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본행경 제5권
24. 탄정광불품(歎定光佛品)
지난 세상부터 백 가지 복을 심어
천 개 바위가 험준하기 끝이 없듯이
지혜의 시냇물 골짝은
매우 깊어 헤아리지 못할레라.
온갖 입으로 말씀하는 바람으로는
능히 기울이고 움직이지 못하리.
선에 들어앉음은 태산과 같아
능히 굴리거나 옮기지도 못한다네.
마치 푸르고 검은 구름 속에
번쩍번쩍 번갯불이 빛나듯이
갖가지 보배의 온갖 꽃 일산이
허공 가운데서 돌고 있었네.
그때 아난은 이런 상서를
일찍 본 적이 없어
뛸 듯이 기쁜 마음으로
무릎을 꿇고 부처님께 여쭈었네.
“여러 가지 하늘꽃이 매우 묘하여
생각이 있어 부처님께 공양하듯
마치 나무숲이 말 떼[群野馬]를 만나듯
설산 가운데 온갖 꽃 향기 나무가
그 얼굴 천 잎을 나부껴 연꽃 빛같이
세속의 물로써 더럽히지 못하듯
보고 듣기 매우 어려운
우담바라꽃 같으니
원하옵건대 이 꽃의
상서(祥瑞)를 널리 펴 일깨워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미묘하고 깊고 청정한
범천의 음성으로 중생들의 잠을 깨워
두루 삼천대천세계를 이익케 하는지라
자비로운 마음으로 아난에게 이르셨네.
‘과거 수없는 겁에
한량없이 착한 덕으로 상호를 장엄해
마치 횃불로써 어둠을 없애듯이
바른 법의 밝음으로 어리석음의 어둠을 없앴다네.
지난 옛날 부처가 있었으니 정광(定光)이라 하였네.
삼천세계 모든 성인의 스승으로
일체 지혜가 큰 바다와 같고
마음이 허공과 같이 걸림이 없었네.
6도(度)의 뿌리가 매우 깊고 굳으며
10력(力)의 줄기가 매우 크고 억세어
4무소외(無所畏)의 네 개의 큰 가지와
32상의 상호(相好) 적은 가지
세 가지 밝게 통달한 지혜의 싹도 미묘하고
80종호(種好)의 부드럽고 묘한 잎
자비의 그늘은 무척 청량하였고
7각의(覺意) 꽃과 금계(禁戒)의 덕이 향기로웠네.
말하는 대로 꽃이 피어 4제의 좌대(座臺)를 나타내어
네 가지 도를 증득한 열매가 향기롭고 아름다워
천상의 인간이 법을 즐겨 마치 꿀벌이 모이듯
부처의 나무 꽃의 꿀을 먹었다네.
그 꽃향기를 맡고 나무 열매를 먹은 사람은
해탈의 맛으로 배부르고 넘쳤네.
과거세로부터 부처되기를 원하여
부지런히 행하였으므로 그 과보가 나타나
법의 약 감로 단 미음을 얻어서
일체 중생의 오래도록 목마르고 굶주림을 배부르게 하였네.
대비(大悲)의 뜻을 구하는 원을 내어
화엄(華嚴) 큰 성에 들어가려 하여
처음으로 발을 들어 성 문지방을 밟을 때
땅 귀신은 곧 엄숙하여 메었네[擔].
삼천대천 부처의 세계는
뛰놀아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며
꽃비가 땅을 덮고 모든 하늘이
허공을 채우며 음악 소리는 우레와 같았네.
하늘의 옥녀들은 악기를 치고 노래하며
여러 겁을 쌓은 부처님의 공덕 상호를 찬탄하고
날짐승도 크게 기뻐 서로 울부짖으며
그릇도 서로 부딪쳐서 노래 소리를 이루었네.
부처님과 제자들은 위의도 조용해
마치 둥근 달이 뭇 별과 함께 있듯
백복(百福)의 덕상(德相)은 낮과 같이 빛나고
미묘한 상의 바퀴는 천 개 무늬로 이루어
발로 땅을 밟자 자취가 찍힌 듯
천 개 수레살 무늬가 미묘하고 밝았네.
6정(情)의 말을 조련하여
6도(度)의 멍에를 메우고
보시와 지계의 수레[輦與]는
자비의 곁채와 기쁨의 집이어라.
선정의 뜻으로 어자(御者)를 삼고
8정도(正道)의 큰 깃대와
적멸의 지혜 법바퀴와
4등심(等心)으로 일산을 삼았네.
