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의 민물낚시 체험담
사업목적으로 해외 나들이를 나갈 때 마다 평소 끔직이 좋아하는 낚시를 해볼 궁리를 해 보지만 빠듯한 일정과 언어장애, 여건상의 불합리 등으로 입맛대로 못하고 돌아서기 십상이다.
일본 여행 시에도 궁리 궁리 끝에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던 쓰라린(?) 전철을 생각하면서 이번 대만 방문 때에는 아예 비행기가 육지 가까이 가면서부터 아예 목을 길게 빼고 낚시터 찾기에 열을 올린 결과 꽤 많은 야외 민물 낚시터를 찍어(?) 놓았다.
<움 ~ 그래, 공항 근처에 꽤 많구먼...>
허나 언제는 낚시터가 없었던가.
예외 없이 바쁘게 설치던 끝에 비행기 타고 돌아올 날짜가 닥쳤는데 지난밤 늦게까지 강행군한 사업 미팅에 퍽이나 지쳤으련만 아침 일찍 잠이 깨어 낚시터 가고픈 맘이 꿈틀거린다. 동행한 송 사장을 흔들어 깨운다.
“송 사장, 송 사장, 그냥 갈꺼요? 낚시 한번 해봐야지, 얼른 일어나 봐요” 허나 나만큼이나 낚시를 좋아하는 송사장이건만 잠자는 것이 더 급한 모양.
“이사장님이나 다녀 오세요 전 그냥 잘랍니다. 끄응 ~” 하더니 돌아 눕는다.
同行人을 남겨두고 혼자 즐기는 것이 쬐끔은 찔렸으나 그래도 반쪽이나마 승낙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급히 행장을 꾸렸다.
낚시 대가 있나, 미끼가 있나, 어디 가서 무슨 고기를 잡아야 하는 줄 아나.
그러나 호텔로비에서 일단 부닥쳐 보기기로 한다.
몇 번을 항고렌(한국인)이라고 힘주어 말해줬는데도 후런트 아가씨는 변함없이 “오하이오 고자이 마쓰”다
이런 제기럴! 지레 일본사람으로 단정했던 모양인데...
워시 항고렌!! (난 한국사람 이란 말야) 이마에 굵직한 주름을 몇 개 긋고 힘주어 말했더니 “감싸 ~ 어쩌구 ” 하며 딴에는 한국말을 해보겠다고 하나 한 단어 만에 막혀버리고는 썩은 미소를 날리며 꽤나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어렸을 때부터 반공방일(反共防日)을 교육받은 필자로써 외국에서 일본인 취급받는 것은 매우 기분 언잖은 일이다.
대충 영어, 중국어, 보디 랭귀지 까지 짬뽕을 해서 낚시터가 어디냐 여기서 얼마나 머냐 등을 물었더니 잘 모르겠다며 저희 동료들한테 진땅 마른땅 물어도 대답이 신통찮은 듯 두 팔을 벌리고 머리를 잘래 잘래 흔든다.
비행기 탈 시간은 닥아 오고 있는데 한가롭게 장소 묻고 있는 것이 아까 와서 무조건 택시부터 잡아 달라고 했다.
단, 영어를 아는 사람을 잡아 달라고, 두세대의 택시가 손을 흔들며(영어 모른다고) 방구소리만 빌빌 흘리며 떠나간 뒤 겨우 겨우 짧은 영어나마 하는 택시를 잡는데 성공, 후런트 아가씨가 매우 걱정되는 얼굴로 배웅하는 것을 뒤로 두고 일단 택시를 움직여 놓고 본다.
마침 택시기사는 낚시를 좋아한단다. (워매 좋은 거)
시간 거리는 편도 30분 정도 왕복 1시간 소요, 목표: 옥외 유료 낚시터, 가격은 3시간에 한국돈 만원 정도다
<시간은 고기다. 이 친구와 헤어지기 전에 빨리 빨리 정보를 입수해야한다>는 긴박감속에 따발총 쏘듯 질문을 던져댄다.
