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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늦게 일어나고 있다. 겨울이라서 더 자고 싶은 것도 있지만 캠핑카 안이 어둡다보니 그냥 푹~ 자게 된다. 푹~ 자고, 잘 먹고, 잘 놀고, 즐겁게 보면 행복한 여행이 아닌가 싶다.
캠핑카 문을 열어보니....밤사이에 눈이 왔다. 많은 눈이 아니지만 그래도 캠핑장 주변을 하얗게 물들인 모습이 예쁘다. 유럽에서 본 첫눈이다~!
첫눈을 조금 밟아보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더니 정신이 든다.
어제 푹 쉬었더니 체력도 좀 회복된 것 같다.....그런데 배가 많이 배고프다 하하하~
헝가리 부다페스트. 헝가리의 제1의 도시이고,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도시인데......생각보다 영어를 사용하는데 많은 불편이 있다.....
영어로 된 안내문 찾기가 어렵고, 영어를 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시내로 나가기 위해서는 버스표를 사야하는데.....길거리 자판기 기계에서 팔고 있는데.....영어 안내문이 나와도 구매가 만만치 않았다....그런데 유럽의 버스비가 우리나라보다 조금 더 비싼 것 같다....기본적으로 1,600원 정도된다. 평상시에 버스 탈 일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체감 비용은 생각보다 높은 것 같다.
메트로의 모든 안내가 헝가리어로만 되어 있어서........난감하네~ 난감해~!
부다페스트 카드 2일권을 샀다. 8,000포린트(35,000원정도). 빈 카드는 별 혜택이 없이 그져 교통카드의 기능만을 했는데......부다페스트 카드는 어떨지 모르겠다.....
대중교통 표를 어디서 살지 이곳 저곳 다니는 불편함을 없앤다는 의미로 샀으니 잘 써봐야겠다. 본전은 뽑을 수 있을지.....내 생각에는 딱 그 정도의 비용만큼 사용할 것 같다.....
부다페스트의 한가운데를 도나우강이 많은 유량에 빠른 속도로 흐르고 있다.
오늘은 주로 도나우강을 건너지 않고 강의 동쪽 지역을 관광하기로 했다.
메트로를 갈아타고 중앙시장(Central Market)으로 갔다. 역에서 내리면....도나우강에 설치된 주요 다리 중 하나인 자유의 다리가 보인다. 청녹색의 현수교 모양의 다리가 서있는데.......다리의 정상부분에는 새(헝가리 전설의 새 투룰) 조각이 양 쪽으로 두 개 나란히 서 있다.
조금은 투박하면서도 강인한 모습으로 보이는 자유의 다리.....눈이 덮힌 자유의 다리는 참으로 이국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도나우강 건너편에는 저 멀리 눈 덮힌 시타델라 요새가 보인다. 여행책자에는 합스부르크 제국이 헝가리인들을 감사하기 위해 세운 요새이고, 한눈에도 그 모습이 확연히 보이는 자유의 여신상은 제2차대전 때 나치를 물리친 소련군이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어찌 보면 헝가리인들의 치욕적인 역사적 산물이 부다와 페스트 지역을 위에서 봐라보고 있는 형상이다........
여행책자에는 실내에 형성된 전통시장이라고 해서.......헝가리 서민 음식도 사먹고, 필요한 것도 좀 사고, 돼지고기도 사서 저녁에 구워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갔다....그런데.....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시장도 열지 않았다. 난감하네~ 난감해~! 어떻게 하나....
이렇게 된 것 골목 골목을 걸으며 부다페스트 시내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바치 거리를 따라 걸으며 데이크 페렌츠 광장 쪽으로 걸어갔다.
바치 거리는 부다페스트의 명동거리와 같은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다양한 현대적 가게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며, 길거리 옆으로 식당 테이블이 놓여져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주말이여서 그런지 조금은 한산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걷다보니 왼쪽으로 차로 지나갔던 에르제베트 다리가 보인다. 낮에 보니 다리는 하얀 색의 단아한 모습이다. 헝가리를 사랑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씨씨 황후를 기념해 건설한 다리라고 하는데......황후로서가 아니라 자유롭고 활발했던 에르제베트(엘리자베트)를 닮아 있는 것 같다.
허기도 채울 겸......데이크 페렌츠 광장과 국회의사당 사이에 위치한 허가리쿰 비스트로 식당을 찾아 갔다. 부다페스트에서 나름 맛집으로 소문난 집인데....테이블이 몇 개 되지 않아 예약이 필수라고 소개하고 있었지만.....혹시하는 마음으로.....
다행히 점심 영업이 끝나지 않은 시간이다.....
신성로마제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나라들(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에서는 굴라쉬를 대중적으로 많이 먹는 것 같다.......체코 프라하에서 먹었던 굴라쉬와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굴라쉬를 주문했다.(다른 요리보다 빨리 나올 것 같기도....)
