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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월 28일 화요일. 맑음인데 오후에는 비가 내렸다.
아침 식사는 누룽지를 끓이고 소고기를 버터에 구워서 고추장과 함께 먹었다. 어제 산 아이란(Ayran)도 마셨다. 숙소에는 유난히 해바라기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마루 바닥위에 있는 침대를 보니 고흐의 해바라기가 연상되고 그가 그림을 그리며 머물렀던 숙소가 생각난다. 체크아웃을 했다. 버스터미널을 향해 이른 아침에 걸어간다. 아침 기온은 서늘하다. 좀 추워 보인다. 아침 햇살이 진하게, 눈부시게 퍼진다. 트리폴리 성채와 해자(Tripoli Bastion Moat)도 보이고 뒤편에는 만들고 있는 공원도 내려다보인다.
버스터미널 이름이 Solomou sq 버스 터미널이다. 파포스(Pafos)행 인터시티 버스 표를 샀다. 7유로다. 시간표를 보니 버스는 자주 있다. 한 시간에 한 대 꼴로 있는 것 같다. 아침 8시에 출발하는 초록색 버스를 탄다. 이제 우리는 파포스로 간다. 차는 조용히 잘 달려간다. 평원의 초록을 벗어나더니 삭막한 산악지형이 나타난다. 파포스는 성경에 등장하는 지명이다. 사도행전 13장에 보면 안디옥에서 바나바와 사울을 따로 세워 보낸다. 배를 타고 구브로(키프로스)의 살라미스에 도착한 후 섬 가운데로 지나서 바보(파포스 Paphos)도착한다.
당시 총독 서기오 바울이 이곳에서 살았는데 하나님의 말씀을 듣게 되고 믿는다. 바나바와 바울은 다시 바보에서 배를 타고 안디옥으로 돌아간다. 나중에 바나바만 마가라 하는 요한을 데리고 키프로스로 돌아온다. 기대를 갖고 파포스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50분 정도로 거의 두 시간이 걸렸다. 인터시티 버스 정류장은 시내에서 좀 북쪽에 있었다. 우리는 종점에서 버스를 내려 시내버스 618번을 타고 해안가에 있는 시내버스 터미널(Paphos Transport Organisation)에 내렸다.
혹시나 해서 터미널 사무실에 들어가서 아프로디테 탄생지(Aphrodite's Rock)로 알려진 Petra tou Romiou를 가는 버스가 있는지 알아보았다. 10시 40분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었다. 친절하게 출발 시간과 돌아오는 버스 시간표가 적힌 작은 메모지를 얻을 수 있었다. 서둘러 예약해 둔 숙소(Pyramos Hotel)를 찾아갔다. 10분 정도를 걸어서 숙소를 찾았다. 예약 확인을 한다. 오후 2시에 입실할 수 있단다. 배낭을 리셉션에 맡겨두고 서둘러 나왔다. 10시 4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걷다가 뛰기도 했다.
631번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동쪽으로 25km 정도를 간다. 버스는 해안 도로를 끼고 달린다. 약 40분 정도를 달려 우리의 목적지 Petra tou Romiou에 도착했다. 버스 종점이다. 타고 간 모든 사람들이 내리고 돌아갈 사람들 20여명이 줄을 서서 탄다. 바다를 보기위해 도로 밑으로 나 있는 터널 길을 간다. 이 좁은 터널을 찾지 못하면 도로를 횡단해 바로 바다로 내려가면 된다. 이 터널 관문이 현실의 세계에서 신화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인 셈이다. 드디어 탄생지에 도착했다.
눈에 보이는 해안 경관이 론리 플랜닛 영문판 키프로스 안내책자의 표지 사진이다. 대형 암석이 자리한 자갈 해변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프로디테의 탄생지란다. 보티첼리의 유명한 그림인 ‘비너스의 탄생’의 배경이 된 곳이란다. 몇 개의 크고 작은 바위가 해변에 놓여있다. 자갈이 가득한 아담한 해변이다. 해변에 심겨진 나무에는 소원을 적었던 하얀 메모지들이 잔뜩 걸려 지저분해 보인다. 나무 밑에는 자갈에 적은 글자들이 보인다. 예쁜 바다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거품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아프로는 거품을 뜻하는 그리스어 아프로스에서 나온 말이란다. 이 거품은 그리스의 남단 키티라(CYTHERA)에서 이곳 키프로스까지 흘러갔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서로 자기네 땅이 아프로디테의 탄생지라고 주장한다. 키티라는 그리스의 펠레폰네소스 반도 끝에 있는 섬이다. 사랑과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는 제우스와 디오네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와 바다의 거품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후자에 관한 설은 다음과 같다.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가 낫으로 우라노스의 생식기를 잘라 바다에 던졌다. 이 때 버려진 우라노스의 살점과 피가 바다의 파도에 휩쓸리면서 아름다운 거품을 형성하였고, 이 거품이 서풍에 의해 키프로스 섬까지 몰고 가면서 거품은 점차 여체의 형상을 띠게 되었다. 이 거품이 ‘파포스 Paphos’ 도시 근처의 해안에 도착하자 마침내 거품 속에서 금발에 갈색 눈을 가진 상아빛 피부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신이 나타났다. 이 여신이 바로 아프로디테였으며, 그녀의 이름은 ‘거품’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의 ‘아프로스 aphros’를 어원으로 ‘거품에서 태어난 여자’라는 뜻의 아프로디테가 된 것이다.