비행기 시간 때문에 딱 3시간의 여유밖에 없으니 마음이 이만저만 바쁜게 아니다.
“미끼는 얼마나 크게 해야 하니 ? ”
기사는 기아에서 손을 떼고 자기 손가락 끝을 짚어 보인다.
대충 꿀밤 만하게 얘기하고 있다.
“고기 종류는 무엇 무엇 무엇 무엇이 있는가?”
그는 중국말을 뭐라고 쭝얼거린다.
<젠장, 내가 알아 먹을 수가 있어야지>
영어로 얘기 해 달라니까 한참을 머리를 갸우뚱 거리더니 뒷통수를 몇 번 긁고는 종이와 연필을 달란다.
종이에 써 놓은 글짜 인 즉 福壽漁, 鯉魚 鰱魚라고 써준다.
鯉魚는 잉어인줄 익히 알고 있고, 謰魚는 대충 연어로 눈치로 때려 봤지만 복수어라니? 잘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민물도미(역돔)를 말 하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얼마나 큰 고기를 잡아 보았니?” 하고 물으니 약 45cm정도가 자기가 잡은 가장 큰 고기라 한다. 그러면서 당신은 얼마나 큰 고기를 잡았느냐고 반문한다.
평소 거짓말은 즐기지 않으나 이 중국사람 코를 납작하게 하려면 별 수 없다. (하느님 죄송합니다.)
“한 1m정도 되지요” 기사의 입이 튿어 지면서 우악 ~ 소리가 난다.
“한국엔 그렇게 큰 고기가 많은가 보죠?” 하기에 <에라 내친걸음이다>
“그럼요 큰놈은 1m 50정도 되는 놈들도 꽤 있어요.
순간 기사의 입이 다시 벌어진다. <당연하지>
수없이 많은 오토바이 출근자 숲을 헤치고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
대뜸 관리인에게 “Can you speak English?” 하니까 “뿌(不)!” 란다.
영어 할 줄 아는 택시기사에게 늘어 붙을 수 밖에, 원래 낚시 대도 빌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통사정해서 (외국인임을 강조했음) 겨우 한대를 빌렸는데, 받침대는 또 다시 한참을 얘기해야 내 놓는다. (밥 먹자고 하면 반찬은 따로 먹는 사람들인지...?)
받침대는 앞 꽂이와 뒷 꽂이를 같이 연결해 놓았는데 아주 편리하게 되어있었다.
미끼, 그래 미끼를 줘야지.
미끼는 써비스란다 대만 돈 40元(한국 돈 약 천원) 이라고 정가가 써 있고 크기는 비행기에서 주는 물 통 만 한 프라스틱 그릇에 아예 개놓은 어분(냄새가 그렇다)을 뚜껑까지 해서 팔고 있다.
자! 이젠 낚시를 할 차롄데 말이 통하질 않으니 영어 할 줄 아는 기사를 놓치면 큰일이다. 낚시도 중요하지만 비행기를 놓치는 것은 아주 아주 큰 문제, 따라서 호텔까지 돌아갈 교통편이 문제다. 일단 붙잡아 놓기 위해 꼬셔 보았다. “같이 낚시 합시다.” 하니까 교대해야한다고 않 된다 한다. 그러면 10시에 다시 올 수 있냐 하니까 CALL택시를 불러 주겠단다. “할 수 없지 그렇게라도 조치해주고 먹을 물하고 손 닦을 걸레하고 그런 등등을 좀 준비해주라” 하고 머슴부리 듯 떼 맡겨놓고 물가로 다가갔다.
<시간은 고긴데...> 6월 13일 (목) 아침 7시였다. 남국의 찌는 햇볕에 머리 뒷 꼭지, 등, 허리 할 것 없이 사정없이 땀 줄기를 뿜어낸다.
“어이! 파라솔도...”
