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김명옥
난 울산바위에 구멍을 내고 말았습니다. 설악프라자cc 3번 홀에서 티샷한 볼이 직선거리 3km를 날아서 울산바위를 맞혀 그만 구멍을 내고 말았습니다. 당연히 볼은 OB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내 볼이 울산바위에 맞고 튕겨서 3번 홀 페어웨이에 와 있었습니다. "와! 내 볼이 3km를 날아갔다가 2800m를 튕겨서 여기에 와 있네!" 했더니 "누가 울산바위에 구멍을 냈나 했는데 바로 회원님이셨네요. 구멍 메우기 전에는 오늘 집에 못 가십니다." 웃으면서 캐디가 건네준 아이언으로 내가 낸 구멍을 향해 세컨샷을 날렸고 볼은 그린에 올라갔습니다. 아쉽게 버디는 놓쳤지만 파로 홀아웃하며 "캐디님, 구멍 메운 걸 확인하셨죠?" 볼을 집어 들며 난 울산바위에게 한쪽 눈을 찡긋했습니다. 3km 거리 밖 울산바위가 어깨가 들썩이도록 껄껄 웃었습니다.
그렇게 난 울산바위에 구멍을 냈고 구멍을 메웠음을 고백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고백하면 그 죄책감이 줄어드는 현상을 고백효과라 합니다. 꼭 고백효과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라운드 동안 저지른 많은 잘못을 고백합니다.
골프채로 상처 낸 내 볼, 악성 슬라이스와 악성 훅으로 해저드와 산으로 날려 보낸 내 볼, 주운 새 볼에 버림받은 내 헌 볼, 허락 없이 샷하고, 좋은 곳에 옮겨놓고 샷하고, 남의 실수는 내 행복이라며 박수까지 치고,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조상 탓’이라고 미스샷이 날 때마다 클럽 탓 볼 탓, 그러다가 "어, 이상하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안 되지?" 했던 이 모든 것을 고백합니다.
참회는 자신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깊이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불교수행법으로 내가 나에게 하는 고백이며 반성이며 약속입니다. 골프는 동반자와의 경쟁이 아니라 골프코스와의 경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엄격하고 동반자에게는 배려심이 있어야 하는 운동입니다.
불교에는 백팔번뇌, 백팔염주, 백팔계단, 백팔배, 백팔종 등 108이란 숫자를 붙인 불교수행용어가 있고, 골프에도 골프가 안 되는 핑계 108가지, 홀의 직경이 108mm, 주말골퍼의 평균타수가 108타 등 108이란 숫자가 있습니다.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프로골퍼들의 승패를 좌우하는 홀 컵, 백팔번뇌의 상징이라는 홀 컵 앞에서 트리플보기로 홀아웃하는 친구에게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야."라며 잘난 척한 것을 참회합니다.
트리플보기에 "나 골프 접어야겠다."며 마음 상해서 투덜거리는 친구에게 "배려보다 더 힘든 게 겸손이더라."라며 잘난 척에 더해서 불난집에 부채질까지 한 나를 어찌하면 좋습니까?
첫댓글 글을 읽으며 생각해 보니 살아내는 것이 다 그렇고 그런가 봅니다.
때로는 웃어도, 찡그려도 누군가에게는 밑줄이 쳐져서 화해의 대상이 되기도 하니 말입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정답인지 모르겠어요,
누구는 무관심이라는데 그 무관심이 더 무섭더라고요.
골프는 잘 모르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고백,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도 쪼금 젊은날에 꾕이 노니는 무공해 지역이란 팻말이 붙은 연습장에서 골프를 배운다고 남편이 골프채 1셋트를 사 주었지요. 필드에도 못나가 보고 끝났어요. 수영이 적성에 맞았어요. ㅎ 골프채가 임자를 잘못 만난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