그런데 독특하게 매콤한 고추와 비슷한 맛을 내는 향신료를 함께 준다.....굴라쉬가 나오기 전에 빵에 살짝 발라서 먹었는데.....기분 좋은 매운 맛을 선사하며 의외로 빵과도 잘 어울린 맛이다.....입가에 살짝 매운 맛이 감돌며 더 먹고 싶은 느낌을 주는 것이 감칠맛까지 품고 있어 재미있다.....
(우리나라에 유행하는 매운 맛 열풍은........개인적으로......매우 비인간적이고....자학적인 맛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기분 좋게 하는 매운 맛이 아니라....너무나 자극적으로 자학적인 맛에 중독되는 느낌이다.....실은 혀에서는 매운 맛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단맛, 신맛, 짠맛, 쓴맛만 느끼는 것이니.....매운맛은 실은 자극에 의해서만 전달되는 것인데......매운 맛 음식을 먹어보면 너무나 자극적이여서 음식 재료 고유의 맛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생각이다.....그러다보니 음식의 맛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자극에 노출되는 꼴이여서.......개인적으로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서울 경기 지역에서 유행하던 매운 맛 열풍이 이제 전라도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전라도 음식의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점점 줄어들고......점점 더 프랜차이즈화되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문화는 따라가는 것도 있지만......자신만의 것을 발전시키는 것이 더 강한데 말이다......그 지역만의 독특한 색이 사라지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다.....프랜차이즈 도시 광주의 모습을 너무나 많이 보는 것 같다....)
주문한 굴라쉬의 맛이 정말 궁금해졌다. 일단 냄새와 색깔은 조금 익숙한 것 같다....
한 스푼 떠 먹어보니.....맛이 좋다~! 빵과 함께 섞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그렇다면 고춧가루와 비슷한 매운 향신료와의 궁합은 어떨까 궁금하다....음....괜찮다.
서로 잘 어울리는 맛이 일품이다.
그런데 빵이 프라하에서 먹었던 빵이 더 나은 것 같다. 부드러우면서도 굴라쉬의 독특한 향과 맛에 잘 섞이는 것이 일품이었는데......여기의 빵은 조금 딱딱한 빵 표면이 굴라쉬 맛을 느끼는 것을 살짝 방해하는 듯하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마음에 드는 요리이다~! 블로그에서 보고 찾아 오길 잘한 것 같다. 추운 날씨에 기분 좋은 매운 맛과 어울린 굴라쉬를 먹었더니 기분이 한결 좋아진 것 같다.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국회의사당을 보고 가야지......일요일이셔서 내부는 못 들어가니 외부라도 보고 싶다. 식당의 벗어나기 전 무료 와이파이로 길을 검색하고 출발~!
영국 국회의사당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 규모이고, 항가리 건국 천년을 기념하여 건설되었다고 여행책자에 소개되어 있다. 직접 보니 너무나 웅장하고 멋있다.
프라하 성에 있는 성 비투스 성당의 첨탑과 같은 첨탑들이 쭉쭉 뻗어 있고, 커다란 돔이 웅장한 모습으로 동그랗게 솟아 있는 모습이 볼만하다.
다른 사람의 설명을 옆에서 더불어 들어보니......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건물 디자인이라고 한다.....국회의사당 앞에 있는 건물들도 공모전에서 2,3등으로 선정된 건물이라고 한다. 또한 헝가리인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소련군의 총탄에 쓰러져간 곳이기도 하다는 설명을 함께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체코의 프라하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는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두 도시 모두 도나우강이 한 가운데를 흐르며 도시를 동서로 크게 나누고 있어 동서를 이어주는 멋있는 프라하의 캬를교와 부다페스트의 세체니 다리가 있다는 것.....강의 서쪽에 너무나 멋진 프라하 성과 부다 성이 있다는 것......두 도시 모두 야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뽑힌다는 것.......신성로마제국과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현대사에서 민주화를 위한 큰 희생이 있었지만 결국 민주주의 공화국을 건설하고, 옛 것과 현대의 것이 조화로운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등 많은 모습이 닮아 있지만.......프라하는 프라하의 모습이, 부다페스트는 부다페스트의 모습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멋있다. 그 중에서 내게는 풍요로운 도나우강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문화를 발전해 왔고, 발전해가는 모습이 눈에 띄였다.
국회의사당 주변을 돌아가면서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았다. 현대적 건물이지만 헝가리의 역사를 반영한 건물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도나우강에서 살펴본 국회의사당의 모습이 가장 멋있었다.
도나우 강변에서 국회의사당 뿐만 아니라 부다 성 주변까지 한눈에 봐라볼 수 있었는데......풍부한 물량을 자랑하는 도나우 강이 풍요로운 문화를 잉태한 소산물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인류의 문명은 강을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모든 세계적인 도시들은 모두 큰 강을 배경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트램을 타고 도나우 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체니 다리 앞으로 왔다.
