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도록 푸른 하늘아래 거센 바람이 부는 선자령에서 너른 목초지를 둘러싼 능경봉 골폭산 화란봉 석두봉 두리봉 석병산 고적대 청옥산 두타산으로 이어지는 대간과 오대산 소계방산 계방산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을 살피고 발왕산과 노추산의 산그리메를 만끽하다.
노인봉의 비탐구간과 선자령의 금지선을 넘어야하기에 양재역에서 금요일 저녁 10시 20분 출발, 산행 시작이 토요일 새벽 1시 30분. 어마어마한 시간이다. 대간을 끊김없이 걷고자하는 의지의 결과다~ 다만 떳떳하게 환한 대낮에 걷고 싶다. 우리 산하 아닌가!
진고개에 도착하니 가는 비가 내린다. 우비를 입고 비치마까지 두르고 노인봉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어둠 속 노인봉에서 동대산과 두로봉 응복산 약수산 설악산을 잇는 대간을 볼 수 없겠지만 날 밝은 후의 선자령에서는 멋진 조망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비치마가 필요 없을 정도로 등로가 넓어 나뭇가지의 빗방울이 몸에 닿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도 등로 옆의 나뭇잎이 겨울 준비를 마치고 땅에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덕분에 길이 훤하게 들어나 알바할 염려가 줄어든다. 다만 낙엽 아래 돌과 나무 뿌리들이 계속해서 신경 쓰이게 한다.
긴 계단을 오르니 비도 잠시 멈추고 비록 검은 형체이기는 하나 진고개의 고위평탄면이 드러난다. 저 봉우리 뒤가 노인봉이라던데... 황병산 정상의 군부대 조명이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준다. 지난 번 진한 비구름 속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노인봉삼거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노인봉을 다녀온 후 대피소앞 목책을 넘을거다.
새벽비에 노인봉의 바위가 미끄럽다. 조심조심 올라간다. 이제는 익숙해진 마음의 눈으로 동대산 두로봉 응복산 약수산 설악산을 바라본다. 그리고 황병산과 소황병산 매봉 선자령 골폭산도 가늠해본다.
노인봉. 설악산 공룡능선에도 노인봉이 있는데...정상석 주변 분비나무가 랜턴 불빛에 반짝인다. 하늘에도 별이 반짝인다. 별을 보니 비구름 걷힌 선자령에 대한 기대가 커져간다.
노인봉 대피소 앞에서 대간길로 들어선다. 곧 갈림길이 나오고 우리는 우측 길을 취한다. 꽃이 많았던 곳인데 꽃은 보이지 않고 낙엽만이 켜켜이 쌓여있다. 습지는 여전하다. 바위채송화가 곱게 피어있던 바위에게도 반갑다 인사한다. 산자분수령을 어기고 개울을 건넌다. 그럼 알바? 그렇단다. 후미는 습지를 빠져나오는 목책의 우측으로 가서 습지를 한바퀴 돌았단다. 진한 어둠은 방향감각을 잃게하나보다. 이곳에서 20기도 알바했었다.
산림보호습지를 빠져나와 너른 목초지를 우측으로 두고 숲 가장자리를 따라 오르 내리며 소황병산으로 향하는데 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소황병산 초소에 도착했다. 감시카메라를 피해 초소 뒷쪽으로 길을 잡는다. 너른 초원의 우측 가장자리로 올라가면 멋진 팻말이 있는데 선두가 왼쪽 숲으로 들어가니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미련이 남아 자꾸만 팻말 방향으로 눈길이 간다. 밝은 날 노인봉과 소황병산을 오르고 싶다. 목초지 가장자리를 따라서 계속 진행하는데 까만 매봉의 실루엣이 어둠을 뚫고 눈에 들어온다. 우측 목초지에 소나무 몇그루도 점점 형체를 드러낸다.
매봉 올라가는 길이 조금 단장되어 걷기 수월하다. 다만 매봉 다 와서 잠시 헤멨다. 하늘이 밝아온다.
매봉은 여전했다. 여전히 아무것도 안보이지만 뽀송해서 좋다. 흔들리는 정상석을 붙잡고 사진을 찍는다.