하지만, 신의 계보학에 따르면, 아프로디테는 원래 셈족 계통의 여신으로 그리스에 오기 훨씬 이전에 팔레스타인 지방부터 시실리 섬에 이르는 동부 지중해 일대에 널리 숭배되었었으며, 그녀가 파포스 근처에서 여신으로 태어났다는 신화는 기원전 1,200년경 키프로스의 파포스에 아프로디테의 신전이 세워졌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프로디테는 제우스 보다 훨씬 이전에 등장한 신으로써, 어떤 그리스 신화에서 아프로디테를 천지창조 시기인 우라노스와 가이아 시대에 함께 탄생한 것으로 설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돼지 모양의 가장 큰 바위를 힘들게 올라갔다.
바위 위에서 주변을 내려다본다. 모래 언덕에는 하트 모양의 이니셜을 자갈돌로 만들어 놓았다. 앞쪽 바다에 보이는 바위들이 영락없는 바지락과 조가비 모양이라는데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갈매기 두 마리가 앉아있다. 몽돌해변이 길게 이어진다. 서쪽 해안가는 거리고 황량한 절벽이 이어진다. 바람이 느껴진다. 북쪽에는 고가도로가 지나간다. 먼저 온 커플이 바다를 보고 앉아있다. 기분이 좋다. 날씨가 잔뜩 흐리더니 비가 내린다. 서둘러 내려간다. 아내가 내려오는데 힘들어 한다. 비가 내리니 바위가 미끄러웠다.
흐리고 비가 내리는 해변에서는 별로 할 일이 없었다. 우리는 주변에 있는 산책길을 걷기로 했다. 먼저 자갈길을 따라 해변을 걷다가 힘들게 언덕을 올라 산책길로 들어섰다. 내리던 비는 멈췄다. 걷기에 아주 좋았다. 주변에 사람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고 우리 둘 뿐이다. 이 길은 해변 가와 반대쪽으로 이어지는 페트라 토우 로미오 자연 트레일(Petra Tou Romiou Nature Trail)이다. 지중해의 바람과 비, 그리고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걸어보기로 했다. 공식 명칭인 페트라 토우 로미오는 ‘로마의 돌’이라는 뜻이란다.
당시 이 지역이 동로마제국 비잔틴(그리스) 소속으로 있을 때 지어진 명칭이다. 궁극적으로 그리스의 돌이라는 설명이다. 해안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길이다. 차가 다닌 길로 보인다. 이 길이 트레일이다. 바다를 보면서 이어진 길을 걷는다. 바닷가 반대쪽의 내륙으로 이어진다. 듬성듬성 풀들이 자라는 황량한 모습이다. 한 여름에는 엄청 더울 것 같다. 이 길은 유럽의 비정부기관 Coastal & Marine Union(EUCC)에서 선정하는 Quality Coast Award 2009에 선정된 곳이다.
길에는 화살표가 세워져 있어 방향을 잡기 쉽다. 언덕에 도착하니 액자 프레임이 만들어져 있어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기 최고의 장소란다. 바다가 한 눈에 펼쳐진다. olive tree라는 팻말이 보인다. 힘들게 자라고 있는 나무다. 길은 비포장으로 마사토의 돌밭길이다. 걷다보니 바다로 향한 빈 의자도 나온다. 길 건너편에 Aphrodite 리조트 간판이 보인다. 길을 따라 저기로 올라가면 Aphrodite Hills이 나온다. 거기(구 파포스 지역)에는 오래된 아프로디테신전과 유적들 그리고 교회, 박물관등이 있고 숙소와 식당, 카페, 거기에 골프장까지 있다.
Antony라는 글씨가 보이는 무덤이 있다. 작은 십자가 묘비가 컬러로 잘 장식되어있다. 거미줄처럼 이어지는 산책길이다. 이제 돌아간다. 도로를 따라 걷다가 도로를 건너 산으로 나있는 길을 간다. 올라간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전경이 시원해 보인다. 거친 들풀로 보이는데 이름을 갖고 있다. 팻말을 보니 Thyme(사향초)이다. 향미료로 사용되는 약재란다. 흐린 날이라 바다도 회색빛이다. 하늘에 따라서 바다 색깔도 변하는 것 같다. 함께 타고 온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버스 정류장 옆에서 Quality Coast Award 2009로 선정했다는 표지판을 찾았다. 참 반가웠다. "청정 해변 상(Quality Coast Award 2009)" 이라는 상패가 바위벽에 붙어 있다. 2009년 5,27 이후 24개월간 수상을 상징하는 깃발과 배너 사용을 허가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나무로 된 판인데 오래되어서 기록이 흐려져 아쉬웠다. 아내는 바다로 다시 내려가고 나는 전망대가 있는 언덕을 올라갔다. 멀리 아내가 바다에 보인다. 멋진 풍광이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인다. 오후 3시 5분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멈추었던 비는 계속 내린다. 파포스 시내, 바닷가로 나서보니 거리가 좀 쓸쓸하다. 상가도 문을 닫았고 거리에 사람도 별로 없고 바람만 가득하다. 호젓하고 조용하지만 좀 쓸쓸해 보인다. 해안에는 배들이 보이고 그 뒤로 고성이 보여 멋지다. 파포스(Pafos)는 섬의 남서쪽 해안가에 위치한다. 한때 키프로스의 수도였으며 아프로디테의 도시로 알려진 곳이다. 파포스 남쪽 해안가에 고대 도시 하(下) 파포스(low Pafos)의 유적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 있다. BC 316~309 년에 파포스 왕국의 왕 니코클레스(Nicocles)는 조그마한 어촌을 헬레니즘과 로마시대의 키프로스의 수도가 된 항구 도시로 만들었다.