일체 지혜의 관을 쓰고
7각의(覺意)의 영락을 걸고
대비(大悲)로 빨리 달려서
무위(無爲)의 도성에 이르시어
미묘한 법을 나누어 펴시고
일체 중생을 고르게 건지므로
길을 가도 조용히 아담하고 좋아
천 개의 태양이 동시에 나온 듯하였네.
해가 처음 산언덕에 솟으면
못의 연꽃이 활짝 피어나듯
정광불(定光佛)도 또한 그때
일체 중생들 마음의 꽃을 피웠네.
그때 부처님께서는 마음으로
중생들이 사무쳐 봄이 없는 줄 생각하시고
유리로 성을 화작(化作)하여서
중생들을 환히 보게 하셨네.
일체 중생이 멀리서 부처님을 보자
각각 거울을 서로 보듯이
사람들이 구름 모이듯 길을 메워
천하를 움직이고 사해를 진동시켰네.
그때 바라문의 아들이 있으니
재주가 뛰어나고 슬기로우며
귀족으로 이름이 높았는데
그의 이름을 선사(善思)라 불렀나니
비로소 부처님 이름을 듣고
뛸 듯이 기뻐서 털이 곤두서면서
널리 쇠갈고리에 끌려가듯이
세속을 떠나 도량으로 향하였네.
여러 겁을 지나며 공덕을 쌓아
착한 근본을 이어지게 하였으므로
일체 지혜를 밝게 깨쳤으니
꽃이 아침 햇빛에 피어남 같았네.
멀리서 큰 빛을 바라보니
봄날 해가 구름에서 벗어나듯
금강성제(金剛聖帝)의 종족이라
보면 볼수록 싫은 줄 몰랐네.
부처님을 보자 크게 기뻤으니
덕의 힘으로 청정함을 얻었네.
스스로 생각하되, 부처님 세상을 만나
무엇으로 세존에게 공양할까.
그때 한 처녀를 보니
향수병을 끼고 있었는데
그 속에 일곱 가지 푸른 연꽃이
지혜의 7각의(覺意)와 같았네.
그 지나온 복덕의 힘으로써
병은 문득 유리로 변하였네.
꽃을 보고 기뻐 합장하고
처녀 앞에 다가서 지성으로 물었네.
“복덕의 산을 보니
기이하고 진기한 보배 그릇이네.
홀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고액을 건지고 귀의를 지으시네.
공경하고 거만함을 함께 멸하리니
원컨대 나를 헛되이 돌리지 말라.
지난 세상에 부처님 공양하던 법대로
나도 또한 공양을 드리려 하노라.
그대는 나에게 꽃을 주어
부처님께 받들어 올리게 하라.
값은 달라는 대로 모두 주리니
부처님을 그대로 지나치게 하지 말라.
그대는 나의 복을 도와
청정한 뜻으로 부처님께 귀의하라.
부처님은 여의주(如意珠)와 같이
원력을 심는 대로 뜻을 나게 하리라.”
그때 꽃을 파는 아가씨는
웃음을 머금고 대답하였네.
“이 꽃은 값이 무척 비싸거니
당신이 어찌 사겠다 하나이까?”
얼마에 팔겠느냐고 묻자
꽃 한 가지에 백금씩이라 했네.
“그대로 나에게 꽃을 주고
값은 그대 마음대로 다 받아라.”
이때 그녀는 좌우를 돌아보며
부끄러움을 품고 대답하였네.
“나도 또한 이 꽃을 가지고
부처님께 받들어 공양코자 하나이다.”
겸손하게 대답해 말하였네.
“그대는 스스로 꽃을 팔겠다 하였거니
부처님은 헛된 공양을 받지 않거늘
그대는 진실로 속이려 말라.”
“내 이 꽃을 당신에게 주리니
나의 남편이 되기를 허락합니다.”
“나는 이미 세속을 떠났으므로
도를 구하는 마음을 어길 수 없노라.”
그녀는 다시 합장하고 말하였네.
“당신의 마음을 어기지 않사오리
지금 곧 죽음으로 맹세하노니
나를 보시하더라도 감히 어기지 않겠나이다.”
곧 그 값을 받고 다섯 가지 꽃을 주고
따로 두 가지를 부탁해 서원을 표하였네.
그러자 선사는 꽃 일곱 가지를 얻어
결정적인 서원을 세웠네.
“지금 세존께서 세간을 구호하듯
나도 후세에 부처가 되기 바랍니다.”
거듭 서원을 하며 꽃을 흩자
허공에 올라가 꽃 일산을 이루었네.
