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우리 아이가 거짓말을 하네? 자녀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부모들은 당혹스러워 한다. “거짓말하는 것은 나쁜 거야” 라고 하면서 아이를 무조건 혼내는 것이 옳을까?
유아의 거짓말은 자연스러운 발달의 단계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빵이 별로 맛이 없지만, “맛있어요.” 라고 말하거나, 친구가 그려 준 그림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 예쁘다~” 라고 말하는 것은 친사회적 거짓말이다. 친사회적 거짓말은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친사회적 거짓말을 이해하는 능력이 높은 유아가 친사회적 행동 능력이 뛰어나다는 연구가 있다. 남을 웃기거나 장난을 위해 하는 거짓말을 유희적 거짓말이라고 하는데 이런 유희적 거짓말은 유머감각의 일환으로 긍정적으로 인식된다. 남을 속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하는 거짓말을 반사회적 거짓말 이라고 하는데 만 3세(5살) 유아도 타인을 속이기 위한 의도로 거짓말을 할 수 있으며, 거짓과 참말을 구별하는 능력은 만 2세(4살) 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자신의 자녀가 반사회적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았을 때 부모는 매우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반사회적 거짓말도 유아의 발달과정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 중의 하나이다.
거짓말 한 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사용했을 때 부모가 어떻게 훈육하고 통제하느냐에 따라 유아의 거짓말은 감소하거나 혹은 증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유아의 행동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유아의 의도와 요구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처벌이나 위협을 통해서 지시에 복종하도록 명령적 언어통제를 사용할 때, 유아는 거짓말을 더 많이 한다. 부모가 일상적으로 자녀를 강압적으로 통제할 때, 유아의 거짓말은 증가한다.
“ 너 그 이야기 거짓말 같은데?”
“ 너 거짓말이잖아? 엄마가 거짓말 하면 안 된다고 했지요?”
거짓말이라고 단정하는 단어를 유아에게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아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부모는 먼저 거짓말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자녀 행동의 의도를 이해하면 자녀가 거짓말을 했느냐 안했느냐의 문제로 자녀와 줄다리기하는 것에서 벗어나 아이보다 한발 앞서가며 훈육을 할 수 있다.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거짓말
“이 장난감 누가 망가뜨렸어?” “이 물 네가 엎질렀지?” 라고 물으면 “내가 안 그랬어” 라고 대답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것은 부모의 추궁에,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심리기제로 작동된다. 아이가 뭔가 잘못을 했고, 그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때 부모가 “너가 그랬지?” 라고 하면 반사적으로 “아니 내가 안 그랬어” 라는 답변이 나올 가능성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의 질문은 아이가 “아니요, 내가 안 했어요” 라고 거짓으로 말할 상황을 만들어 버리게 된다. 반사적인 대답이 거짓말로 연결되었으며, 부모가 그 상황을 거짓말 했다라고 단정지어 버리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어쩌면 부모는 유아가 거짓말을 뱉어 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버리는 격이 되었는데, “ 어 물 엎질렀네, 조심해야지” 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어, 물 엎질렀네, 조심해야지” 부모가 이렇게 말 했을 때, 일반적으로 유아들이 수긍하기도 하지만 어떤 유아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 내가 안 그랬어”
“ 너하고 나 밖에 없는데 네가 안 그랬으면 누가 그랬어? 거짓말이잖아?”( × )
유아의 대답을 거짓말이라고 단정 짓지 않아야 하며, 추궁하는 식의 훈육은 좋지 않다.
“ 너하고 나 밖에 없는데 그럼 도깨비가 그랬나? 이제부터 조심해~ ( ○ )”
부모는 아이의 실수를 알고 있다는 전제로 그냥 한번 짚고 넘어가는 정도로 반응한다. 자신의 잘못을 부모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부모가 아이의 자존심을 지켜주며 궁지에 몰리지 않고 빠져 나갈 약간의 출구를 남겨 두어야 한다.
