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비분다리경 제7권
24. 신시품(身施品)
선남자야, 한량없는 아승기 대겁을 지난 옛 세상에서, 그때 이 국토의 이름은 무진미루염(無塵彌樓厭)이었으며, 그 대겁에서 사람의 수명은 백 세였고, 연화향여래(蓮華香如來)의 상법(像法)시대였다.
선남자야, 나는 그때 염부제의 강력한 전륜성왕으로 이름이 무승(無勝)이었으며, 천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내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로 권유하였고, 그들도 때에 알맞게 출가하여 연화향여래의 법 중에서 범행(梵行)을 갖추어 닦아 연화향여래의 법을 세상에 드러내었다.
그러나 오직 나의 여섯 아들만은 출가를 원하지도 않고, 보리심을 일으키려고 하지도 않았으므로
나는 자주 말하였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보리심을 일으키지도 않고, 기꺼이 출가하려고 하지도 않느냐?’
그들이 말하였다.
‘저희들은 출가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상법이 사라진 악한 때에 출가하는 자는 지계(持戒)의 몸을 갖출 수 없어서, 성칠재(聖七財)가 궁핍하고 항상 생사의 연못에 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인천(人天)의 공덕을 잃어버리고, 부처님의 금계(禁戒)를 갖추어 지키지 못하여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3악도(惡塗)에 있게 되니, 이러한 이유로 저희들은 출가할 수 없습니다.’
내가 다시 물었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보리심을 일으키지 않느냐?’
그들이 말하였다.
‘만약 모든 염부제를 저희들에게 주신다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겠습니다.’
선남자야, 나는 이 말을 듣고서 크게 기뻐하여 스스로 사유(思惟)하기를,
〈나는 이미 모든 염부제 사람들을 삼귀의에 머물게 하였고, 8성분제(聖分齊:8정도)를 권하였으며, 또 삼승을 권하였다.
나는 이제 이 염부제를 여섯으로 나누어 여섯 아들에게 주고 보리를 권해야겠다〉라고 하였다.
나는 마땅히 출가하여 범행(梵行)을 갖추어 닦을 것이므로, 이내 생각한 대로 모든 염부제를 나누어 여섯으로 만들어서 아들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곧바로 출가하여 범행을 갖추어 닦았다.
저 염부제의 여섯 왕들은 서로 화합하고 따르지 못하여 투쟁ㆍ원망ㆍ질투ㆍ역병(疫病)의 기운이 유행하였고, 군대를 일으켜 싸워서 각기 스스로 편안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온 염부제에 큰 기근이 들었고, 하늘에서 비를 내리지 않아 오곡이 자라지 못하였으며, 나무가 자라지 않아 꽃피고 열매를 맺지 못하였고, 또한 모든 풀이나 약초들도 자라지 못하였으므로 백성들과 새ㆍ짐승들이 배고프고 목이 말라 몸이 타는 듯한 괴로움을 견디기 어려웠다.
나는 사유하기를
〈몸을 보시하되 내 몸의 피와 살로 중생들이 충분히 먹도록 하여야겠다〉라고 하고는,
평상(平牀)을 버리고 중국에 가서 장수산(障水山) 꼭대기에 올라가 서원을 세워 말하였다.
내가 지금 보시하는 몸과 목숨은
자비일 뿐 하늘에 태어나기 위함이 아니니
세상 사람들과 모든 하늘에게 이익을 주려고
살로 산을 만들어 중생에게 주는 것이네.
내 몸을 보시하여 미묘한 몸 받더라도
제석ㆍ범왕ㆍ마왕의 몸은 구하지 않으리니
세상 사람들과 모든 하늘에게 이익을 주려고
나의 살과 피로 미루산(彌樓山)을 만드네.
나는 인간ㆍ하늘ㆍ용ㆍ야차의 청과
여기 있는 산신(山神)과 수신(樹神)의 청도 들었으니
중생들에게 연민의 정 일으켜서
내 몸의 피와 살로 뭇 생명 구하리라.
내가 원을 세울 때에 아수라의 궁전이 모두 다 크게 요동하며 땅이 몹시 진동하고, 미루산이 기울어지며 흔들리고 바닷물의 파도가 용솟음쳤으며, 하늘과 모든 신들이 슬피 울부짖었다.
내가 바로 그 때에 장수산의 꼭대기에서 몸을 던져 본원력으로 살로 산을 만들었으니, 그 높이는 1유순이고 가로ㆍ세로 너비도 똑같이 1유순이었다.
그러자 백성들과 새ㆍ짐승이 와서 피와 살을 먹었다.
본원력으로 밤낮으로 생장하여 점차적으로 높이가 천 유순이 되었고, 가로ㆍ세로 너비도 똑같이 천 유순이 되었다.
사방의 둘레에는 사람의 머리가 있었는데, 머리카락ㆍ손톱ㆍ눈ㆍ귀ㆍ코ㆍ혀ㆍ입ㆍ이빨이 모두 다 갖추어져 있었다.
그 모든 사람의 머리들이 높은 소리로 말하였다.