보다 오래된 고대도시(그리스식 지명은 팔라이파포스)는 지금의 피르고스(쿠클리아) 자리에 있었으며, 로마 시대에 구(舊)파포스 대신 건설되었던 신(新)파포스는 서쪽으로 16㎞ 더 떨어져 있었다. 신파포스와 크티마가 합쳐져 지금의 파포스를 이루고 있다. 미케네 시대에 그리스 이주민들이 이곳에 정착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파포스는 크기나 영향력에 있어 키프로스의 여러 도시 가운데서 살라미스에 다음 가는 곳이었다. BC 294년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1세가 정복하기 전까지 키니라드 왕국이 통치했다.
구파포스는 키니라드 왕국의 몰락, 신파포스의 건설, 로마의 키프로스 정복(BC 58) 이후 그 위세가 약화되었으며, AD 4세기 이후 끝내 폐허가 되었다. 로마 시대에 섬 전역의 행정중심지가 되었고, 4개의 로마 지구 중 하나가 되었다. 이 도시는 960년 이슬람교 침략자들의 습격을 받고 파괴되었다. 지금의 도시는 1878년 영국에 점령당하고서야 성장하기 시작했다. 도시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항구는 1908, 1959년에 재개발되었으나 많은 물동량을 다루기에는 여전히 규모가 너무 작아서 실제로 지역 어선단의 기지로만 이용되고 있다.
1974년 이후 약 5,000명의 그리스계 키프로스 난민들이 정착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1970년대 말까지 이 도시는 공업지대와 관광호텔을 포함하여 유력한 경제개발 중심지가 되었다. 볼만한 유적으로는 그리스 정교회 교회들, 자미케비르 사원, 파포스 성, 프랑크족 목욕탕 등이 있다. 파포스 주는 동쪽으로 리마솔·니코시아의 주들과, 남쪽·서쪽·북쪽으로 지중해(북동쪽의 크리소쿠 만 포함)와 경계를 이룬다. 트로오도스 산맥은 니코시아 주와 경계선에 있는 프리필로스 산은 높이가 1,362m다.
이 산맥에서는 들쑥날쑥하고 바위가 많은 해안의 저지대를 제외하고 전 지역이 내려다보인다. 이 주의 경제는 농업이 지배적인데 곡물·콩류·야채·감귤류가 재배된다. 대규모 관개시설이 주요 감귤류 재배지역에 물을 공급해준다. 구릉지와 산 사면에서는 올리브·캐럽·사과·배·버찌 등이 재배된다. Papantoniou 슈퍼마켓에 들어갔다. 내부가 깨끗하고 질서 있게 보인다. 고급스럽다. 소시지와 오렌지, 토마토와 계란을 구입해서 숙소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길 오른편에는 그리스 정교회가 있고 왼편에는 울타리가 쳐진 오래된 교회가 있다.
우리가 머물 호텔 Pyramos Hotel은 깨끗하고 단순하고 깔끔하다. 200호실에 체크인을 했다. 침실은 단정하고 수건으로 만들어 놓은 장식품이 예쁘다. 맘에 든다. 소시지와 계란을 삶아서 먹었다. 저녁에 다시 시내로 나와 해안도로에 섰다. 저녁놀이 진하고 풍성하다. 물고기를 들고 있는 소년상이 있다. 감추고 있는 물고기가 좀 커 보인다. 축축하고 서늘한 저녁 분위기다. 몇 개의 상가에는 불이 들어와 쓸쓸한 해안가를 밝혀준다. 야자수의 늘어진 잎과 연인이 역광으로 검게 카메라 앵글에 담긴다. 다시 숙소로 들어왔다. 내일 모레 머물 라르나카 숙소를 찾아보았다. 조용한 파포스에서 하루를 접는다.
1월 28일 경비- 숙박비 32.81유로(43,204원), 인터시티 버스비 14유로, 버스비 9유로,
슈퍼(소시지, 계란, 오렌지, 토마토)7유로.
계 62.9유로*1350=84,915원
누계3,223,915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