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숲길과 차마고도를 함께 품은 김해 옥녀봉 탐방기
최홍구
1. 일 시 : 2018. 10. 3.(수) 09:00~
2. 목적산 : 김해 옥녀봉(강서구 금병산, 풍상산)
3. 산행코스 : 조만포 버스정류장-철계단-헬기장-127봉-금병산-옥녀봉 삼거리-옥녀봉-태정고개-작은 옥녀봉-전망바위-무금티 고개(생태통로)-풍상산-253봉-송정탑-이조참판 문화유공비-풍진식품기계-지사산단입구 정류장(탐방거리-약 10km, 휴식포함 산행시간- 7시간 40분 소요)
4. 참석자 : 고영호, 구모신, 김종기, 노정동, 박유현, 박종탁, 박중규, 오준복, 이정수, 이진화, 최홍구, 하경화, 한지협 등 13명
5. 탐방후기
이번 근교산행은 오랜만에 서부산 지역에 있는 산을 찾다가 산 정상이 김해 장유면에 위치한 옥녀봉을 탐방하기로 하였고, 추석연휴가 끝나자마자 언론사 안내된 지식을 바탕으로 급하게 근교산행 계획을 알리자 몇몇 회원들이 술렁이었다. 산행에 참가는 하고 싶으나 산행코스가 너무 길고 산행시간마저 5시간을 넘어 몸에 무리가 온다고 걱정하며, 참가할까 말까를 몹시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나 신민주 회원을 제외하고 예상외로 많은 회원들이 참가신청을 해 주었고, 갑작스런 일이 생겨 참석하지 못한 4명 대신 신청하지 않은 회원들이 참석해줘 결국 13명의 회원이 산행하게 되었다.
망미동에서 전철을 이용해 9시가 조금 넘어 220번 시내버스가 서는 하단역 시내버스정류장에 도착하였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산행 초입으로 이동하기 위해 배차간격이 40분인 9시 10분에 출발하는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9시까지 하단역 3번 출구 스타벅스 매장 앞으로 모이라고 당부를 했건만, 버스가 떠나기 직전까지 도착하지 않은 회원이 있어 가슴을 졸이기도 하였고, 다행이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 가까스로 도착하여 신청한 모든 회원들의 함께 산행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승객들이 시내버스에 오르자마자 운전기사는 즉시 출발하였다. 강서구 조만포 버스정류장에서 도착하니 9시 35분이다. 버스정류장 인근에는 대규모의 토목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공사장 안전담장에 둘러싸인 7~8미터 높이의 철제장벽에 가로막혀 산행초입이 어딘지 알 수가 없었고, 공사장 바로 왼쪽이 산행초입인데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려 산행총입을 찾기 위해 무턱대고 진영 방향으로 찾아가보는데, 자가용을 이용하여 현장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오준복, 한지협 주무관이 초입은 반대편 삼거리 쪽에 있다하여 다시 되돌아왔다. 산행초입은 조만포 버스정류소에서 뒤쪽 삼거리 장유방향과 거제방향의 도로 오른편 곡각지점에 있었고, 초입은 가파르게 세워진 철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철계단 바로 옆에는 금병산 생태숲길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산 입구는 공사장 소음에다 과속으로 달리는 차량 소음이 더해져 옆 사람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없었고, 차량의 매연까지 심해 우리는 지체 없이 철계단을 올랐고, 매연과 소음은 능선 숲속 가운데에 들어서고서야 겨우 사라졌다.
이날 우리가 처음 찾은 곳이 강서구에서 조성해 놓은 금병산 생태숲길로 말 그대로 한번쯤은 걸어보고 싶고, 다녀가고 싶은 그런 길이다. 길바닥의 스펀지 같은 폭신폭신한 흙길은 말할 것도 없고, 나지막이 오르내리는 길, 나무와 숲으로 쌓인 길은 마치 원시자연 그대로의 푹신함과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숲길로 옥녀봉을 지나 풍상산으로 이어지는 생태통로까지 굽이굽이 이어져 있다.