약 500평 정도 되어 보이는 저수조가 3개 있는데 가운데 것은 아마도 양어시설인 것 같고 관리 동 바로 앞엔 낚시한 흔적이 별로 없다.
평일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다.
대충 눈치로 포인트라 됨직한 곳(가장 지저분 한곳)을 자리 잡고 의자를 당겼다.
의자는 프라스틱제로 유치원 학생들 앉는 크기인데 너무 약했다.
“뿌지직” 이건 의자 부서지는 소리다.
힐끗 뒤를 돌아다 보았다.
전형적인 중국인 모습의 매우 풍만한 주인장은 보이지 않고 애꿎은 운전기사만 땀을 비오 듯 흘리면서, 뜰채, 물, 손걸레 등을 들고 오고 있다.
얼른 다른 의자를 가져다가 정좌를 하곤 찌를 맞춰 보았다.
2간 정도 되는 길이의 그라스 롯드에 찌 모양 까지는 우리와 비슷한데 채비가 이상하다.
목줄 길이가 80cm, 40cm 되게 바늘 두개를 매놓았고 추는 편납이었다.
<띄울 낚시인가 보군> 헌데, 바늘이 맘에 들지 않았다.
인천 앞바다에서 망둥이 잡을 때나 쓰는 15호가 훨씬 넘는 바늘인데다가 미늘 마져 없는 것이 아닌가.
<고기를 못 잡아 내게 하는 수법인가?> 하면서 수심을 재보니 약 2.5m ~ 3m정도다
처음 한 시간 동안은 찌 놀림도 모르겠고 찌 맞춤도 몰라 헛챔질의 연속이다.
주변을 훑어 찾아낸 납 덩어리를 더 붙여서 영점 조준 한 뒤 계속 품질 했으나 묵묵부답 가만 생각해보니 목줄이 길다는 것은 적당히 띄워야 한다는 것 같아 편납을 다시 뜯어냈다. 미끼도 크게도 해보고 작게도 해 보았으나 역시 묵묵부답, 바늘이 워낙 큰 가해서 주변을 다시 훑어보니 남들이 쓰다가 놓고 간 바늘이 크기가 다양한 채 여러 개 있었다.
모두 주워다 놓고는 평소 붕어 낚시 때에 즐겨 쓰는 7호정도 크기의 바늘을 주워 위쪽 바늘을 바꿔 달아 본다.(하나같이 미늘이 없는 것으로써 주인장을 의심한 것이 조금 미안)
입질인 것 같다.
드디어 입질!
향어 입질 같이 한마디 정도 올리는 듯 싶다 가는 옆으로 조금 밀고 간다.
심호흡 아니 호흡정지 끝에 힘차게 챘다.
묵직~하다.
그러나 재래종 잉어 같이 힘차게 째는 맛은 없다.
조금 버틸 듯 하다가 바로 모습을 보인다.
허긴 미늘이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 고기를 놀려 볼 엄두도 못하고 무뽑 듯 채 올렸으니 그럴 만도 하다.
약 40cm가량 되는 민물도미 같다.
놈은 수면가까이서 한바탕 물탕을 튀어 기어코 넥타이 차림의 양복장이 옷을 더럽히고 만다,
여유만만하게 낚시 대를 꼰아 쥐고 만족한 웃음을 씨 ~익 날리며 관리실을 돌아 봤으나 관리인도 택시기사도 아무도 없다.
새삼스럽게 먼먼 타국에 홀로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뜰채로 퍼 올리는데 뒤늦게 앙탈이 심하다. 각종 지느러미를 빳빳하게 세우고는 바다의 감성돔이 그렇듯 파~ 다다닥 거린다 겨우 겨우 살림망에 넣긴 했는데 양쪽손이 따갑다.
시간이 없다고 서두른 탓에 왼손에 두 군데 오른손에 한 군데 도합 세 군데가 찢어지고 찔리고 해서 고기에게 복수당한 꼴이 되었다. (나중에 호텔에 돌아와서 일회 반창고를 달랬더니 한 개에 만원 달란다. 세상에나...)