‘쯧쯧 너희 중생들아, 각기 원하는 대로 마음껏 살을 먹고 피를 마시도록 하라. 눈ㆍ귀ㆍ코ㆍ혀ㆍ입ㆍ이빨ㆍ머리카락을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한다면, 마음에서 구하는 대로 몸에 충만함을 얻을 것이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거나 성문승ㆍ벽지불승을 일으킨다면, 이것이 바로 너희들의 몸을 기르는 도구이니, 영원히 없어지지 않은 것이다.
너희들에게 신심으로 보시하는 죄를 짓지 않을 것이며, 또 너희들의 목숨을 빨리 끝나게 하지 않을 것이다.’
혜해탈(慧解脫)의 중생들 중에 성문승의 마음ㆍ벽지불승의 마음ㆍ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킨 이가 있었고,
인천(人天)의 복을 구하는 마음이 있는 이가 있었는데,
살을 먹고 피를 마시되, 눈을 가지는 자도 있었고, 귀를 가지는 자도 있었으며, 코ㆍ입술ㆍ이빨ㆍ혀를 가지는 자도 있었다.
그러나 본원력 때문에 이내 원상태로 되돌아가서 없어지거나 줄어들지 않았고, 나아가 십천 년 동안 몸의 살과 피로 모든 염부제의 사람들과 야차ㆍ새ㆍ짐승들을 배불리 먹도록 하였으니,
십천 년 동안 보시한 눈은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았고,
보시한 피는 4대해(大海)와 같았으며,
보시한 자기 몸의 살은 1천의 수미산 같았고,
보시한 혀는 철위산 같았으며,
보시한 귀는 중미루산(中彌樓山) 같았고,
보시한 코는 대미루산과 같았다.
내가 보시한 이빨은 기사굴산 같았고,
보시한 내 몸의 살이 사바세계에 두루하였다.
선남자야, 내가 십천 년 동안 한 몸과 목숨으로 이와 같이 한량없고 가없는 아승기의 보시를 한 것을 관찰해보니,
한량없고 가없는 아승기의 중생들을 충족시켜 만족하게 하면서도 한 생각이라도 후회하는 마음이 없었다.
나는 곧 그곳에서 이와 같이 원을 세웠다.
‘만약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뜻을 이와 같이 만족히 한다면,
나는 이 한 천하[一天下]에서 내 몸의 피와 살로 모두를 충족시키고,
이와 같이 항하의 모래알 같은 수천 년의 세월 동안 충족시키며,
이 무진미루염(無塵彌樓厭) 불국토의 모든 곳에서 나는 이와 같이 몸으로 한곳 한곳마다에서 십천 년 동안 충족시키되,
피ㆍ살ㆍ살가죽ㆍ눈ㆍ귀ㆍ코ㆍ혀ㆍ입술ㆍ이빨과 머리카락으로 중생들을 충만하게 하여 삼승을 권유하겠다.
만약 사람ㆍ야차ㆍ나찰ㆍ축생ㆍ4대(大)를 가진 자ㆍ살을 씹어 먹고 피를 마시는 자와 나아가 아귀까지도 내가 그들에게 모든 것을 충족시켜 준다면,
내가 한 불국토에서 몸의 피와 살로 모든 중생들을 구제하듯이
이와 같이 널리 시방의 항하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5탁의 불국토에서 몸의 피와 살ㆍ눈에서부터 혀에 이르기까지로 저 중생들을 충족시켜 줄 것이니,
이와 같이 몸으로 항하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대겁(大劫) 중에서 나의 몸과 목숨으로 저 모든 불국토의 모든 중생들을 충족하게 하겠다.
만약 내가 이 원을 마음에 만족히 하지 못한다면,
나로 하여금 영원히 시방의 그 밖의 다른 세계에서 이미 법륜을 굴렸거나 현재 머물러 계시면서 설법하시는 모든 부처님 세존을 뵙지 못하게 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생사윤회하는 중에 부처님의 소리ㆍ법의 소리ㆍ화합승의 소리ㆍ바라밀의 소리ㆍ10력(力)의 소리ㆍ무외(無畏)의 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하고, 생사윤회하는 가운데 좋은 소리[善聲]도 듣지 못하게 할 것이다.
만약 내가 몸을 모든 중생들에게 충족히 보시했는데도, 이와 같은 원을 만족히 하지 못한다면, 나는 항상 아비지옥에 있을 것이다.
만약 내가 구하는 원을 이와 같이 만족히 한다면,
이 한 불국토의 한곳 한곳마다에서 내 몸의 살과 피로 모든 중생들을 충족시키고,
또한 시방의 항하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그 밖의 다른 불국토에서도 내 몸의 살과 피로 중생들을 충족하게 할 것이다.’
선남자야, 여래께서 행하신 몸을 보시한 단바라밀을 관찰해보니, 계속하여 눈을 보시한 것이 염부제를 꽉 채우고도 33천에까지 닿아 있었다.
선남자야, 이것이 여래께서 몸을 보시하신 단바라밀을 간략히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