지루하지 않게 오르내리는 산길이 반복되고 있고, 주위 풍경이 숲에 가려 시원한 전망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은 있지만 생태숲길을 걷는 동안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 낙엽과 수풀이 깔려있는 산길은 흙이 아닌 마치 솜털을 살포시 흩어놓은 듯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런 길을 걸으니 산행으로 인한 피로는커녕 발걸음을 더 가볍게 해 주며, 더 즐겁고 행복하게 해 준다. 나뿐만 아니라 이진화 회원과 오랫동안 산을 찾지 않아 몸이 많이 불은 하경화 회원은 산행코스가 너무 좋다고 연신 감탄을 하며, 나중에 풍상산에서 맞을 고통은 전혀 예측도 못하고 이곳을 올 수 있게 해 주어 정말 고맙다고 앞으로 근교산행에 자주 참석하겠다고 했다.
오늘 우리가 찾는 목적산 옥녀봉은 금병산생태숲길이 거의 끝나가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옥녀봉으로 가는 도중 갈림길에는 어김없이 이정표가 세워져 있고, 옥녀봉을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면 산행하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고 산행 난이도도 보통이라 초보자도 찾기 좋다.
산행하다 옥녀봉 0.9km 전방에 위치한 갈림길 이정표에는‘옥녀봉’과‘길 없음’이라고 표기되어 있는데,‘길 없음’방향으로 2~3분 정도 걸어가면 밋밋한 봉우리가 나오며 이곳이 바로 큰 옥녀봉 정상으로 김해 장유면에 위치하고 있다.
옥녀봉 정상을 올랐다가 갈림길로 되돌아와서 이정표 옆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하였다. 점심으로 일반적인 백미 밥과 집 반찬으로 도시락을 싸 가지고 온 회원, 볶음밥을 만들어 가지고 온 회원, 삶은 달걀과 고구마, 단감 등 간단한 음식으로 준비해 온 회원도 있었다.
이정수 교장은 이번에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족발을 동래시장에서 사 가져왔고, 고모신 회원은 우리들을 위해 900ml나 되는 일본전통술 샤케 2병을 가져와 나눠 먹는다고 박유현 회원이 가져온 4홉들이 대선소주를 다비우지 못하고 하단 식당에서 저녁식사 할 때에 마저 비우게 됐다.
점심을 먹고 난 뒤 곧바로 옥녀봉을 찾았다. 이정표에서 가리키는 옥녀봉은 작은 옥녀봉으로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이 아닌 오던 길목에서 약간 위쪽으로 가서 능선 길을 따라가면 쉽게 들렀다 올 수 있는데, 이정표 방향 따라 가다보면 작은 옥녀봉 정상은 바로 쉽게 찾을 수 있으나 나중에 풍상산으로 가는 방향을 잡는 데는 많이 헷갈리므로 꼭 주의가 필요하다. 이정표대로 옥녀봉에 갔다가 풍상산으로 가려면 옥녀봉 정상에서 2~30m 되돌아와 남쪽 능선으로 바로 직진하면 된다. 이곳에서 얼마가지 않으면 금병산 생태숲길이 끝난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부터는 찾는 사람도 없고 낮은 잡목이 우거져 수풀들이 산길을 막고 있어 길을 헤쳐 나가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니 주의해야 한다.
금병산을 내려오고 풍상산으로 가는 길목에서 아래를 바라보면 두 산을 분리하듯 남해고속도로 지선이 놓여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금병산에서 풍상산으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고속도로 위로 설치된 생태통로를 건너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너무 방심한 탓일까?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우측에 있는 산행 길을 찾아 탐방했어야 했는데, 시간과 거리를 빨리 단축해 가려고 너무 성급하게 좌측 비탈면으로 비스듬히 산길을 만들어 가려던 게 잘못이었다. 도로 옆 가파른 비탈면을 길을 만들며 계속가도 길은 나타나지 않았고, 무성한 가시덤불과 잡목들로 빼곡히 엉켜있는 숲은 우리의 발걸음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이런 숲속을 걷다보니 나 자신도 지쳤고, 다른 회원들도 지치고 무척 힘들어 해 잠시 쉬기로 하였다. 하필 쉬는 장소가 밤나무숲 안이라 회원들은 바닥에 떨어진 밤들을 줍느라고 부산을 떨었고, 박종탁 과장은 주운 밤을 한주먹 가득 노정동 국장에게 건네주니, 노 국장은 밤과 도토리는 산짐승들의 겨울양식이라며 도로 바위 위에다 놓아두는 바람에 멋쩍어 하는 박 과장의 모습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잠시 휴식을 마치고 길을 찾아도 길이 나타나지 않아 하는 수없이 잡목들을 헤치고 산을 오르고 능선에 올라서고서야 우리가 걸어온 반대편인 생태통로 오른편으로 이어진 산길을 보았다. 후회를 해봐도 엎지러진 물이라 나와 박유현 회원은 그저 웃기만 했을 뿐이었다.
