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랑 어느날 어느때고
어느 날 어느 때고
잘 가기 위하여
평안히 가기 위하여
몸이 비록
아프고 지칠지라도
마음 평안히
가기 위하여
일만 정성
모두어 보리
덧없이 봄은 살같이 떠나고
중년은 하 외로워도
이 허무에선 떠나야 될 것을
살이 삭삭
여미고 썰릴지라도
마음 평안히
가기 위하여
아! 이것
평생을 닦는 좁은 길.
보아요 저 흘러 내리는 싸늘한 피의 줄기를
피를 흠벅 마신 그 해가 일곱 번 다시 뜨도록
비 내리는 죽음의 거리를 휩쓸고 숨 다 졌나니
처형이 잠시 쉬는 그 새벽마다
피를 씻는 물차 눈물을 퍼부어도 퍼부어도
보아요 저 흘러 내리는 생혈(生血)의 싸늘한 피줄기를
이 시는 핏줄기가 흘러넘치는 세상에서 허무를 벗어나 평안히 죽기 위해 일만 정성을 모으는 힘든 길을 살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의 전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어느 때라도 이 세상을 잘 살다가기 위하여 , 마음을 평안한 상태로 살다가기 위해서는 몸이 비록 아프고 지칠지라도 일만 정성을 모아 볼 것이다. 덧없이 봄은 화살같이 빨리 떠나고 중년이 너무 외로워도 이 허무한 상황에서 떠나야 될 것이다. 살이 삭삭 소리를 내며 저며지고 썰릴지라도 마음을 평안한 상태로 죽기 위해서 일만 정성을 모아야 할 것이다. 아! 이것은 평생 동안을 닦는 힘든 일이다. 저 흘러내리는 싸늘한 피의 줄기를 보라. 칠 일간 피를 흠뻑 마신 그 해가 일곱 번 다시 뜨도록 싸늘한 피의 줄기는 비 내리는 죽음의 거리를 휩쓸고 목숨은 다 끝났으니 처형이 잠시 멈춘 그 새벽마다 거리는 피를 씻는 물차가 물을 퍼부어도 핏줄기는 멈추지 않는다. 저 흘러내리는 생혈(生血)의 싸늘한 피줄기를 보라.
이 시를 구절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어느 때고 / 잘 가기 위하여 / 평안히 가기 위하여 // 몸이 비록 / 아프고 지칠지라도 / 마음 평안히 / 가기 위하여 / 일만 정성 / 모두어 보리’는 죽는 때에 마음이 평안한 상태이기 위하여 일만 정성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어느 날 어느 때’는 특정할 수 없는 때로 죽는 때를 말한다. 죽게 되는 때는 대부분 알 수 없다. ‘평안히’ 죽는 순간에 화자가 지니고 싶은 마음 상태를 말한다. ‘일만 정성 / 모두어 보리’는 화자가 자신이 죽는 순간에 평안한 마음의 상태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하는 구체적인 행위이다. ‘일만 정성’은 아주 많은 정성이다. 이 것을 모으려면 항상 정성어린 생활을 해야 한다.
‘덧없이 봄은 살같이 떠나고 / 중년은 하 외로워도 / 이 허무에선 떠나야 될 것을’는 세월이 덧없이 지나가고 중년의 자신이 너무 외로워도 허무한 상태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덧없이’는 아무런 보람이나 얻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봄은 살같이 떠나고’는 봄이 화살이 활을 떠나듯이 엄청 빨리 지나갔다는 것이다.
‘중년은’ 화자의 나이대를 말한다. ‘하’는 ‘너무 많이’이다. ‘외로워도’는 화자의 감정상태이다. ‘이 허무’는 봄이 덧없이 빨리 지나간 것에서 느끼는 화자의 감정이다. 화자는 이 허무에서 벗어나야 ‘일만 정성’을 모을 수 있다.