이젠 대충 찌 놀림도 파악되었고 밑밥도 줄만큼 주었으니 서둘러야 할 차례다.
시간이 없다.
왜 낚시터에만 갔다하면 그렇게 시간이 없는지...
담배 한대를 부지런히 불붙여 맛있게 쭈 ~욱 빨아 대-는-데,
이크! 이번엔 사정없이 내리 꽂는다
어김없이 챔 질을 했는데 막무가내 오른쪽으로 차고 나간다.
열모금은 더 피울 수 있는 아까운 담배를 얼른 뱉어내고 긴장하는데
이건 보통 힘이 아니다.
길게 겨루고 자시고도 없이 투 - 욱 팬티 끈 끊어지는 허망한 소리와 함께 낚시 대와 함께 만세를 불러댄다.
초릿대와 본 줄의 연결 부분이 끊어진 것이다.
<급한데 이건 또 웬 사건인고>
부지런히 관리실로 뛰어가니 아이고 이 양반들 그 특유의 <만만디>가 아니가.
아들인지 종업원인지 웬 젊은 녀석이 한참만에야 줄을 찾아오더니 초릿대 끝에 조금 엉켜 붙은 낚시 줄을 푼다고 꼼지락 꼼지락 하고 있다.
“콰이 콰이(빨리)” 하니까 주인이 “콰이” 하건만 종업원은 여전히 <안 콰이, 못 콰이>다. 낚시대와 낚싯줄을 낚아 채고는 손짓으로 찌고무 편납, 바늘을 빨리 가져 오라고 했더니 한 ~참 만에야 이 구석 저 모퉁이에서 한 개씩 찾아서 가져다 준다.
<으이그, 속 탄다. 속 타> 겨우 겨우 채비를 정돈해서 시계를 보니 불과 40여분 남았다. <에라 시간을 연장해? 말어?>
그러나 혼자도 아니고 일행이 있는데 비행기 시간을 어길 수야 없지 않은가, 더구나 타이페이의 교통체증도 서울 못지 않은데, 외국에서 날라 온 “꾼”에 대한 답례인지 철수 예정시간 약 10분을 앞두고 드디어 입질이 왔다.
이번에도 약간 올리는 듯 싶더니 옆으로 슬금슬금 이동한다.
으라챠! 여지없이 항고랜의 실력을 과시하며 자랑스럽게 들어 올리는데 고맙게도 아까 데려다준 택시기사가 손을 흔들며 등장한다.
“쒜쒜! ” 했더니
살림망이 무척 궁금한지 조심스레 살림망을 들어 보더니 엄지 손가락을 천당 방향으로 세우고 흔들어 댄다.
오른손으로는 포로를 휘어잡고 왼손으로는 아까부터 찌를 끌고 다니는 아까 줄 끊어먹고 도망간 놈을 가리켰다.
“한번 건져 보시구랴! ” 하니 처음엔 사양하더니 뜰채를 들고 쫓아간다. 그러나 그 녀석은 요령 있게 잘 피해 다닐뿐더러 뜰채가 닿지 않는 한 복판에서만 회유해서 끝내 <자태?>를 보여주지 않았다.
아까 당해본 경험도 있고 해서 조심에 조심을 다해 두 번째 포로를 수용소에 가두며 씨알을 보니 그저 비슷했다.
시간만 여유가 있었다면 줄을 끊고 도망간 놈을 낚싯대로 후려 내련만 웬수 같은 시간 때문에 미련을 물속에 담구어 놓은 채 돌아섰다.
택시기사는 교대중이라며 친절하게도 자기가 타고 온 오토바이 뒤에 타라하며 자기의 주소와 통화가능 시간을 알려준다. 다음에 대만 오거든 멋진 곳에 함께 가자며....
대만의 고기들이여 안 - 녕
다시 만날 때까지 안 – 녕.
1990년 판토마=이 갑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