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엄마도 여성이란다.
- 여성가족부 폐지, 시기상조 -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원장 양정자
신록의 계절, 계절의 여왕 5월입니다. 푸르고 청명한 5월의 하늘처럼 하루빨리 코로나가 물러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민 모두 더 이상의 희생없이 전쟁도 끝나 평화를 이루고,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간절히 기원합시다.
우리나라는 5월 10일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였고, 6월 1일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방의회 의원은 지방자치단체주민의 대표기관인 지방의회의 구성원으로서, 지방의회가 가지는 지방자치단체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의결권,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폐하는 입법기관으로서의 지위 및 의회의 결정사항이 집행기관에 의하여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가를 감독, 확인하는 행정감사기관으로서의 행사권에 참여합니다. 강제위임이 금지된 오늘날의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지방의회 의원은 그를 뽑아준 지역구 주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여야 합니다.
내가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했는지, 누가 나의 대표자로 뽑혔는지에 따라 우리 지방, 나아가 나라의 현재와 미래가 바뀔 수 있습니다. 주권자인 주민의 뜻을 받드는 사람을 대표로 뽑는데 내 귀중한 주권행사를 포기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그동안 특히 여성들은 정치와 나는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자기의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의 귀중한 한 표의 행사가 가정에서 딸로서의 위치, 아내로서의 위치, 엄마로서의 위치는 물론이요, 사회에서, 직장에서의 위치가 달라지고 존중도가 달라지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모 대학에서 여성학을 강의할 때였습니다. 가정폭력에 대한 토론시간을 가졌는데, 남학생들 중에서는 여자가 맞을 짓을 해서 맞는 경우도 있다며 남편들의 폭력행위를 일부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남학생이 여럿 있었습니다. 여학생들은 어떠한 이유로도 폭력행위는 안 된다며, 더구나 아내에게 폭력을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양측이 열띤 토론을 전개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여학생이 “여자가 맞을 짓을 해서 맞았을 것이다.”라고 아주 강력하게 주장하는 남학생에게 “너의 엄마가 맞아도 맞을 짓을 했으니 맞을 수 있다 하겠냐?”라고 묻자, 그 남학생이 “엄마는 엄마지 어떻게 여자냐?”라며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호주제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2005. 2. 3. 2001헌가9등)으로 신분상속제인 민법상 호주승계제도가 2005. 3. 31. 폐지되고, 2008. 1. 1. 부터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동법은 국민의 출생·혼인·사망 등 가족관계의 발생 및 변동사항에 관한 등록과 그 증명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호주제 폐지 전에는 딸과 함께 찾아와서 ‘자식 생각해서 참고 살아라.’ 열심히 권고하던 친정어머니가, 막상 딸이 이혼하게 되면 “남의 자식을 왜 맡느냐? 맡지 말라.”고 거의 모든 분이 강력하게 권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친정부모가 자기 딸을 생각해 이혼할 때 아이를 맡지 말라 권유하곤 합니다. 손자보다는 자기 자식을 먼저 걱정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기에, 딸이 혼자 고생하며 아이를 키울 것을 걱정하여 그렇게 말하는 것이 이해는 됩니다. 그런데 30대의 젊고 건강한 엄마가 이제 대여섯살 된, 가장 엄마를 필요로 하는 시기인 어린아이를 맡지 않고 나중에 후회하지는 않을지 잘 생각해 보라고 하면, 아이의 호적을 옮겨올 수 있는가를 문의하곤 했습니다. 부동산등기부등본에 그 소유권자의 명의가 기재된 것처럼, 사람도 호적등기부등본에 기재되어야 기르고도 나중에 뺏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호주제도가 폐지되고 난 후에도 그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아직 민법상 부성(父姓) 우성주의 원칙을 따르고 있지만, 지금은 호적이 폐지되어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 각자가 자신이 주(主)가 되는 독립적인 가족관계등록부를 가지게 되었다고 알려주면 그 반대의 정도가 수그러지고, 그렇다면 네가 키워라 하는 부모들의 수가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미성년자녀에 대한 친권도 1978년까지는 그 가(家)에 있는 부가 친권을 행사하고, 부가 없을 때 그 가에 있는 모가 친권을 행사할 수 있었고, 이혼한 모나 남편이 사망해 친정에 복적 또는 재혼한 모는 친권을 행사할 수 없었습니다. 1991년에 와서야 부모가 친권을 공동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되었고, 이혼한 모(母)도 친권을 가질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습니다. 1991년에 와서야 내가 낳아 내가 기른 내 자식에 대한 법적인 엄마의 권리를 아이 아빠와 공동으로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 후 이혼시 자녀를 양육하겠다는 엄마가 많아졌습니다.
