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히 삼독을 돌이켜 삼취정계 만들어
<14> 증시랑에게 보내는 대혜선사의 답장 ①-5
[본문] 이러한 때에 이르러서는 비로소 능히 삼독을 돌이켜 삼취정계(三聚淨戒)를 만듭니다. 육식을 돌이켜 육신통을 만듭니다. 번뇌를 돌이켜 보리를 만듭니다. 무명을 돌이켜 큰 지혜를 만듭니다. 위와 같은 한 꾸러미의 일은 다만 당사자의 최후 한 생각 진실한데 있을 뿐입니다.”
[강설] 선재동자가 미륵보살의 가르침을 믿음으로 인하여 성취한 경지를 대혜 선사가 <화엄경>과는 달리 표현하여 해설한 내용이다.
즉 선재동자의 경지라면 탐 진 치 3독(毒)은 곧 부처님이 제정하신 5계와 10계와 10중대계와 48경구계와 비구 250계등을 잘 지키고 실천하는 섭율의계(攝律儀戒)가 되며, 일체의 선행을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섭선법계(攝善法戒)가 되며, 일체의 중생을 모두 섭수(攝受)하여 구제하고 이익하게 하는 섭중생계(攝衆生戒)가 된다고 한다. 6식은 곧 6신통이 된다. 번뇌가 곧 보리가 되며, 무명은 곧 지혜가 된다.
불교의 목적은 인간의 영광과 오욕으로 뒤엉킨 하루하루의 삶을 어떻게 이해하는가가 문제이다. 인간은 누구나 3독과 8만4000 번뇌와 무명과 6식의 굴레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그것 자체가 그대로 부처로서의 삶이다. 그 삶을 떠나서 달리 부처의 삶은 없다. 선재동자는 진실한 믿음 하나가 갖춰짐으로 비로소 출발하기 이전의 궁극적 경지에 이른 것이다. 그것은 곧 사람의 삶 이대로가 부처의 삶이라는 내용이다.
번뇌 돌이켜서 보리 만들고
무명 돌이켜 큰지혜 만들어
[본문] 선재동자는 미륵보살이 한 번 손가락을 퉁기는 사이에도 오히려 모든 선지식들에게서 얻은 삼매를 몽땅 다 잊어버렸는데 하물며 끝없는 세월의 헛된 악업과 습기이겠습니까?
[강설] <화엄경>에서 선재동자는 미륵보살이 손가락을 한번 퉁기는 사이에 그동안 53명의 선지식에게서 배우고 익힌 그 소중한 가르침들과 삼매를 다 잊어버렸다.
이 문제를 바꾸어 생각해보면 53명의 선지식에게서 배우고 익힌 가르침과 얻은 삼매를 다 잊었다는 것은 그 외의 8만4000 번뇌망상과 무한한 세월동안 쌓아 온 거짓과 위선과 악업과 습기들까지 함께 다 잊었다는 뜻이 된다.
한편 아깝고 애석하지만 한편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만약 선지식에게서 배운 가르침과 삼매도 남아 있고 악한 업장과 온갖 번뇌와 습기도 남아 있다면 그 정신세계가 어떻겠는가.
불교는 공문(空門)이라고도 표현한다. 온갖 것이 모두 텅 비어 없는 경지를 높이 산다는 뜻이다. 검은 먹구름이 다 걷히면 밝은 태양만 저절로 빛나기 때문이다.
[본문] 만약 과거에 지은 죄가 실재하는 것으로 여긴다면 현재 목전에 있는 모든 경계가 다 실재하는 것이 됩니다. 부귀니 관직이니 은애니 하는 것들도 모두 실재할 것입니다. 그런 것이 이미 실재하는 것이라면 지옥과 천당도 또한 실재하는 것이며, 번뇌와 무명도 역시 실재하는 것이며, 업을 짓는 것도 실재하는 것이며, 과보를 받는 것도 실재하는 것이며, 증득한 법문도 실재하는 것이 됩니다.
만약 이러한 견해를 짓는다면 미래가 다할 때까지 어떤 사람도 부처의 경지에 나아가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삼세의 모든 부처님과 모든 조사들의 가지가지 방편이 모두 뒤바뀌어 거짓말이 될 것입니다.
[강설] 증시랑이 보낸 편지의 내용에 세속에서 사는 동안 온갖 업을 지었는데 그것은 실재하는 것이어서 그것으로써 씻지 못할 죄업으로 여긴다는 말이 있었다. 그 문제를 설파하여 밝힌 내용이다. 이 문제는 비단 증시랑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 해당된다.
증시랑의 말과 같이 과거에 지은 죄업이 실재하는 것이라면, 지금 그대로 모든 것이 실재하는 것이어서 중생은 영원히 중생으로 실재해야할 것이고 부처는 영원히 부처로 실재해야 할 것이다. 불교에서 나열한 일체의 명제는 모두가 미혹한 사람을 깨우치기 위해서 방편으로 지어낸 말일 뿐이다.
<반야심경>에서 모든 존재의 본질은 공(空)한 것이고 그 공에는 색 수 상 행 식이 없으며, 안 이 비 설 신 의도 없으며, 색 성 향 미 촉 법도 없다. 한 마디로 “나는 없다” 라고 하였다. 부처님과 조사의 이와 같은 말이 모두가 거짓말이란 말인가? 대혜선사는 되묻고 있다.
[출처 : 불교신문 201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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