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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중허마하제경 제10권
[빔비사라왕(1)]
그때 세존께서는 아야산 꼭대기에서 세 가섭과 제자 천 사람을 제도하여 모두가 아라한의 도를 증득하게 하여 마치셨으며 이때에 민미사라왕(民彌娑羅王)과 재상 대신과 일반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세존께서 아야산 꼭대기에 계셨고 제자들 수가 꼭 천 사람이었음도 알았다.
어느 한 대신이 왕에게 말하였다.
“저는 나라 사람들이 요사이 하는 말을 듣건대 저 석씨 성바지 중에서 낳은 한 동자는 처음 낳을 때에,
설산 곁 사의라체(娑儗囉體) 물가의 옛날 가비라(迦毘羅) 신선이 살던 곳에 있던 어느 한 관상을 잘하는 바라문이 관상을 보고 말하기를,
‘이제 이 동자는 상호가 완전히 갖추어지고 복과 지혜가 원만하므로 반드시 금륜성왕(金輪聖王)이 되어 4천하에 임금이요,
대해(大海)의 끝까지 모두 거느리며 바른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들은 열 가지 선행을 하며,
다시 윤보(輪寶)ㆍ마니보(摩尼寶)ㆍ여보(女寶)ㆍ주병보(主兵寶)ㆍ주장보(主藏寶)ㆍ상보(象寶)ㆍ마보(馬寶)가 있어서 이와 같은 여러 보배는 저절로 나타나서 항상 따를 것이며,
또 1천의 아들이 있는데 빛깔과 형상이 첫째요, 큰 용맹을 갖추어서 능히 적을 깨뜨리며 4주(洲)가 두려워하여 모두 다 항복하겠습니다.
그러나 혹시 집을 떠나서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 없애고 가사를 입는다 하면 바른 마음으로 닦고 행하며 반드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바른 깨달음을 이루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자세히 이상의 일을 모두 왕에게 아뢰고서 말하였다.
“청컨대 빨리 도모하여 후회가 없게 하십시오. 만일 죽일 수 있다면 나라가 보존되고 끝까지 길할 것입니다.”
이때에 민미사라왕은 정전(正殿) 위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 생각을 하되 언제나 다섯 가지 일을 생각하였다.
첫째는 언제나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 세존께서 세간에 나오시기를 원하는 것이요,
둘째는 일찍 거기로 가게 되어 쳐다보며 예배하고 따라 기뻐하는 것이요,
셋째는 도착한 뒤에는 곧 법을 듣게 되는 것이요,
넷째는 말씀하신 법대로 모두를 환히 알 수 있는 것이요,
다섯째는 나에게 계율을 주게 되고 받은 뒤에는 받들어 지니는 것이었다.
바야흐로 이 일을 생각하는데, 갑자기 대신이 꾀하는 말을 듣고 한탄하기를 한참이나 하다가 대답하였다.
“그대는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로다. 여래에게 아주 나쁜 마음을 일으키려 하다니, 바로 크게 어리석도다. 그대는 빨리 가라. 다시는 말을 내지 말라.”
그러자 그 대신은 이 말을 듣고서 허락하며 따르지 않을 것을 알고 부끄러워하면서 물러갔다.
그때 민미사라왕은 곧 좌우에 가까이 자리한 대신들을 돌아보며 복과 상호가 원만하고 지혜가 있는 이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저 아야산 꼭대기 세존의 처소에 나아가서 나를 대신하여 공경하면서 세존께 청하며 나처럼 말을 하되,
‘민미사라왕은 두 발에 머리 조아리고 공경하기를 한량없이 하면서 세존께 문안하옵니다.
병도 없으셨고 괴로움도 없으시며 기거가 가볍고 안락하셨나이까?
이제 세존께 청하옵니다. 궁성에 강림하시어 미미하나마 공양을 받으시옵고, 저와 저희 인민들에게 큰 이익과 즐거움을 얻게 해주십시오.
오직 원하옵나니, 세존과 성인들이신 장로 대덕들께서는 함께 모두가 강림하옵소서. 이 삶이 다하도록 음식과 탕약과 침구ㆍ승가리(僧伽梨)에 이르기까지 받들어서 온갖 공급에 모자라거나 적지는 않게 하겠사오니, 크게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셔서 수고로움을 사양하지 마시고 오시옵소서’라고 하시오.”