커다란 부피감과 갈퀴를 자랑하면 듬듬하게 앉아 있는 사자상. 세체니 다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자상이 다리의 수호신 다리 양 옆에 조각되어 있다.
그런데 내 눈에는 이 사자상이 마치 세체니 다리 너머에 있는 부다 성으로 들어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외곽 성지기 같은 모습으로 보인다.
사자상과 세체니 다리를 배경으로.......나 여기 왔다는 증거 사진을 찍고 나는 성 이슈트반 성당 쪽으로 천천히 걸어 갔다. 저 멀리 골목길 사이로 성당의 돔이 보인다.
골목 골목에 레스토랑, 펍, 라이트 클럽이 있어 젊음의 거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큰 녹색 글씨로 BUDAPEST라고 써 있는 레스토랑 간판이 보인다. 귀국에서 여행 사진첩을 만들 때 부다페스트 편의 제목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 사진 한 장.
성 이슈트반 성당은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고 하는데.......지금까지 봤던 성 비투스 성당, 성 미쿨라쉬 성당, 성 슈테판 성당에 비하면 아담하게까지 보인다.
헝가리 초대 국왕을 기리고, 건국 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건축한 건물 중 하나라고 하는데........정면에서 보는 성당은 돔을 중심으로 양 옆에는 96미터에 이르는 첨탑이 정확히 대칭 구조를 보이고 있다. 성당 앞에 넓은 광장이 있어서 그런지......대형 성당을 한 컷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 큰 행운이다.
이제 거의 4시......해질녘 어둠이 서서히 내리기 시작하니 성당의 모습이 보다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다. 성당 문이 닫히기 전에 빨리 봐야겠다.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성당과는 다르게 성 이슈트반 성당은 중앙 돔을 바로 아래에서 볼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성 이슈트반 성당은 십자가 구조가 아니라 정확히 열십자(十) 구조를 보이고 있기에 정중앙에서 돔의 천장을 정확히 볼 수 있는 것이다.
돔 아래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원형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원은 우주를 상징하고 완벽함을 의미한다........신을 모시는 성당은 우주의 중심이고 완벽한 신의 섬긴다는 의미를 반영한 것은 아닌지.......
돔 천장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만들어내는 파란 색이 주는 신비로움이 장관이다. 고개를 들고 돔이 선사하는 신비함을 만끽하였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동양에서는 원이 하늘을 상징하고, 네모는 땅을 상징한다고 한다......그래서 건물을 지을 때 원과 네모를 적절히 활용하여 아름다운 건물을 짓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대표적으로 석굴암, 궁궐의 정원에서 구조적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데......돔 아래에서도 그 구조적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배경에서 서로 다른 세계관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에도 공통적인 생각이 존재한다는 것이 너무나 신비롭게 보인다.
나는 열십자 구조의 성당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중앙의 제단과 양 옆의 공간, 뒤 면의 파이브 오르관 등의 구조를 살펴보고.........30분 정도 편안한 잠을 잤다.
마음이 포근해져서 그런지.....건물의 구조적 안정감에서 느껴지는 기(氣) 덕분인지.....심신이 편안해졌던 것 같다~!
기운을 회복하고 부다페스트의 중심부 역할을 하는 데이크 페렌츠 광장으로 이동하였다. 어둠이 내린 휴일의 부다페스트 시내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멋을 보여주고 있다.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는 부다페스트의 풍경을 천천히 감상하면서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PS) 메트로 2호선 종착역에서 버스를 타고 들어와야 하는데....버스 정류장을 찾는데 한참을 헤매였다. 메트로 2호선 종착역에는 큰 몰(Mall)이 있다.
버스를 타기 전에 마트에 들렸다......아이들과 삼겹살 파티를 하고 싶었다.......
먼저 헝가리에서 유명한 에그리 비카베르(Egri Bikaver) 와인을 하나 샀다. 유럽에서 처음으로 와인을 샀는데.....15,000원도 안한다.....그것도 이곳에서 유명한 와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와인 값이 너무 비싼데......와인을 즐겨 마시지 않지만.....헝가리 와인을 마셔보고 싶었다.
그런데 삼겹살 사기가 어렵다.......영어로 쓰여져 있지도 않고.....점원이 영어를 하지 못한다......여기서 즐겨 먹는 베이컨을 조금 두껍게 잘라서 구워먹으면 되는데.....
이 간단한 것이 어렵다.....
오늘은 왠지.....눈이 와서 그런가......삼겹살을 구워서 상추쌈을 해먹고 싶었는데.....
술을 즐겨 마시지 않지만......오늘은 소주, 맥주가 아닌 다른 술을 한잔 하고 싶다.
진짜.....이리 간단한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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