‘살이 삭삭 / 여미고 썰릴지라도 // 마음 평안히 / 가기 위하여 // 아! 이것 / 평생을 닦는 좁은 길.’는 자신의 살이 칼로 저며지고 썰리는 아주 고통스러운 상태를 맞이할 지라도 마음이 평안한 상태로 죽기 위해서는 일만 정성을 모으는 아주 힘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살이 삭삭 / 여미고 썰릴지라도’는 화자의 살이 날카로운 칼에 삭삭 소리를 내며 작은 조각으로 저며지고 썰어질 정도의 아주 고통스러운 일을 당할지라도 죽을 때에 ‘마음 평안히 / 가기 위’해서는 외로워도 허무에서 벗어나야한다는 것이다.
‘아! 이것’은 ‘일만 정성’을 모우는 것이다. ‘평생을 닦는 좁은 길.’은 ‘일만 정성’을 모우는 길은 평생 동안을 행하며 가야할 삶이고 그 삶은 어려운 고통스런 삶이다.
‘보아요 저 흘러 내리는 싸늘한 피의 줄기를 / 피를 흠벅 마신 그 해가 일곱 번 다시 뜨도록 / 비 내리는 죽음의 거리를 휩쓸고 숨 다 졌나니 / 처형이 잠시 쉬는 그 새벽마다 / 피를 씻는 물차 눈물을 퍼부어도 퍼부어도 / 보아요 저 흘러 내리는 생혈(生血)의 싸늘한 피줄기를’은 화자가 처한 현실의 상황을 비유로 말한 것이다. 화자가 있는 상황이 피가 흘러 내리는 죽음의 거리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인터넷에 게재된 시나 <영랑을 만나다>(이숭원, 383쪽, 태학사, 2009)에 없고 종합출판 범우(주)에서 발행한 <김영랑 시집>(2015) 112쪽에 실려 있다. 본래 시의 일부분인지, 나중에 발견된 부분인지 필자는 알 수 없다. 이숭원이 정리한 작품 연보에는 1950년 3월에 발행한 <민성(6권 3호)>에 실린 시라 한다.
‘피를 흠벅 마신 그 해가 일곱 번 다시 뜨도록’은 죽음의 처형이 일주일간 계속되었다는 것이다. ‘피’는 사람을 죽이는 ‘처형’으로 인해 생긴 것이다. 아래 구절에 ‘죽음’과 ‘처형’이 근거이다.
‘비 내리는 죽음의 거리를 휩쓸고’의 주체는 ‘처형’이다. 1950년 또는 49년에 근대사에서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50년 3월 이전의 사건에서 대대적으로 사람을 죽인 사건을 찾지 못했다. ‘비 내리는’은 시에서 암울한 상황과 슬픈 감정을 표현하는 시간적 배경이다.
‘숨 다 졌나니’는 목숨을 가진 것은 다 죽었다 것이다.
‘그 새벽마다’는 죽음의 처형이 일어났던 일주일간의 새벽이다. ‘피를 씻는 물차’는 처형으로 인하여 흠뻑 피를 머금은 거리의 피를 씻는다. 그 ‘물차’가 퍼붓듯이 뿌리는 것은 ‘눈물’이다. ‘저 흘러 내리는 생혈(生血)의 싸늘한 피줄기를’는 죽음의 처형으로 인하여 흘러내리는 피가 너무 많아 ‘피를 씻는 물차’로는 씻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건인지 엄청난 목숨이 처형되어 죽었다는 것을 말한다.
느낌
사람이 살다가 죽을 때는 평안하게 죽기를 바란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 날마다 정성으로 살아야한다. 그러나 그 길은 어렵다. 어렵기에 정성 없이 그냥 살기를 택한다. 나도 그렇게 살고 있다. 정성스럽게 살아야한다 것은 알지만 실천하기가 참으로 어렵다.20180219월후0259동생이혼수상태죽음만기다린다목숨의허무함전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