이와 같이 말한 뒤에 엎드려 발 아래 예배하고 엄숙하게 거룩한 뜻을 들으려고 하였더니, 부처님께서는 곧 잠자코 계시므로
그 심부름을 한 이는 부처님께서 청을 수락한 것으로 알고 예배하고 돌고서 작별한 뒤에 돌아왔다.
그때 민미사라왕은 사신이 돌아왔음을 듣고 급하게 정전에 나아가 사신의 조배(朝拜)를 받고 임금과 신하의 예가 끝나자 급하게 물었다.
“세존께서는 오셨소?”
사신은 가까이 나아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신이 왕의 뜻을 받고 아야산에 나아가 부처님과 대중을 청하면서 자세히 왕의 뜻을 세존께 아뢰었더니,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계셨나이다. 반드시 강림하시오리다.”
이때에 왕은 좌우 대신에게 칙명을 내리어 곧 궁전과 서낭이며 네거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깨끗하게 하고, 또 갖가지 이름난 향과 아름다운 꽃을 마련하여 영접할 준비를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장로 가섭과 천의 아라한들과 함께 아야산을 떠나서 왕사성으로 나아가시다가 성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 데에 장림탑(杖林塔)이 있었으므로 부처님과 대중들은 탑까지 이르러서 머무셨다.
민미사라왕은 세존과 여러 성인들이 장림탑까지 이르러서 편안히 정주하셨음을 듣고서 관아에게 칙령하여 엄히 수레를 정돈하여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르면서 자신의 권속들과 여러 신하들과 함께 성을 나가서 장림탑 있는 처소로 나아갔다.
궁중에서 나가 아직 멀지 않은 곳에서 왕이 탄 수레가 땅에 갑자기 구덩이가 파이면서 바퀴가 빠지며 나아가지 못하는지라
왕은 생각하기를,
‘나는 반드시 옛날 일찍이 선하지 못한 일을 지었었기에 오늘 이런 일이 있게 되는구나’ 하고, 이런 생각을 일으키자마자,
바로 공중(空中)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옛날에 선하지 아니한 일이란 없습니다. 다만 현재 여러 감옥 안에 얽매어 있는 이들이 많은 뿐입니다. 수레바퀴가 빠지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왕은 공중에서 하는 말을 듣고, 틀림없이 성현이 아시고 지시한 것이라 하여 마음에 아주 감격하면서 즉시 사람을 시켜서 여러 감옥에 흩어 나아가 죄의 경중으로 차등을 두어 용서하게 하였더니, 수레가 앞으로 나아갔다.
성문에 다다르자, 왕의 보배관이 또 갑자기 부서지므로 다시 생각하기를,
‘나는 틀림없이 옛날 일찍이 선하지 못한 일을 지었었기에 오늘 거듭하여 상서롭지 못한 일이 있구나’ 하고, 왕이 생각을 내었더니
공중에서 성현이 또 다시 말하였다.
“천자여, 당신은 옛날에 선하지 아니한 일이란 없습니다. 단지 앞의 일 때문인데, 석방된 갇혔던 사람으로서 가벼운 이는 이미 석방되었거니와 무거운 이는 비록 사리기는 하였다 하더라도 딴 곳에 갇혀 있습니다. 관이 부서지는 조짐이 이 때문입니다.”
왕은 성현이 하는 공중의 말을 듣고, 곧 사람을 시켜서 여러 곳에 조칙으로 불러서 모두 수레 앞에 이르게 하여 다 용서하였더니, 죄인들이 사면을 얻고 기뻐 날뛰면서 왕의 덕을 칭송하였다.
이때에 왕에게 따른 것과 여러 권속들이 탄 수레는 1만 2천이요, 또 나라 안의 바라문ㆍ장자며 인민들의 것 또한 백천의 수레이었는데, 같이 성문을 나가서 세존의 처소로 나아갔다.