이제 동해전망대를 향해 출발~
앞서는 대원들의 랜턴 불빛과 나무에 붙은 띠지를 쫒는다. 랜턴 충전이 잘못되서 랜턴없이 걷는 대원이 있어 앞뒤에서 불빛을 나눠주며 걷는다. 다치지 않아 다행이다.
숲 가장자리를 따라 올라간다 |
동해전망대를 향해가며 뒤돌아본 황병산과 소황병산 |
임도를 걷지않고 산길로 접어들어 목초지 가장자리를 따라 봉우리를 오르내린다.
어느새 날은 밝아 짙은 구름을 뚫고 대지를 환하게 비춘다. 비행기 날아가는듯한 바람개비 돌아가는 소리가 윙윙거린다. 황병산과 소황병산 매봉이 풍차 뒤로 선명하다
대지가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동틀무렵의 분홍 햇빛은 구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푸르스름한 하늘빛만 가득하다.
드디어 동해전망대에 왔다.
오늘은 동해를 맘껏 보리라~
동해전망대 앞의 결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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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장관 망망대해 희망의 전망대. | #와~바다다~
경포호가 선명하다
| 서쪽 황병지맥 건너로 오대산 계방산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
남동방향. 맨뒤가 백두대간.석병산 두타 청옥 고적대.
북쪽방향. 오늘 걸어온 길 |
바람의 언덕으로 올라간다. 마침 햇빛이 구름을 뚫고 대지를 향해 쏟아진다.
바람의 언덕을 내려와 좌틀한다.
올라야할 곤신봉과 선자령을 보며 걷는데 아득히 멀게만 느껴진다. 이럴땐 뒤돌아보며 지나온 길을 보면 새로운 힘이 솟아난다. 소황병산과 매봉에 햇살이 가득하다. 아침 식사한다는 곤신봉의 바위가 보인다. 빨리 밥먹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밥먹는 사이 그새 하늘은 더욱 파래졌다. 선자령을 향해 가면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니 동해로 흐르는 산그리메가 펼쳐지고 뒤를 돌아보니 오대산과 황병산이 구름을 완전히 벗어났다.
| 곤신봉에서 내려오며 바라본 남동방향 | 곤신봉에서 내려오며 바라본 선자령 | 황병산과 구름이 멋드러진다. | 존재감 확실하게 드러낸 발왕산 | |
이제 선자령까지 룰루랄라 천천히 바람도 느끼고 초지도 감상하며 걷는다. 억새는 번짝반짝 빛나며 바람에 출렁이고 풀들도 일제히 한 방향으로 드러 누워 바람을 받아낸다. 선자령에 도착했다. 분명 봉우리인데 왜 령이라 이름 붙였을까. 만월산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
이제 선자령에서 사방 조망을 즐겨보자.
| 선자령의 남동쪽~남쪽 방향 | 선자령의 남쪽~남서쪽 방향 | 선자령의 남서쪽~서쪽 방향 | 선자령의 서쪽~북서쪽 방향 |
| 선자령의 북쪽 방향 | 남동쪽을 다시한번 | 오늘 산멍의 중심이 되어준 삼총사 | 해동삼봉~ 곧 만나요~ |
이제 새봉으로 고~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새봉에 도착했다. 정상석도 없고 길안내 이정표도 없어 지나치기 쉽다. 돌탑만이 새봉임을 알려준다.
임도를 따라오다 대관령 방향 숲으로 들어간다.
드디어 대관령에 도착했다. 시간은 아직도 낮 12시가 안되었다~
25키로를 10시간 동안 걸었다.
발바닥이 아프지만 모처럼 푸른 하늘아래 선자령과 주변 산들을 원없이 즐겼다.
술래가 되어 비구름 속에 숨은 선자령을 찾아낸 기분이다.
뿌듯하다~
첫댓글 에고 힘들어
산행을 다시한 기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다녀와서
다시 한번 회상할수있게 해주고
그냥 지나친곳을 알게 해 주셔 감사
미녀 대장님!
단사에 꼭 센터에 서주시길
그래야 단사찍을 맛이 나가덩여
보는 사람들도 ~~~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다음에 또 좋은 글 부탁 드려여~~
다음 산행에서 뵈여~~
훌륭한 기록입니다.
산을 보는 시야가 점점 넓어지시는군요.
기록은 기억입니다. 다음 산행의 기초가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