풍상산은 금병산과 달리 바위산으로 잘게 부서진 돌들이 땅바닥에 넓게 깔려있고, 굴러내려 길이 미끄럽고 쉽게 넘어지기가 쉽다. 또 사람들이 오래 찾지 않아 그런지 방금 보이던 길도 금방 사라지고 희미해져 이곳인가 저곳인가 몹시 망설여지는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이런 연유로 풍상산 산행 길을 차마고도라고 부르는 게 아닌가 추측된다.
어렵사리 풍상산 정상을 올랐다가 하산할 때, 이런 길이 계속 반복되어 나와 박유현, 박종탁, 오준복, 한지협 회원이 길을 찾으며 앞서 내려가며 나머지 회원들에게 천천히 뒤따라 내려오라고 알렸음에도 노 국장을 비롯한 나머지 회원들은 우리가 길을 찾은 다음 데리려올 거라고 믿고 기다리다 지쳐 결국 다른 길로 내려가게 되었고, 하산하다 중간에서 기다리던 나와 박유현 회원이 회원들을 찾아 나섰지만 찾지 못하였다. 산행종점이 가까운 이조참판 문화 류씨 묘 앞에서 40분이 넘는 시간을 기다리다 산행 종점인 ㈜풍진식품기계 회사로 내려가니, 뒤처졌던 노정동, 김종기 회원 일행은 우리들 맞은편에서 피곤함이 잔뜩 묻은 얼굴로 내려오고 있었다.
오전에 산행이 시작되고 얼마되지 않아 금병산 생태숲길을 걸을 때 정말 좋다고 즐거워하던 이진화, 박중규, 하경화 회원의 얼굴엔 웃음기가 싹 가시고 없었고, 우리에게 내뱉는 말투에는 불만과 짜증스러움이 가득했다.
올바르게 산행을 안내하지 못한 나로선 이런저런 변명을 하였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고, 미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끄러운 돌길에도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내려와 준 회원들이 고마웠다.
우리보다 먼저 내려간 박종탁, 오준복, 한지협 회원들을 찾으니 보이지 않아 걱정이 되었는데, 저녁시간에 약속이 있어 먼저 출발한다고 카톡으로 메시지를 남겨 놓아 안심이 되었다.
당초 5시간 반으로 예상했던 산행이 7시간 반을 넘게 산행을 했으니 힘든 산행은 분명했다. 금병산은 이정표가 그런대로 잘 정비되어 있어 즐겁고 수월하게 산행을 할 수 있었지만, 풍상산은 자잔한 돌이 깔린 미끄러운 바닥에다 그 흔한 산악회의 산행 시그널조차 없어 힘이 든다. 산행에 도움이 될 만한 거라고는 한전에서 철탑을 찾아가기 위해 간간이 나무에 묶어놓은 한전시그널이 전부다.
또 적절한 탐방 강도, 적당한 거리와 시간의 산행을 원한다면 이번 산행코스에서 풍상산 코스를 제외하고 금병산 생태숲길만 걸으면 큰 무리 없이 산행할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우리는 먼저 출발한 세 회원을 뒤따라 집으로 가기 위해 미음산단을 가로질러 하나은행 앞 버스정류장에서 강서구 12번 마을버스를 타고 하단역까지 이동하였고, 하단역에 도착한 다음 이정수 교장과 이진화, 하경화 회원은 피곤에 지쳐 곧바로 집으로 향했고, 나머지 회원들은 인근에 있는 돼지국밥집에 들러 소주를 곁들인 저녁식사와 함께 씁쓸한 이날의 근교산행 일정을 모두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