자기의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한 거짓말, 목적을 가진 거짓말
어린이집에 개인 장난감을 가지고 오지 말라고 정한 규칙에 반하게, 장난감을 어린이집으로 가지고 가고 싶어 하면서 “선생님이 내일은 장난감 어린이집에 가져와도 된다고 했어.” 라고 아이가 말할 때,
“ 너 그거 거짓말인지 알아, 엄마가 선생님한테 물어보고 거짓말이면 혼날 거야!”( × )
확인하면 거짓말이 드러날 것이고 그러면 자기는 부모 앞에 거짓말 한 것이 드러난다.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서 아이를 거짓말하는 아이로 단정하는 것 보다는 부모가 살짝 비껴가는 방법도 있다.
“ 정말? 안 그랬을 텐데. 엄마가 선생님한테 한번 물어봐도 돼?”
“ 너 이 장난감 가지고 가서 친구들한테 많이 보여주고 싶구나? 근데 이거 가지고 오지 말라고 처음에 선생님이 엄마한테 말씀 하셨어. ”하고 단호하게 행동의 한계를 말해 주기만 하면 된다.
어린이집의 장난감을 몰래 집으로 가져 온 유아가 “ 이거 민준이가 줬어” 라고 말하고 있는 아이에게 부모는 “ 이거 어린이집 장난감인거 같은데? 재밌게 놀다가 모르고 가방에 넣어 왔나보네? 내일 다시 갖다놓자~” 어린이집 물건을 가져오면 안 되고 다시 돌려 주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행동으로 옮기도록 했다. 유아의 거짓행동을 바로 잡아 주었고 이러한 지속적인 긍정적 훈육을 통해 유아의 도덕성이 발달해 간다.
자존심을 지키거나 자기 힘을 과시하기 위한 거짓말
친구가 멋있는 장난감을 가져와서 자랑하자 “나도 이거 우리 집에 2개나 있어” 라고 말하거나 놀이터에서 자기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언니에게 지지 않으려고 나이를 속여서 말하는 아이도 있다. “나도 6살이야~” 또는 “나 어제 아빠랑 비행기 타고 미국 갔다 왔어” 등 과장된 거짓말을 하는 유아도 있다.
유아의 거짓말의 의도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제스쳐를 해 주면서 그냥 부모가 진실을 한번 짚고 넘어가는 가는 정도로만 언급해 준다. “빨리 언니 되고 싶구나, 근데 너 아직 열 밤 더 자야 6살이 되는 거야~”. “우리도 비행기 타고 아빠랑 미국 가고 싶다, 그지?” 자존심을 지키거나 힘을 과시하기 위한 거짓말도 유아의 의도를 확인해 줌으로써 자녀의 거짓말을 알고 있다는 것을 유아에게 인지시킬 수 있다.
상상과 현실이 혼동스러운 거짓말
아이가 상상하던 것, 희망하고 있던 것, 현실과 과거, 공간이 다른 상황에서 벌어진 일들이 서로 섞여서 애매한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부모도 사실 구분해 내기가 어렵기도 한데, 영아나 나이 어린 유아의 경우 더 많이 나타난다. 어떤 말은 진실 같기도 하고, 어떤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실제로 일어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섞어서 말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행동은 그냥 인정해주고 넘어가면 되는 것이지 현실과 상상, 바램 등을 가려 내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유아는 자라면서 다양한 문제행동이 나타나는데, 한 두번 부정적 행동이 일어난다고 해서 그것을 문제행동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그 행동이 3개월 이상 반복되고 있을 때 그것을 문제행동으로 인식하기 시작해야 한다. 아이는 부모가 생각하는 가치와 도덕성, 신념을 보고 배우며 자라는 것이지 한 번의 훈육으로 문제행동이 바로 잡히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거짓말에 대한 훈육도 이러한 맥락에서 그 자리에서 아이의 거짓말에 대한 훈육을 바로 잡고 깨우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유아가 거짓말을 했을 때 유연하게 대처하는 부모의 부단한 시도를 통해 유아의 건강한 발달을 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