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카페의 임경희님께서
동서커피문학상 동상에 당선 되셨습니다.
오늘 아침에 전화를 받고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임선생님께서는
너무나 열심히....
공부하시고 자신을 풀어놓는 일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셨기때문에
당선 소식을 듣고
제 마음이 짠...하고 눈물이 글썽여졌습니다.
선생님 축하드리구요
합심하여 축하드립시다.
그리구
임경희 선생님께 울산에 오시겠답니다.
우리 카페 식구들 모두 모여서 함께
얼굴 보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십니다.
선생님이 교직에 계시기 때문에
토요일이나 일요일이 좋겠다고 하십니다.
토요일 일요일 중에
어떤 날이 좋을지
여러분들의 의견을 모으겠습니다.
은비녀(20쪽)/임경희
산화된 세월을 건드리면 기억이 환원된다. 습기제거제를 넣으려고 옷장을 뒤적거렸다. 차곡차곡 놓인 옷들의 맨 아래 종이뭉치 하나가 보인다. 제법 도톰하고 길쭉하다. 겉포장을 벗겨 펼치니 수년이 지난 신문의 날짜가 눈에 들어온다. 내용물의 지난 세월을 말해 주고 있었다. 뽀얀 한지로 된 속포장지를 보고서야 외할머니의 유품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 유년의 기억을 고스란히 떠올릴 수 있는 할머니의 은비녀다. 오랜 세월에 은비녀의 색은 변했지만 할머니의 기억은 오히려 또렷하게 다가온다.
푸르스름한 여명의 시각, 할머니는 방바닥에 신문지를 펼쳐놓고 긴 머리를 풀어 동백기름을 발랐다. 가르마를 반듯하게 타서 한 올의 흐트러짐 없이 참빗으로 싹싹 빗어 내리고, 쫑쫑 땋아서 말아 올린 후 쪽을 쪘다. 마지막 은비녀를 꽂는 모습은 주어진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내겠다는 경건한 의식처럼 보였다. 쪽머리에 하얀 수건을 덮어 쓰고 쇠죽을 쑤기 위해 아궁이 앞에 앉으면서 할머니의 일상은 시작되었다.
할머니는 반짝거리는 금비녀가 아니라 존재감 없는 은비녀였다. 어쩌면 당신 스스로 그 길을 택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왁자하고 웃음꽃이 피어나는 곳에서는 언제나 한 발짝 물러나서 동그마니 외따로 있었다. 할머니는 부지런히 농사일을 했고 잠시도 외로움이 머물지 못하도록 자신을 다그치고 달래는 삶을 살았다. 노동만으로 점철된 수도승 같은 모습이었다. 할머니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유일하게 나뿐이었다. 모처럼 앞 동네 잔치집이라도 다녀오면 '내 강아지' 부르면서 흰 손수건에 싸온 떡이랑 고기를 빙그레 웃으며 놓아주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런 할머니와 더불어 나의 유년은 외가에서 시작되었다. 할머니의 쓸쓸한 문간방에서부터 유년의 기억은 싹을 틔운다. 문간방은 외양간을 마주보고 있다. 속눈썹이 길고 우수에 찬 슬픈 송아지의 눈이 지척에 있다. 격자무늬 문살 위에 창호지가 발라져 있고, 반질반질하게 단련된 동그란 문고리 옆에는 빛바랜 코스모스 꽃잎이 펼쳐 있다.
할머니는 저녁마다 아무 소용없는 의식을 거행했다. 등잔불을 켜서 방을 밝히고 나면 반드시 문고리를 안으로 걸고 구멍 속에 숟가락을 꽂았다. 할머니의 방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깊어가는 밤, 외양간에서는 송아지의 잠투정하는 얕은 울음소리와 어미 소의 워낭소리만 번갈아 들렸다. 뒷산에서는 길을 잃은 부엉이가 울고 한지 문살 사이로 푸른 달빛이 가득 스며들었다.