왕은 장림탑이 다가오자 가까운 동산 안에서 가구나꽃[迦俱那花] 다섯 송이를 따서 손수 가지고 부처님에게 나아가다가 부처님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데서 수레에서 내리어 걸어가며 일산과 칼 등의 종류를 버리고 서로 따르게 하면서 부처님에게 닿자
오른 어깨를 벗어 메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세 번이나 스스로가
“저는 바로 민미사라왕이옵니다”라고 일컬으매,
부처님 또한 세 번 인가하시면서,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라고 하셨다.
그러자 왕은 곧 다섯 송이의 꽃을 부처님께 받들어 올린 연후에야 땅에 엎드려 그의 두 발에 예배하고, 또 세 가지 언사로써 찬탄하므로
부처님께서는 곧 말씀하셨다.
“왕은 앉으시오.”
왕이 자리에 오르자, 그 왕의 권속들과 바라문과 장자며 일반 평민들이 차례로 부처님께 예배하고 기뻐 뛰놀면서 저마다 게송으로써 세존을 찬탄하였으며, 찬탄하기를 마치고서 물러나 한쪽에 서 있었다.
이때에 오로미라 가섭은 먼저는 바로 왕과 대신이며 한 나라의 인민들에게 존중을 받았던 이었는데 지금은 사문이 되어서 부처님 곁을 모시고 서 있었으므로,
왕과 인민들은 미심쩍게 여기지 않는 이가 없이 다 함께 생각하기를,
‘장로 가섭이 불을 섬겨 수행하며 애써 고행함이 퍽 오래였는지라 지혜와 도덕이 모두 뛰어나서 남의 위였다. 이제 대중의 모임에 있으니, 우리들이 의심하게 되는구나. 바로 여래가 가섭의 가르침을 받드는 것일까, 가섭이 여래의 가르침을 받드는 것일까?’ 하고 생각을 할 때에
부처님께서는 곧 아시고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 스스로가 알아야 할 때로다.”
가섭은 부처님의 거룩한 뜻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삼마지에 들었다가 본래의 자리에서 없어지더니 동쪽에서 나타나며 가고 서고 앉고 눕는 네 가지 위의의 형상을 지었으며, 또 다시 몸에서 광명을 내쏘되 다섯 가지 빛깔이 있었나니, 이른바 청색ㆍ황색ㆍ적색ㆍ백색과 홍색이었는데 그 빛깔은 섞이어서 마치 파리와 같았다.
또 다시 몸 위로 물을 내고 몸 아래로 불을 내며, 몸 위로 불을 내고 몸 아래로 물을 내었는데, 남쪽ㆍ서쪽과 북쪽에 이르기까지 모두 역시 그와 같았으며,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마치고 갑작스런 사이에 대중의 모임에 돌아와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본래 수행을 하되
불을 받들어 섬기었으며
더운 오랜 세월 동안에
의심하며 부지런히 수고하였습니다.
마음에 언제나 스스로 생각하되
이미 아라한을 증득했다 했으며
나라는 고집에 집착을 하여
해탈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크신 자비심으로
오셔서 제도를 하시느라고
불을 억제하여 타지 않게 하셨고
또 꺼지지 않게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나와 같이
불을 섬기신다 말하였더니
구하는 바도 없다 하셨고
불을 섬겨 무엇에 쓰겠느냐 하셨나니
천상과 인간에서
사랑하여 그리는 바 없었습니다.
내가 베푼 법의 모임은
이것을 구하기 위해서인데
오셨으면, 오시지 않으셨으면 하는
나의 뜻을 모두 아셨습니다.
또 네 개의 주(洲)와
그리고 저 천상계에서
과일과 밥을 가져 오셔서
다 나에게 먹게 하셨습니다.
나는 불 섬기는 데에 집착하여서
바른 수행에 헷갈린 것이
마치 눈이 먼 소경과 같고
또 죽은 사람과 같았나니
보는 바와 앎이 없었으므로
틀림없이 떨어질 데로 향했습니다.
마하 모니(摩訶牟尼)께서는
마치 큰 용과 같아서
힘써 정진(精進)의 구름을 펴며
단 이슬의 비를 뿌리시어서
온갖 정식(情識)이 있는 생물과
정식 없는 따위를 이롭게 했습니다.