부처님의 덕 빛남이 해와 같고
푸른 연꽃 일산이 경사로운 구름을 일으키듯
부처님이 거니는 데 따라 일산도 따랐으며
부처님의 밝음은 해와 같은데 일산은 검푸른 구름 같았네.
선사는 신변을 보고 뛸 듯이 기뻐하며
몸을 땅에 던져 부처님 발에 절하고
곧 머리털을 풀어 땅에 깔자
부처님께서는 자비심으로 발로 밟으셨네.
발의 상호가 밝게 빛나 붉은 연꽃같이
그 머리털 위에는 발과 머리털이 함께 밝아
붉은 연꽃이 푸른 연꽃 위에 쌓인 듯
부처님께서는 어여삐 여겨 발을 머리털 위에 멈추셨네.
부처님께서는 거룩하게 일체를 사무치신 뜻으로
선사의 마음에 용맹력이 있음을 알고
즉시 기쁘게 웃자 다섯 빛 광명이
여러 가지 채색으로 입에서 나왔네.
부처님 시자는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되, “모든 부처님은 까닭 없이
망령되어 웃지 않거니 무슨 까닭이신지
원컨대 세존께서 웃음의 뜻을 나누어 펴소서.”
부처님께서는 존중스레 바다의 우레같이
청정한 범천의 소리로 이르셨네.
“내가 세상에서 부처가 되어
널리 자비로 세상을 덮어 중생들의 괴로움을 건지듯
너도 또한 그렇게 세간을 인도하리라.
번뇌의 괴로움이 사납게 불타는 세상
수명 백 세 때 석가족 가운데서
부처가 되리니 이름을 능인(能仁)이라 이르리라.”
수기를 받고 한량없이 크게 기뻐
크게 기쁜 힘으로 허공에 뛰어올랐네.
용맹스런 마음에 몸도 가벼워 파도처럼 솟아
마치 둥근 달이 큰 바다에 파도를 일으키듯
허공은 땅에 떨어지고
땅은 허공 가운데 솟아 멈추며
4대(大)가 능히 그 본성을 버린 듯
부처님의 수기는 마침내 변경이 없었네.
부처님의 얼굴은 둥근 달같이
입에서 광명을 놓으며 말씀도 서늘해
세간의 불타는 열을 꺼 없애기
마치 여름날 보름달같이
외도의 전적(典籍)은 속이 비고 겉으로 속여
일체 세간을 어리석고 어둡게 미혹시키나
부처님께서 밝은 법을 설함은 청정하고 태평하여
열반성에 들어감이 마치 집에 돌아가듯 하였네.
그 갖가지로 묘한 꽃을 찬탄함으로써
받들어 흩어 찬탄하여 이미 찬탄을 입는지라
하늘은 묘한 꽃과 금ㆍ은의 싸락으로
부처님 위에 흩어 온 땅을 덮었네.
아직 떨어지지 않은 것은 꽃 일산이 되어
부처님 위에서 가는 대로 따라가
마치 두 개의 해가 함께 밝히듯 하고
푸른 연꽃 위에서 검푸른 구름이 일듯 하였네.
공중에서 내려오자 기쁨이 다시 새로워
몸을 던져 부처님께 귀의하니
그 머리털이 모두 부처님 발 아래서
자연히 흩어져 두루 땅에 깔렸네.
너희들은 이렇게 수기를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 생각지 말라.
그때 선사란 사람은
곧 지금의 내 몸이었느니라.
사랑하고 공경함으로써 부처님께 꽃을 받들고
지금 부처가 되어 일체 세간의 스승이 되었네.
이 사랑으로 인연하여 꽃 일산이 나를 덮었으며
내 뜻을 내어 지나온 일을 생각하니
선을 행한 것은 복의 과보가 이러하여
마침내 패하지 않나니 잘 알아 두라.
그때 각기 내 머리털을 나누어 가지되
서로 다투어 가지므로 얻은 사람이 적으나
이들은 다 부처님 앞에서 득도하여
열반의 적멸한 함이 없는 정에 들었으며
그때 머리털을 얻은 40여 인의
수제국(隨提國) 사람은 사문이 되어 계행을 지키고
다 아라한이 되어 6신통이 구비하였네.
제일 미묘하고 착한 법을 세운
과거 부처의 이름을 정광(定光)이라 부르네.
바라문 선사의 원대로 하여서
기뻐 뛰놀아 허공에 솟아오름과 같이
부처님께서 거듭 지혜를 주셨나니
중생들은 듣고 모두 돈독히 믿으며
방편으로 도를 구하고 모든 착한 덕을 베풀며
보시와 지계와 지혜를 부지런히 닦았으니
미륵불이 출세(出世)하면 그 복보가 나타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