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이 변덕스럽게 오가는 날이 었습니다. 따스한 차 한 잔이나, 깊이 있는 국물이 생각나는 날이기도 하지요. 이런 날에는 왠지 감정이 풍부해지는 분도 있고 날씨마냥 마음이 싱숭생숭하신 분도 있을 겁니다. 이런 때는 따스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따스한 이야기로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나폴레옹의 유배지였던 세인트 헬레나 섬과 함께 대서양 한 복판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지역으로 알려진 화산섬 트리스탄다쿠냐(Tristan da Cunha)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높지 않다.
그 섬 이야기의 주제입니다. 김종철 님의 소개로 우리나라에 알려진 것으로 보이는데, 한창훈님이 5편의 연작 소설로 [행복이란 ···]을 엮었더군요. 섬이 궁금하여 위키를 찿아보니 인구가 2013년 조사로는 259명입니다.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 / 김종철 / 삼인
행복이란 말이 없는 나라 / 한창훈 / 한겨레출판
오고 갔던 이야기를 복기하자니 함만복 시인의 [섬]이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저는 울타리로 기억하고 있었네요.
물 울타리를 둘렀다
울타리가 가장 낮다
울타리가 모두 길이다
가장 고립된 곳이라지만 현대문명의 영향에서는 벗어날 수는 없겠죠? 지금의 문명을 대표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소비"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데 그 소비로 말미암아 지구는 죽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필요 이상으로 자원을 소비한다는 것이지요.
팩트(사실)를 전하는 책은 읽을 때는 무섭고 내가 어떡해야하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지만 책을 덥고 나면 쉽게 잊어버립니다. 저의 경우는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나 소설로 접하면 수 많은 팩트는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고 이야기들은 가슴에 담기고 몸에 흡수되는 것을 느낍니다. 굳이 기억하려하지 않아도 오래 동안 머리 속에 남아있습니다. [벌들의 역사]가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벌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랄까요, 변하는 것 같습니다. 아주 쪼오금....
양봉을 하셨던 회원, 농장에서 수분을 위해 벌의 도움을 받았던 회원분 덕분에 살아 있는 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감격스러웠습니다. 인간이 감히 자연을 얼마나 업신여기고 있었는가 하는 반성을 합니다. 덕분에 벌의 세계에게 조금 다가간 것 같습니다.
착한 소비는 없다 / 최원형 / 자연과 생태
벌들의 역사 / 마야 룬데 / 손화수옮김/ 현대문학
마지막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소설을 읽고 계신다며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리신 분이 계셨습니다.
봄 날 / 임철우 / 문학과 지성사
소년이 온다 / 한강 / 창비
언제나 우리 고국의 지난 이야기를 꺼낼때면 정치 문제로 빠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흐름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혹여 참가하신 회원분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지혜롭게 서로 수위 조절을 해주셔셔 감사했습니다.
우리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에 사는 것 같습니다. 정보가 세상 천지에 널려져 있을때는 더더욱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봅니다.
총 7분이 참석하셨구요. 한 분은 새 얼굴이셨습니다. 이번 모임을 마치고도 모두 책을 한 아름 안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첫댓글 책을 한아름~~~함께한 마음도 한아름^^ 글만 봐도 참 좋은 모임이었을것 같은데 실제로는 얼마나 좋았을까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