나는 뛰어나려고
사문되기를 구하였더니
부처님의 큰 가엾이 여김으로
말씀하신 깨끗한 법을 받았습니다.
가장 으뜸가는 구절을
알고 깨닫게 하셨으므로
나는 이제 참으로
아라한의 과위를 증득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저의 스승이시며
나는 바로 제자이므로
여러 사람들은 알아야 하며
미심쩍은 생각은 내지 마시오.
이것은 정성스런 참된 말이니
마땅히 진실로 믿어야 합니다.
그때 가섭은 게송으로 말하여 마치고 엎드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다시 본 자리로 돌아왔다.
이때에 모임의 대중인 왕과 인민들은 실제로 가섭이 바로 부처님의 제자인 줄 알았으며,
부처님께서는 대중의 모임에서 의심이 이미 그쳤음을 아시고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당신을 위하여 법요(法要)를 연설하겠으니 당신은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십시오.”
왕과 모임 대중은 분부를 받고 듣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당신은 이제 아셔야 합니다.
만일 왕 몸의 빛깔[色]에 남이 있고 없어짐이 있다면 당연히 나고 없어지는 두 가지 형상을 자세히 살펴서 실제로 분명히 알게 하여야 하며,
다시 느낌[受]ㆍ생각[想]ㆍ지어감[行]ㆍ의식[識] 역시 빛깔과 같이 자세히 살피십시오.
선남자여, 만약 이 나고 없어짐을 사실과 꼭 같이 환히 알 수 있게 된 뒤면 다시 이는 나고 없어짐이 아니라는 것을 자세히 살펴야 하며,
만약 빛깔이 나고 없어짐이 아니라는 것을 환히 알 수 있으면 곧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 역시 나고 없어짐이 아니라는 것도 알 것입니다.
선남자여, 빛깔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은 본래 나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나니,
만약 본래 나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음을 사실과 꼭 같이 환히 알 수 있으면 또한 다시 난 것도 아니며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다 함에도 머무르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만약 이 법을 사실대로 알면 곧 수없는 아승지 적멸(寂滅)의 법을 얻을 것입니다.”
이때에 거기 모인 대중의 일체 바라문과 장자며 일반 서민들 가운데서 의심을 내는 이들이 있었나니,
‘세존께서는 지금 빛깔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과 의식은 본래 없는 것이라 말씀하시는데, 어찌하여 나라는 고집[我相]ㆍ사람이라는 고집[人相]ㆍ중생이라는 고집[衆生相]ㆍ오래 산다는 고집[壽者相]ㆍ포나아라라는 고집[布捺誐羅相]ㆍ마나바가라는 고집[摩拏嚩迦相]ㆍ주장하여 처리한다[主宰]함과 일을 받든다[承事] 하는 등의 고집이 있을까?
만약 이 나[我]라 함과 사람이라 함과 중생이라 함과 오래 산다는 등의 고집이 또한 참으로 없다 하면 어떻게 저 중생들이 짓는 선하고 악한 업의 두 가지 인과로 이 쌓임[蘊]을 버리고서 다시 다른 쌓임으로 나아가는 것을 알까?’라고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대중 가운데서 일으키는 생각을 아시고 곧 가섭 등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나라 함과 사람이라 함과 중생이라 함과 오래 산다고 하는 등의 소견을 지니면 이는 범부요, 어리석은 사람이니라.
만약 이런 소견이 있으면 당연히 그 괴로움을 느끼리니, 만약 괴로움이 난 줄 알면 마땅히 괴로움 없애기를 바라야 할지니라.
비구들아, 갖가지 유위(有爲)의 인과법은 비로소 본래 고요함[寂]에서 점차로 생기나니, 그러므로 내가 스스로 안 뒤에는 중생들에게 나고 없어지는 법을 역시 나의 앎과 같게 하였느니라.
비구들아, 부처님의 눈은 깨끗하여 하늘들보다 뛰어났느니라.
모든 중생의 좋은 형상과 나쁜 형상과, 귀하고 천한 데 태어남과, 선한 서원과 악한 서원 등은 중생들의 업을 따르나니,
나는 이제 중생들의 몸의 업[身業]은 이와 같은 일을 갖추었고 입의 업[口業]은 이와 같은 일을 갖추었고 뜻의 업[意業]은 이와 같은 일을 갖추었다 함을 낱낱이 사실대로 환히 아느니라.
