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노동네트워크에서 주최하고 지난 8/13 열린 ‘청소년의 일 경험과 성차별 집담회’에 세움의 쒹쒹이 자신의 노동과정에서 겪은 성차별 경험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쒹쒹의 경험이 개인에서 그치지 않고 많은 여성청소년들에게 공감을 주고, 고민을 던져줄 수 있을 것 같아 발제문 전문을 공유합니다.
-
여성 청소년이 알바를 하면서
-쒹쒹(18세)
우선 나의 집은 한 부모 가정이고 집안 형편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용돈을 받기 어려운 관계로 알바를 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고깃집 알바를 하던 친구가 끝나는 시간이 너무 늦어 “여자애가 무슨 그 시간에 돌아다니냐”며 안된다고 반대하는 아빠의 강압에 의해 그만 두게 됐고, 내가 이어서 하게 됐다. 그 곳에서 나는 홀서빙 알바를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월, 화, 수요일 주 3일을 일하게 되었다. 고깃집은 숯불을 직접 다루며 무한리필 메뉴가 있었기에 불을 더욱더 많이 다루었다. 학교를 마치고 고깃집을 가는 일상이 익숙해졌을 즈음, 50대 초반 정도 되는 남자 손님이 "남자 직원은 어디 있고 여자가 이런 일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당시 나는 직원이었고 손님에게 항의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알바를 하는데 그런 게 어디 있냐”며 소극적으로 말씀드렸다. 하지만 그 손님이 식사를 다 하신 후 던진 사장님의 말씀이 더 불쾌했다. 사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손님한테 네가 남자랑 힘이 똑같다고 말하려다가 그냥 안 했어(웃음)” 내가 들었던 생각은 ‘여자는 위험요소가 없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인가? 또 남자는 위험한 일을 해도 되는 것인가? 그런 건 편견인데’ 였다.
고깃집 여자 사장님은 내가 편해지셨는지 어느 사이부터는 내 체형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알바를 하다 보니 살이 빠져 더 예뻐진 것 같다”, 어쩌다 살짝 타이트한 바지를 입고 가니 “그런 옷을 입으면 좀 나이가 있는 아저씨 손님들이 성적인 발언을 한다”며 주의를 주시기도 했다. 내가 살집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다른 사람에게 평가를 받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게 설령 칭찬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나를 평가한 것이기 때문에. 또 타이트한 옷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때 왜 피해를 받는 사람이 조심해야 하는지 역시 이해가 되지 않고 당황스러웠다.
한편 주방 이모 두 분이 계셨는데 내가 화장을 안 하고 가면 꼭 사장님과 함께 “아파 보인다” 또는 “쉬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하시거나, 대놓고 나에게 "루즈 좀 발라라”, “보기 좀 그렇다”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화장은 자신이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 아닌가? 사회에서 여성이 화장을 하지 않고 다니면 화장 좀 하고 다니라며 나무라고 화장이 예의고 배려라고 말하는 것이 떠올랐다. 당시 나는 그냥 화장하는 것이 귀찮다며 얼버무렸지만 기분은 상당히 나빴다.
단기로 용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주말만 하는 악세서리 프리마켓 알바도 하게 됐다. 이곳에서는 분홍색으로 된 머리띠나 레이스로 만든 삔과 같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여자아이들이 하는 액세서리를 팔았다. 하면서 느낀 것은 아직까지 사람들이 여자색과 남자색을 구분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어릴 때부터 이런 편견을 갖고 있는 부모들에게 키워져 커서 나는 남자니까 혹은 나는 여자니까~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이 고깃집에서 일하기 전에는 예식장과 같은 곳에서 하루 단기 알바를 네 차례 정도 했다. 내가 일한 곳에서는 여자는 모두 치마를 입었어야 했다. 나는 그곳에서 주는 옷에 몸에 라인이 너무 들어가 있어 입기 싫었지만 하는 수없이 입었다. 또 다른 곳은 아르바이트생들의 대부분이 청소년이었어서 정직원이 아르바이트생들 앞에서 아르바이트생을 욕하기도 했고 대놓고 무시하기 일쑤였다. 8시간을 일하면서 물 한 모금도 주지 않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용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참고 다른 호텔에 알바를 하러 갔다. 그곳에서 주는 옷 또한 몸의 라인이 많이 들어가 있는 옷이었고 입고 나가니 매니저로 보이는 남자직원이 뒤에 끈이 안 묶였다며 묶어 주겠다고 했다. 나는 이게 편하다고 거절했지만 그 직원은 묶어주었고 그다음 나의 가슴을 보더니 “오~ 푸는 게 낫겠는데? 너무 크다(웃음)”라며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 나는 이런 식의 성희롱을 처음 당해 당황스러웠고 그 남자가 너무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해서 더욱더 당황스러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러한 알바 말고도 사회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여자가~’ 또는 ‘남자가~’라는 발언이 성차별적인 발언이라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또한 성차별에 관한 교육을 전혀 듣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평등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또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성희롱 예방교육을 대충 해주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기 알바에서는 오래 보지 않을 사람이어서인지, 청소년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청소년 노동자로서 존중 받지 못하는 느낌이 매우 많이 들었다.
알바를 시작하기 전에 노동에 대한 강의는 학교에서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내가 일을 하다가 성차별 혹은 성희롱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몰랐다. 따라서 성차별, 성희롱이 발생하지 않게 사전에 교육을 듣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미래에 우리의 사회에서는 성차별, 성희롱이 없을 수 있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도 교육하고 부모들도 그 교육을 의무적으로 듣게 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