나는 북을 가지고 놀았다. 나룻배처럼 생긴 반들반들한 나무통이다. 할머니가 젊었던 시절, 베를 짤 때 씨실 꾸리를 넣고 북바늘로 고정하여 날실 틈으로 오가면서 씨실을 풀어주는 구실을 했던 것이란다. 열여섯의 어린 나이로 시집을 오자마자 베틀에 앉아서 삼베, 명주, 모시를 짜며 노름판과 술에 절어 살던 대책 없는 신랑을 대신해 생계를 도맡아야 했다. 북은 베틀에 앉은 새댁의 임신한 배를 자꾸 쳐대어 아기를 두 번이나 유산하게 만든 한 많은 도구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랬을까. 북을 치면 속 울음소리 같은 것이 먹먹하게 들렸었다.
그 후 할머니는 어렵게 아들을 얻었지만 홍역으로 젖을 떼기도 전에 잃었다. 그렇게 세 명의 자식을 내리 가슴에 묻었다. 그러면서도 살기위해선 베틀에 앉아야 했다. 어스레한 호롱불 아래 밤새 베를 짜면서 인고의 세월과 한을 함께 엮어냈다. 그러다가 내가 어머니라 부르는 딸 하나를 간신히 얻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갈수록 심해지는 외할아버지의 아들타령은 견디어 낼 수 없었다. 결국 할아버지의‘여자’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할머니는 쉬지 않고 베를 짰다. 사납고 강퍅했던 외할아버지는 당신의 딸과 동갑인 처녀를 사서 작은댁으로 들였다.
할머니의 고단한 삶과 숨죽여 산 세월을 표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담배였다. 허공에 몽글몽글 퍼지는 하얀 담배 연기를 바라보며 맛있냐고 철없이 물어 보았다. 할머니는 설핏 웃으며 복장이 터질 것 같아 문을 활짝 열고 모든 것을 태워서 연기로 날려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할머니의 자존심을 흔들고 있었던 것인가. 흐트러짐 없는 쪽진 머리에 가지런히 꽂혀있는 은비녀가 그때 잠시 떨리는 것을 보았다.
할머니 치마꼬리 붙잡고 유년기를 모두 보낸 탓일까. 어느 순간부터 할머니의 인생길을 그대로 따라서 걷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하늘이 내려준 인연인 줄 결혼을 했다. 곧 들어선 아기와 연이은 유산은 내 삶의 회오리바람을 암시했다. 다시 임신이 되었지만 병원에서는 가망이 없다고 했다.
아득했던 그 때, 달려온 사람은 할머니였다. 꼼짝하지 않은 채 누워서만 지내게 했다. 심지어 바닥에 비닐을 깔고 눕힌 상태로 내 머리를 감겼다. 그뿐이랴. 이른 새벽부터 들판에서 익모초 줄기를 따다가 그늘에 말린 후 달였다. 익모초는 혀가 오그라들 만큼 쓴 약초이다. 내 귀에는 자궁에 좋다는 소리만 들릴 뿐 쓴맛의 감각조차 느끼지 못했다. 할머니의 정성과 간절한 기원이 하늘에 닿았는지 기적적으로 태아는 살릴 수 있었다.
기쁨은 잠시 예상 못할 일은 그 후에 일어났다. 나는 하늘처럼 믿었던 남편과 갈라섰다. 배신의 아픔을 삼키며 아이를 키워야하는 운명을 맞이했다. 참혹한 지옥 속에 허우적거릴 때 달려 온 사람도 할머니였다.
“잊어뿌라. 다아 잊어뿌라. 인자 흘려 보내그라.”
불 꺼진 밤, 어둠 속에서 내가 잠이 들었는지 가만가만 얼굴을 들이대고 숨소리를 확인하던 할머니 때문에 잠든 척하느라 숨죽이던 눈물겨운 밤들이었다. 세상과 이어진 끈을 놓아버리고 싶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죽음의 유혹은 너무도 강렬했지만, 상심할 할머니 생각을 하면 내게 엮인 질긴 삶의 끈을 놓아버릴 수는 없었다. 그 옛날 할머니가 모든 불행을 겪어 내면서 베틀에 앉았듯이, 넘어졌던 몸을 일으켜 세우고 직장으로 나갔다.