간략하게 말하면, 중생들의 삿된 소견은 삿된 업을 일으켜서 혹은 부처님 법에 훼방을 부리기도 하나니, 이 업으로 말미암아 목숨이 끝난 뒤에는 나쁜 길에 떨어져서 여러 가지 고통을 갖추어 받느니라.
비구들아, 만약 어떤 중생이 그 몸과 입으로 여러 가지 선한 업을 지어서 바른 소견ㆍ바른 행위ㆍ바른 업을 갖추며 부처님 법에 언제나 기뻐하고 찬양하면 이 선업으로 말미암아 목숨이 끝난 뒤에는 좋은 하늘에 가서 나느니라.
비구들아, 나에게는 이와 같은 앎과 봄[知見]이 있으므로 나라는 고집ㆍ사람이라는 고집ㆍ중생이라는 고집ㆍ오래 산다는 고집ㆍ포나아라는 고집ㆍ마나바가라는 고집을 주장하여 처리한다 함과 일을 받는다 하는 등의 고집과, 혹은 여러 지은 선악의 인과에 이르기까지 알지 못함이 없느니라.
이 쌓임을 버리고서 다시 다른 쌓임으로 나아가는 이와 같은 일도 또한 없느니라.
내가 먼저 이미 말하였거니와 갖가지 유위의 인과의 법은 인연을 따라 발생하고 인연을 따라 없어지게 되느니라.
이른바 무명(無明)의 반연으로 인하여 지어감[行]을 내고, 지어감의 반연으로 의식[識]을 내고, 의식의 반연으로 이름과 물질[名色]을 내고, 이름과 물질의 반연으로 여섯 감관[六入]을 내고, 여섯 감관의 반연으로 닿임[觸]을 내고, 닿임의 반연으로 느낌[受]을 내고, 느낌의 반연으로 애욕[愛]을 내고, 애욕의 반연으로 취함[取]을 내고, 취함의 반연으로 존재[有]를 내고, 존재의 반연으로 태어남[生]을 내고, 태어남의 반연으로 늙음과 죽음[老死]과 근심ㆍ슬픔ㆍ괴로움[憂悲苦腦]을 내나니, 이 인연으로 한 큰 괴로움의 쌓임[苦蘊]이 생기게 되느니라.
비구들아, 만약 그 인연이 스러지면 온갖 것이 모두 스러지느니라.
이른바 무명이 스러지면 지어감이 스러지고, 지어감이 스러지면 의식이 스러지고, 의식이 스러지면 이름과 물질이 스러지고, 이름과 물질이 스러지면 여섯 감관이 스러지고, 여섯 감관이 스러지면 닿임이 스러지고, 닿임이 스러지면 느낌이 스러지고, 느낌이 스러지면 애욕이 스러지고, 욕망이 스러지면 취함이 스러지고, 취함이 스러지면 존재가 스러지고, 존재가 스러지면 태어남이 스러지고, 태어남이 스러지면 늙음과 죽음과 근심ㆍ슬픔ㆍ괴로움이 스러지니, 이러하면 곧 한 큰 괴로움의 쌓임이 스러지느니라.
비구들아, 쌓임[集]인 원인이 스러졌기 때문에 괴로움이 저절로 스러지나니, 만약 괴로움이 그치고 쉬면 열반의 즐거움을 얻으며, 또 다시 나라는 고집이 영원히 끊어지고 바르게 없어져서 회전하지 않으리라.
괴로움을 분명히 알면, 없어짐이 없거니 무엇이 스러진다 하겠느냐. 이것이 그치고 쉬는 것이며 이것이 맑고 시원한 것이어서 온갖 문구를 떠났나니, 바로 곧 열반이니라.”
불설중허마하제경 제11권
[빔비사라왕(2)]
그때 세존께서는 다시 민미사라왕에게 말씀하셨다.
“당신은 빛깔을 자세히 살필지니, 이는 항상한 것입니까, 무상한 것입니까?”
