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요, 체육해요"
"사회 싫어요."
"책 읽기 싫어요."
"이것만 하고 나가자."
옆반 선생님에게 함께 체육활동을 하자고 제안을 했다. 아이들에게는 안된다고 했지만 아이들 말 한마디 한 마디는 늘 가슴에 남아 있어 고민을 하게 만든다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축구할까, 어때."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 시켜보자. 함께 할 수 있는 체육활동이 많지가 않네."
"우리반 여자 애들은 피구를 많이 좋아하지 않고 앉아서 노는 걸 좋아하는데 할 수 있을까요."
"일단 해보자."
승낙을 받고 협의를 끝냈지만 교실에 가서는 시치미를 떼고 도서관에 가서 영어책을 빌렸다. 독서 시간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영어책을 읽어보기로 하고 제안을 했다. 어떻게 읽냐며 하소연하기도 했지만 모두가 잘 빌려왔다. 사실 영어책 읽기는 학급에 수려가 제안을 한 활동이기도 했는데 일단 해 보고 계속 제안을 할 지 결정하기로 했다
마음에 준비한 일을 마치고 운동장에 내려가서 축구를 시작했다. 나는 축구 심판, 옆반 선생님은 피구 심판을 보도록 했다.
이런.
시큰둥하게 있는 아이들이 남자 친구들 19명 중에 10~12명이나 되었다. 무관심하게 몰려있다가는 공이 오면 발로 한 번 툭 치고 만다
옆반은 축구를 배우고 있는 아이들이 4명이나 있다고 한다. 그반도 대충 움직이는 아이들이 있기는 했지만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집단활동을 하고 보니까 아이들의 협력하는 모습이 확 드러났다.
각자의 개성이 워낙 두드러지는 우리반인 건 알고 있었지만 축구라는 호불호가 명확한 활동 앞에서 참여할 건지, 대충 할 건지의 선택이 극명했다.
실망감이 몰려드는 순간, 어느새 옆반의 적극적인 공격은 점수로 이어져서 2대0까지 기울었다.
이 과정에 한 친구의 독자적인 행동이 빌미가 되기도 했지만 각각의 흩어진 마음이 빚어낸 일이라고 보아야 하겠다.
축구는 혼자만의 게임이 아니다. 물론 뛰어난 실력을 가진 몇몇 친구들이 승패에 큰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나머지 친구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였을 때 그 힘이 드러나는 경기이다.
처음으로 다른 집단과 겨루기를 해 보고 나서 이기고 짐의 차원을 넘어서 협력적으로 활동하는 아이, 개인의 감정을 앞세우는 아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람은 함께 살아간다. 부정에도 함께 맞서야 하고 정의에도 함께 동참하면서 끊임없이 함께 잘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나간다
개인의 정서와 욕구를 반영하기 위해 애써면서도 끊임없이 양보와 타협이 요구된다.
이러한 마음들은 책으로만 배우거나 특정한 활동을 통해 완성되는 건 아니다.
지금처럼 학교에서 함께 뛰고 움직이면서 마음을 만들어간다고 본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활동에 소홀하거나 외면하거나 해를 가하는 마음은 올바르지 않다.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집단 속의 내가 하는 행동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에 대하여 성찰해야 한다.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올바른 마음가짐이 목표라고 했을 때 그 목표를 위한 활동 한 가지를 통해서 완성되지는 않는다. 쉼없이 이어지는 크고 작은 수많은 학교활동들이 모여서 완성된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밭을 가보자. 고 작은 모래알 하나 하나가 모여서 만들어내는 넓은 모래사장의 위대함을 만나게 된다. 작은 벌꿀 한마리는 아무런 힘이 없다. 하지만 수없이 많이 모인 벌꿀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일때 무서운 말벌의 위기도 이겨내고 달콤한 꿀을 만들어낸다.
즐거움은 즐거운활동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즐거운 마음에서 만들어진다. 내앞에 주어진 일들의 성격을 떠나 즐거운 일로 만드는 것은 바로 나의 몫, 나의 책임이다. 내가 있어 즐거운 집단, 내가 있어 즐거운 일, 즐거운 활동이 가득하도록 만들어가는 긍정적인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긍정의 마음은 적극적인 행동을 만들어낸다. 긍정의 마음이 나비효과를 불러오는 변화를 기대해 본다
우리끼리 모여 있을 때 느껴졌던 부족함이 다른 집단을 만났을 때 명확하게 드러났다. 좋은 시간이었다. 이번 일을 기회로 우리의 부족함을 다시 짚어내고 서로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더 큰 힘을 만들어내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다
속상함과 아쉬움이 흐뭇함과 행복한 기대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