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이의 본명:
뉴욕 공립 도서관에 들어간 두쨋날에는 그야말로 큰 황금 덩어리를 건졌다. 아직까지 한국에 전혀 소개 된적이 없는 소책자 (Book Jacket)인데 조선에 관한 견문록이다.
독일의 Sten Bergman이라는 작가가 어느 해에 조선을 둘러보고 쓴 책인지는 모르겠으나, 책 표지에 나온 조선 노인의 표정은 그야말로 더욱 걸작이다.
황혼녘에 묘한 알듯 말듯한 반 웃음을 지으면서 뭔가 자기 혼자 만이 알고 있겠다는 야릇한 표정이 역력한데 한쪽 눈을 살짝 감은게 이 노인네가 정말 죽여주는 표정을 짓고 있다.
나는 이렇게 한국인 얼굴을 대표할수 있는 가슴 뭉클한 그림은 본적이 없다.
그옆에 조그마한 글씨를 들여다 보니 모두 독일어라 해석이 곤란했다. 학교 다닐때 독일어 공부를 하긴 한것 같은데 2년간 공부 했는지 3년간 했는지 그리고 선생님이 누구였는지도 전혀 기억이 안나니 그야말로 학문 줄기세포가 완전히 파괴 된것 같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억 나는것은 “이히 리베 디히”.
하여간 참을수가 없어 옆집에서 독일어 사전을 펼쳐 놓고 억지로 해석을 해 보았다. 문장은 다음과 같은데 믿거나 말거나라고 주석을 달아 놓은게 특이 했다.
예쁜 아가씨가 서부를 가로질러 차를 타고 가다가 휘발유가 떨어지고 말았다.
그때, 갑자기 웬 흰옷을 입고 장죽을 물은 괴상하게 생긴 인디언이 저 멀리서 말을 타고 와서 주유소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녀를 등 뒤에 태우고 주유소까지 태워다주었다.
주유소에 가는 동안 인디언은 몇 분 간격으로 계속 숨넘어 가는 소리를 내며 섰다가 다시 출발하고 또 섰다가 다시 출발하고는 하였다.
마침내 그녀를 주유소에 내려준 인디언은 아가씨에 윙크를 하고
워! 워! 워! 워! 워! 이럇!”하는 특유의 소리를 내며 말을 전속력으로 달려 돌아갔다.
주유소 직원이 물었다.
“세상에 아가씨가 어떻게 했길래 저 인디언이 저렇게 기분좋아 소릴 지르고 난리죠?”
아가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글쎄요? 난 그냥 인디언 뒤에 앉아 팔로 그를 감싸고 말 안장의 뿔을 잡고 있었을 뿐인데요?”
그러자 주유소 직원이 아가씨를 쳐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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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저 늙은 조선 인디언은 원래 말 안장을 안 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