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가 10년 20년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음악을 하다보면
밴드 구성원 개개인의 취향의 변화는 너무나 당연한 것일테고
그러한 변화들의 발전적인 수렴을 통해
밴드의 색깔도 조금씩 변화 혹은 진화되는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밴드의 색으로 녹여낼 수 없는 부분들도 분명 있을 터,
그런것들이 해소되지 못하고 각자의 속에 쌓여간다면
개인은 물론 장기적으로 밴드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주겠지요.
그래서 밴드내의 유닛활동이랄까..개인적인 활동들은
특히 오래된 팀일수록 팀에 활력을 줄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브릴리언트 블루의 활동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며 즐겁게 볼 수 있었던 이유도 그런 생각때문이었지요.
그런데 팀이 힘든 상황에 닥쳐 활동을 중지한 상황에서
브릴리언트 블루의 공연을 예매하려니..마음이 너무 복잡하고 무거워서
예매날은 진짜 하루종일 우울하더라구요..
그러던 차에 정말 기적처럼 내귀의 활동 재개 소식이 들리고
무거운 생각들 훌훌 던지고 너무나 기쁜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폭염 주의보가 내린 자비없는 날씨 속에
회사도 매니저도 없이 혁님과 명준님, DRB님의 땀으로
하나하나 준비해 만들어낸 7월의 크리스마스는
작지만 초라하지 않고
은밀하지만 유쾌하고
그로테스크하지만 따뜻한
정말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색깔의 크리스마스 파티였습니다.
촬영이 가능했다면 구석구석 이쁜 장식들 사진도 잔뜩 찍고
우리들만의 유니크한 분위기 영상도 많이 남겨왔겠지만
한편으론, 촬영이 불가능했기에 더욱 더 열심히 보고 느낄 수 있었고
그 자리에 있었던 30명 외에는 누구도 공유할 수 없는 특별한 공연이 되어 뿌듯합니다.
1.Destroyed Stone
2.Trap
3.Fake Picture
Fake Picture 는 브릴리언트 블루의 곡들중에 가장 제 취향이 아닌 곡이라 늘 그저 흘려듣곤 했었는데
후반부의 건반 연주가 원래도 이랬었던 것인가!!
새로 장만하셨다는 건반을 아마 이 곡 후반부에도 쓰지 않으셨나 싶습니다.
매우 잘 어울렸고 그 덕인지 이번 공연에선 Fake Picture 가 완전 마음에 훅 들어왔었습니다
4.Superstar ( Carpenters cover )
5.Roads ( Portishead cover )
6.Karma Police ( Radiohead cover )
이번 공연에서 가장 기대하고 또 동시에 가장 걱정도 했던 곡ㅎㅎㅎ
혁님의 일렉기타 연주를 본 건 2000년대 초 전설의 공연 이후에 이번이 두 번째인데
그러고보니 그때 연주했던 곡도 라됴헤드였었네요.ㅎㅎㅎ
내귀 1집 활동때에는 No Surprises , You , My Iron Lung.. 등등 라됴헤드 커버 많이 했었는데..
톰요크처럼 눈 올려뜨던 혁님 모습이 눈에 선하던..
이제 다음엔 또 몇년이나 지나야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은 레어한 순서였습니다.
이런 레어한 무대를 볼 수 있는것도 브릴리언트 블루 공연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7.포르기네이 ( 내귀에 도청장치 cover )
8.구슬 ( 내귀에 도청장치 cover )
9.흔적
가사만 선공개되었던 신곡
기존의 브릴리언트 블루의 곡들과는 좀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10.제발 ( 들국화 cover )
들국화가 우리나라 락 뮤지션들에게 미친 영향이 지대한 까닭인지
정말 지겨울 정도로 자주, 여러 밴드들의 다양한 분위기의 커버 버전들을 들었었거든요.
제가 들었던 그 수많은 제발의 커버들 중에 보컬 만으로 순위를 정한다면
혁님이 짱이시라고 자신있게 엄지척 하겠습니다!!
11.홍연
앵콜 Creep ( Radiohead cover)
지방 공연을 빼고는 브릴리언트 블루의 공연은 다 갔었는데
그동안의 다양한 공연 장소 중 롤링스톤즈가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타 공연장과 차별되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것은 물론이고
늘 뭔가 아쉬움을 남겼던 사운드 문제까지 싹 해결된!!
롤링스톤즈는 늘 아티스트 맞춤으로 조명이나 음향을 조정해주시는
클럽 관계자 분들의 섬세함과 프로페셔널함에 대만족하고 돌아가게되는 공연장입니다.
사진이 없어서 그냥 셋리랑 간단한 느낌만 적으려고 했는데
주절주절 쓰고싶은 말이 끝도 없이 솟아오르네요..;;;
각설하고 마지막으로
아마도 저와 같은 마음으로 예매일에 우울해했을 소수정예 30명을 위해
스포해주신 내귀의 활동 계획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예상보다 너무나 빨리, 꿈만 같은 내용의 활동 예고를 듣게 되다니!!
아마 제가 전생에 진짜로 나라를 구했나봅니다. 엉엉..ㅠㅠ
근사한 선물을 한아름 안고 돌아간 특별한 7월의 크리스마스
정말로 감사합니다!!!
사운드가 펑펑 비는게 매력이라고 소개하셨던 브릴리언트 블루였지만
공연을 거듭할수록 사운드가 탄탄히 차는 것 같습니다.
이제 내귀가 활동을 시작하면 당분간 브릴리언트 블루의 공연은 뜸해질 지 모르겠지만
더욱 단단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을 믿으며 기다립니다.
Mysterious rei..
첫댓글 아 ~ 촬영금지인거 까먹고 헉님나올줄알고 후딱 들어옴ㅠㅅㅠ
레이님 후기보며 이런저런 감정들의 흐름이 같음에 찡하고 그걸 글로, 말로 표현하는 표현력에 감탄해요! 건강상문제로 못가게된 이번공연 아쉬웠지만 후기보며 위로받고, 내귀도 BB도 응원하며 곧 만날날 기다립니다!^^
부지런한 레이님~ 후기 잘 봤어요~ 저도 무대 셋팅한 사진이라도 찍어둘껄 그랬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