왕은 말하였다.
“무상한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것은 괴로운 것입니까, 괴롭지 않은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이는 괴로운 것이옵니다.”
세존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은 바로 항상한 것입니까, 무상한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무상한 것이옵니다.”
또 말씀하셨다.
“이것은 괴로운 것입니까, 괴롭지 않은 것입니까?”
대답하였다.
“바로 괴로운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빛깔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은 다 이는 무상이고 이는 괴로운 것이며, 이 뒤바뀐 법의 온갖 것은 내[我]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응당 바른 지혜와 바른 슬기로써 그 진실을 자세히 살펴야 하리니, 저 빛깔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은 과거ㆍ현재ㆍ미래가 있습니까, 안팎과 거칠고 가늘음과 귀하고 천함과 멀고 가까움이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빛깔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에는 과거ㆍ현재ㆍ미래가 아니며, 또한 안팎과 거칠고 가늘음과 귀하고 천함과 멀고 가까운 것 따위도 아니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합니다. 대왕이여, 만약 이 5온을 사실대로 환히 알면, 이는 무상이요, 괴로움이요, 공이요, 내가 없는 법입니다.
다시 바른 지혜로써 그 진실을 자세히 살피면, 과거ㆍ현재ㆍ미래 내지 안팎과 거칠고 가늘음과 귀하고 천함과 멀고 가까운 것 따위가 아닌 줄 알 것입니다.
또 집착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아니할 수 있으면 이것이 참된 해탈이니,
대왕이여, 이 해탈을 얻으면 바로 지혜로운 해탈이며 맑은 행이 이룩되고 할 일을 다 마치며 나와 삶이 이미 다하여 영원히 다시는 윤회의 길에 나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이 법을 말씀할 때에 민미사라왕과 8만의 하늘 사람들은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으며, 그리고 바라문과 장자며 일반 평민들 백천 인 대중도 티끌과 때를 여의고 법의 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이에 민미사라왕은 법의 지견을 얻고 나서 법에 굳건하여 그 탐심과 애욕이 끊어지고 의혹이 없어지며 바른 믿음이 물러나지 않으므로,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벗어 메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마음은 유순하여졌나이다. 부처님과 가르침과 승가에 귀의하오니, 가까이 섬기는 이[近事]가 지니는 계율을 지니어 영원히 살생(殺生)하지 않겠나이다.
이제 청하옵나니, 세존께서는 언제나 저의 나라에서 머무시옵소서. 형상과 목숨이 다하기까지 의복ㆍ음식ㆍ침구ㆍ탕약을 받들어 올리며 항상 모자라거나 적게 함이 없겠사오며, 성인들에 이르기까지 삶이 다하도록 공양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계시자, 왕은 부처님께서 잠자코 청을 받으심을 보고 기뻐 뛰놀며 어쩔 줄 모르다가 곧 땅에 엎드려 부처님의 두 발에 예배하고 돌고서는 작별하며 물러났다.
그때 여러 비구들은 민미사라왕이 부처님ㆍ세존께서 그를 위하여 말씀하시는 미묘한 법을 듣고 그 자리에서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며 법 눈이 깨끗해짐을 보고서, 마음에 모두 의심을 내며,
‘이 왕이 어떻게 하여 부처님ㆍ세존을 만나서 문득 법을 얻어 듣고 법 눈이 깨끗해짐을 증득하며 티끌과 때를 없애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자,
부처님께서는 환히 아시고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이 민미사라왕은 과거에 선한 업을 지어서 할 일이 결정되었고 과보가 어긋나지 않았도다. 이제 인민의 왕이 되어 큰 복과 덕을 갖추었나니, 전생의 원인으로 받는 과보가 이와 같으니라.
비구들아, 땅ㆍ물ㆍ불ㆍ바람 등의 바깥 경계가 성숙될 때에 쌓임의 경계와 여섯 감관의 온갖 좋고 더러움은 지었던 선악의 업을 따라서 모두가 다 얻게 되므로 과보는 허망하지 않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중생들의 짓는 선과 악은
백겁이 지났다 하더라도
원인된 업은 파괴할 수 없으며
과보도 마침내 저절로 얻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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