세월이 약이라 했던가. 내가 자리를 잡고 일어설수록 할머니는 점점 작아졌다. 어깨가 눈에 띄게 내려앉았고 허리가 기역자로 구부러졌다. 심각한 난청이었지만 보청기에 적응하지 못해서 적막강산에 홀로 있었다.
눈발이 분분하게 흩날리던 겨울날, 할머니는 불현듯 머리를 자르겠다고 했다. 한 평생 해왔던 할머니의 쪽진 머리가 어정쩡한 상구머리로 변하는 순간, 낯설어서 눈물이 쏟아졌다. 눈물을 훔치는 내 손에 할머니는 은비녀를 가만히 쥐어주었다.
할머니는 바보처럼 착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임종 며칠 전, 병원 침대에 까무룩 자는 듯이 누워있던 할머니는 갑자기 두 팔을 위로 쳐든 채 허우적거렸다.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깜짝 놀란 내가 왜 그러냐고 큰소리로 물었다.
“할배 왔니라. 어서 물 길어다 정지에 가 쌀 안쳐야 한데이.”
평생 한량이었고 배신으로 멍들게 했던 할아버지의‘뜨신 밥’을 지으려고 우물가에 서 있었다. 허공을 향해 두 팔로 바쁘게 두레박을 당기는 할머니 모습에 가슴이 후두둑 뜯기고 말았다.
할머니는 내 삶을 지켜준 기둥이었다. 인생길 구비 구비마다 치맛자락을 거머쥐고 달려와 눈물을 훔쳐 주었다. 세상일은 시간이 흐르면 삭아지고 흐려지게 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파랗게 짙어지는 이끼 같은 슬픔도 존재한다. 나이가 들어가도 할머니의 모습은 눈물 속에 일렁이고, 할머니의 말씀은 귓가에 쟁쟁하다.
내 기억 속에서 가장 명료한 할머니는 은비녀로 하루의 빗장을 열었고 은비녀 같은 꼿꼿한 자존심을 지켰던 모습이다. 반듯한 가르마가 나누어 놓은 머리카락을 한 곳으로 모아 올려 한 올 빠뜨리지 않은 채 자신과 자식들을 지켜왔다. 흘러 가버린 어제에 매달리지 않았던 할머니의 모습, 다가오는 오늘에 최선을 다하던 할머니의 모습이 은비녀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은비녀를 닦았다. 부드러운 면에 소다와 물을 묻혀 문지른다. 금세 깨끗하고 우아한 빛을 발산한다. 은비녀를 장식장 위에 놓는다. 그리운 마음 한 자락도 같이 내려놓는다.
첫댓글 은비녀는
임선생님이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자신의 삶을 정화하기 위해 쓰신 작품입니다.
작품 마당에 가면 초고부터 수도 없는 퇴고의 과정을
정말 투정없이 하셨던 흔적이 있습니다.
이 작품을 주고 받으면서
제가 하두 깐깐하게 해서 정말 미안햇는데
결과를 얻고 나니
눈물이 핑돌고 가슴이 짠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작가님이 함께 쓰신 것입니다. 저 혼자서 절대로 할 수 없었던 일이지요. 고마움을 늘 잊지않겠습니다.
마음을 합심하여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훌륭한 스승 덕분에 이런 행운을 만났네요. 고맙습니다. 이상수님도 건필을 빕니다.
열심이 하시니 좋은 결과도 따르게 되는 거지요. 축하드리립니다. 그리고 본 받겠습니다...
솔직히 전 아직도 멀었습니다. 이름도 예쁜 고은비님의 건필도 빌어드립니다.
감축드리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큰 축하를 받기엔 아직 먼 것 같지만 우선은 기쁘게 받겠습니다. 달리베님도 건필하시길 빕니다.
헉헉, 늦었지요!! 사랑하는 외할머니가 제게 주시는 값진 선물을 귀하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카페여러분과 주작가님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좋은 날짜 알려주시면 달려가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주인석 작가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때 뵙겠습니다!!
카페에서 글이 퇴고되는 것을 지켜보았는데 좋은 결과 얻어서 축하드립니다.
어떤 주작가님의 지도가 있었는지 다 알고 계시겠네요. 정말 훌륭한 스승이시지요. 새날님도 건필하세요.
