또한 불법을 증명하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 신․인간혁명 1권 개척자(開拓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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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은 도움 되었어요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일요일 되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