부부가 빈손으로 만나 셋방살이부터 시작해 재산을 모은 경우에도 법이 인정하는 남편의 잘못으로 이혼할 경우 위자료만 조금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만에 하나 부인이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하는 잘못을 했을 경우에는, 20년 이상을 함께 살며 재산을 모았는데도 빈손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직도 밖에 나가 돈을 버는 배우자에게 재산 형성 기여가 전적으로 있다고 생각하고 전업주부인 배우자의 기여도는 과소평가하지만, 1991년부터는 가정을 책임지고 남편의 뒷바라지를 한 전업주부에게도 그 기여를 인정하여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딸, 아들 구별 없이 균분상속하는 상속법도 1991년부터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저출산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과학의 힘으로도 인공수정과 시험관 수정까지만 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고, 남자는 가질 수 없는 능력을 여자만 가진 위대한 능력이 임신과 출산의 능력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여자를 아이를 낳는 도구로만 대할 경우 아무리 국가에서 돈을 많이 준다 해도 출산율은 점점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여성을 존엄한 인격체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존중하는 의식적 개혁, 경제적·법적인 제도가 갖추어지지 않은 채 돈을 많이 지원해 줄테니 아이를 낳으라는 식의 정책은 성과를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무력침략, 경제침략, 사상침략 중 가장 무서운 침략은 사상침략이라고 합니다. 사상침략을 당하면 침략을 당하고도 알지 못하고 그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명시적이고 공식적인 성차별은 거의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간접적 성차별인 편견과 고정관념은 아직도 생활 곳곳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의 자유가 최대한으로 지켜지고, 타인에게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대접받길 원하고, 자신의 존엄이 지켜지길 바랍니다.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타인을 차별하지 않도록, 타인의 존엄을 침해하지 않도록 국가시책이나 정책을 세우고 시행해야 합니다. 권리 뒤에는 의무가 따른다는 의식개혁도 중요합니다. 감정, 마음, 인간미는 과학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국가 전략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추구합니다.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의 취지에 따르면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경제, 사회, 환경 모든 측면에서 다음 세대에게 최소한 더 나빠지지 않은 상태를 넘겨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제의 악화를 바라는 정부는 없을 것입니다. 최상의 대안을 추구하기 위해 치열하고 개방적으로 논의할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것입니다. 국제사회에서조차 우리나라의 남성에 대한 여성의 상대적 격차에 관한 지적과 우려가 있습니다.
미국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양성 평등은 남녀 모두를 위한 겁니다. 단순히 공정의 차원을 넘어 모두의 평등을 위한 거죠. 여성의 성공이 남성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여성의 지위를 높이는 건 경제에도, 우리가 일하는 기업과 기관, 사회 전체에도 좋은 일입니다. 남성을 배제하는 거라는 생각은 잘못됐고, 팩트도 아닙니다. 전 세계 모든 남성이 이를 이해했으면 해요.”
평균적 정의(절대적 평등)와 배분적 정의(상대적 평등)가 사안에 따라 적용되어야 진정한 정의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우리 젊은이들은 배워 가장 잘 알 것입니다. 배분적 정의를 역차별이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많이 존재하는 한 여성가족부 폐지는 시기상조임을 우리 모두 깨닫고, 유권자로서 힘을 모아 정책입안자와 입법기관이 깨닫도록 해야겠습니다.
"아들아! 여성인 엄마가 없었으면 너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었다는 걸 과학이 증명해 주고 있지 않느냐? 여성인 엄마도 아들 너와 같은 남성과 같은 수준까지 모든 분야에서 지위가 향상되고, 존중받고, 남녀 모두 행복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네가 앞장서 엄마의 소망을 현실화해줄 수는 없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