축하드려요.. 너무 좋으시겠어요.. 글이 정말 잔잔하고 감동적이네요.
타자님. 고맙습니다.
저도 작품마당에서 퇴고 글 몇 번이나 읽었어요.
인내하며 노력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정말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세간명님의 글도 참 좋습니다. 꼭 응모해보세요.
이 글 처음 읽고 마음이 짠 했는데...좋은 결과에 박수를 보냅니다. 축하 드립니다~~~
홍성순님, 고맙습니다.
그러게 안면이 많은 글이라했더만 같은 회원이었네요. 축하드려요
그랬어요? 제가 어리버리 해요. 김영미님,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임경희님 축하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컴에서만 뵙다가 이런 좋은 일을 게기로 직접 만나 뵐 수 있게 될 것 같아서 더욱 반갑습니다.
이시현님 따뜻한 격려 늘 힘이 되었습니다. 울산에서 뵙기를 소망합니다.
20쪽이라는 걸 보니까 상당한 분량의 역작인 것 같군요. 임경희씨의 따뜻한 마음이 들어있는...임경희씨의 생의 애환이 들어있는... 세월 속에 달관하신 것 같은 그 착하신 할머니의 마음이 들어있는...그 할매의 말씀이 '다'잊어뿌라'로군요.
귀거래사님. 감사합니다. 이 세상에서 제가 가장 좋아했던 분이에요.
아싸~아싸~춤이 절로나옴니더예 임경희님아싸~아싸~축하축하올립니더예 이기쁨을 어이~어이~어떻게말로 다할수 있겠슴니꺼예 상을 타본자만이 알수 있는기쁨이지예 기쁨을 나누자고하면 저를 패죽일끼지예? 그래서 임경희님께는 나누자고 못하지예 그래서 우리주선생님을 뺏어갈람니더예~ 우리주선생님을 뺏어가면 지가예 몰매맞겠지예~아싸~아싸~저는 누가뭐래도 주선생님 열열한팬이라예 게다가 임경희님 팬이 될 것같은예감이 팍팍듭니더예~글이아주 깊은맛이납니더예열심히하셔서 우리나라최고의수필가가되어주시시예~
주사모님의 능청능청한 표현력에 미소짓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늘은 으르렁대며 천둥치고 번갯불 번쩍여도 땅은 거기에 장단 맟춰주며 흔들림 없듯이,
땅처럼 모든 것 포용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 어머니상이 아니었을까요?
글을 읽고 나니 문득 저의 어머니 얼굴이 떠오르고,어릴 적 이웃집 아주머니들이 자꾸만 뇌를 스쳐만 가는군요.
이 가을 단풍 만큼이나 저의 마음을 물들게 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우리 울산의 젊은 작가 주 선생님의 도움이 있었다니 더욱더 의미가 새롭고
가슴 뿌듯한 대리 만족을 느낍니다.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유려한 문장력을 갖고 계시네요. 믿음님. 따뜻한 격려 감사합니다.
먼저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훌륭한 스승과 열정적인 제자의 합작품이군요. 가슴을 쓸어내리게 합니다.할머니의
한없는 사랑과 닮은 꼴 삶을 살게 된 소녀와의 남다른 애정꽃이 슬프게 피어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었네요.
삶의 고통을 문학이 치유해 줄 것입니다.저도 그렇게 살고 있답니다.
휘리릭, 김명숙님. 감사합니다. 저 또한 팬입니다. 언제나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축하! 축하! 겸허한 마음의 큰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
선행지님, 따뜻한 격려 감사합니다.
추카추카추카추카 축하 드립니다.
열심히 하시더니 이런 좋은 결과를 거두었군요^^
박수소리가 들리나요? 짝 짝 짝^^
아침이슬님. 그럼요. 우렁찬 박수 감사합니다.
부단한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더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작가지망생님도 건필하세요.
할머니 정으로 자란마음 이렇게 글로 펼쳐지 니할머니가 하늘나라에서 아주 많이 기뻐하시겟어요 축하드리고요 더욱더 매진하시기를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글을 쓰는 데로 말을 하는데로 인생은 흘러가는 것 같지 않던가요 앞으로도 좋은글 순풍순풍 많이 낳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