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하늘에선 별이 내렸다는 소식을 꿈속에서 들으며 깨어났다.
룸메인 인상이 부드럽고 편안한 이대표님이 깨시지 않게 나름 조용히 나와서, 타멜의 새벽을 맞이한다.
변함이 없다.
어제 밤 버스에서 내린 곳은 경사진 도로였고, 오르막에서 힘을 쓰는 차들의 매연이 숨을 막히게 한다.
청소는 매우 열심히 물까지 뿌려가며 하는 것 같은데 왜 먼지는 줄어들지 않는 걸까?
아직 일상이 열리지 않은 탓에, 일찌감치 문을 연 점포엔 주인이 가볍게 졸고 있다.
이른 새벽의 평화로운 모습이지만, 곧 활기찬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다시 호텔 앞으로 돌아와 보니, 어젯밤 도착해서는 느끼지 못했던 정겨움이 와락 달려든다.
이리저리 얼기설기 얽혀 있는 전선들.
빽빽히 거리 쪽으로 나 있는 건물들의 작은 입구들.
작은 입구를 들어가면 신기하게도, 안쪽은 엄청나게 넓다는 것은 타멜만의 매력,
그 복잡함 속에서 숨겨진 공간의 넉넉함이 인상적이다.
골목 한 귀퉁이에서 신단을 발견하고 조심스레 다가가 살펴본다.
신단 안에는 우주의 본질과 시바의 힘을 상징하는 트리슈라(삼지창)와 "옴(ॐ)"자가 그려져 있다.
신들의 형상이 담긴 그림 타일, 거칠게 마감된 단 위에 놓인 신성한 상징물,
그리고 향을 피우는 향대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시바신의 손바닥에 쓰인 글자는 특정한 경전이나 전통에서 명확하게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옴” 또는 “트리암바캄“같은 신성한 만트라(주문)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옴 나마 시바야”라는 만트라는 시바신을 찬양하는 가장 중요한 주문 중 하나로
옴 : 우주의 근원적 소리이자 절대적인 존재를 상징.
나마하 : 경배합니다, 예를 갖춥니다.
시바야 : 시바신께.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아래에는 시바와 그의 부인, 그리고 가네쉬의 그림 타일이 붙어 있다.
힌두교에서 시바의 부인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존재는 파르바티, 두르가, 칼리이다.
그런데 그림 속에는 이들이 특징이 두루 섞여 있는 것 같고, 호랑이를 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신화에서는 보통 사자를 타고 있는데, 갸우뚱하게 만든다.
그런데 재단위에 돌 두개는 뭘까?
링가와 요니를 재해석한건가?
아니면 그 분의 알?
불경스러운 상상을 깊어지기 전에 두 손을 모으고 경건하게
이번 팀이 순조롭게 무탈하고 행복한 여행이되기를 기원하고 자리를 뜬다.
새벽 타멜의 거리는 적막하다.
골몰을 조금 더 깊이 들어가니 몇 무리의 청춘 남녀들이 무리지어 있는데 짙은 화장을 한 여성의 옷차림이 많이 헐벗었다.
그리고 주변의 신사분들 옷차림과 눈매가 날카로운게 장난이 아니다.
이크~~~. 위기감을 느끼며 서둘러 돌아 나와 호텔로 피신.
호텔에서 제공되는 조식은 콘티넨탈 부페.
딱히 네팔식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국제기준(?)에 부합되지도 않는…
아렛동네 사는 물소와 윗동네 사는 야크가 서로 부비적거려 태어난 “잡교”같은 느낌의 아침 식사.
입맛이 쓰고 껄끄럽다.
그래도 일단 양껏 먹었다.
며칠간 음식같은 음식을 기대하기 어려울테니까.
그리고 거친 일정을 살아남으려고.
이른 아침 식사를 마치고 다시 공항으로 향한다.
희뿌연 매연과 먼지가 피어오르는 거리, 숨이 턱 막히는 공기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 카트만두지. 익숙하면서도 변함없는 풍경이다.
다행이 날씨가 좋아 비행기가 뜨는데 큰 문제는 없겠다.
국내선 공항도 옆의 국제선 공항처럼 많이 확장되어 제법 공항다운 모습을 갖췄다.
신기하게도, 비행기가 제시간에 뜬단다.
나로서는 천만다행이다.
만약 딜레이되거나 취소되면 마르디히말 일정을 포기해야 하는데,
하나의 걱정거리가 해소된다.
40인승 프로펠러 비행기가 정말 거짓말처럼 정시에 탑승을 시작한다.
어허… 이런 일이 다 있다니.
이번 팀원들은 아마도 삼대에 걸쳐 선행을 베풀었거나,
전생에 이순신 장군의 부하였거나,
유관순 누나를 따라다니던 분들이었나 보다.
아니면 요즈음 욕을 많이 하시거나.
기적 같은 정시 출발이라니!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술술 풀리길 바래본다.
우측 창으로 보이는 설산에 탄성을 몇 번 지르고 나니,
비행기는 새로 만든 포카라 공항에 착륙한다.
아... 마차푸차레, 안나푸르나 남봉, 히운출리.
설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선 풍경 속에 자리한 포카라 공항 청사의 아치가 참 잘 어울린다.
이곳에 다시 왔다는 실감이 서서히 밀려온다.
마차푸차레는 네팔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신성한 산으로,
해발 6,993m에 이르는 아름다운 봉우리로 힌두교의 신 시바(Shiva)와 관련된 전설로 유명하다.
힌두교 전설에 따르면 이곳이 시바신의 거처라고 한다.
시바신이 이 산에서 거주하며 명상하고 계신다고 믿기으며. 신성한 장소로 신들이 이 산을 지키고 있어,
인간이 정상에 오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며,
정상에 도달하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하거나 중단되었다고 전해진다.
1957년에 영국 원정대가 정상 근처까지 올랐지만, 마지막 몇 미터를 남겨두고 정상 등정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후 네팔 정부는 이 산을 영구적으로 등반 금지 지역으로 지정했다.
네팔어로 "마차푸차레"는 “물고기 꼬리"라는 뜻으로
산의 형상이 물고기의 꼬리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마르디 히말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트레킹 루트에서는
마차푸차레의 아름다운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공항을 나와 준비된 세 대의 지프로 나야풀로 이동한다.
오대표, 블랙봉님, 봉우리님은 먼저 들어와 계신 오선생님과 노선생님을 픽업하러 먼저 떠나고,
나머지 인원은 두 대의 지프에 나눠 타고 출발.
도로 공사로 온통 파헤쳐진 길을 빠져나와,
새로 뚫린 신작로를 시원하게 달린다.
하지만 도로는 갑자기 좁아지고, 차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굽이치는 길 한가운데, 전망 좋기로 소문난 곳에서 잠시 쉬어간다.
포카라 공항에서 아득히 보이던 마차푸차레, 안나푸르나 남봉, 히운출리가
이제는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와 있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눈으로 마음껏 담아둔다.
"아 좋다!! 뭘 더 바래."
조금 더 험한 길을 달려 칸데(까레)에 도착해서 일행과 작별을 하고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포터 솜과 합류를 한다.
일행은 나야풀로 가서 푼힐, ABC Trek을 시작할 것이고,
나는 이곳에서 개인포터와 함께 마르디 히말 Trek을 마친 뒤,
울레리-고레파니-푼힐-타다파니-추일레-촘롱을 거쳐 온 일행과 시누아에서 합류할 예정이다.
모두에게 행운을..
마실정회동
첫댓글 첫번째 사진에 있는 탄두리치킨 맛있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