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세입자협회 칼럼 10]
- 내 집 마련 주택 정책은 조종을 울렸다. 월세부담은 줄이고, 장기공공전세를 확대해야 한다(시기별로 분류한 집값의 역사).
전국세입자협회 운영위원 박동수
부동산은 항상 국민들의 관심사였다. 산업화로 농촌에서 도시로 떠나온 이농민들의 소망은, 첫째는 도시에서 일자리를 얻는 거였고, 둘째는 가족들의 안정적인 터, 즉 내 집 마련이었다.
급격한 산업화로 도시에서의 집은 부족했다. 집값은 계속 올랐다. 정부는 주택공급을 국가적인 주요 목표로 내세우면서, 한편으로는 정치적 지지기반인 중산층의 편입수단으로 내 집 마련을 활용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내수경기활성화의 정책수단으로 주택경기를 활용해왔다.
그런데 2014년 10월 현재, 1970년대 이후 40여년 유지해왔던 내 집 마련을 통한 중산층화도 내수경기활성화 수단도 모두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어렵게 내 집을 마련한 이들의 상당수는 하우스푸어로 전락하면서 중산층의 꿈이 사라지고, 많은 주택공급을 공급하여 내수경기를 살리려 해도 무주택자들의 구매력이 없어져 주택공급을 통한 내수경기활성화의 동력도 약화되었다.
이 글은 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될 지를 예상해보기 위해, 산업화 이후 집값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이르렀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앞으로 전세가격과 월세가격의 추이도 예측해 볼 수 있다.
집값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시기별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시기는 ‘집값 상승기’이다. 산업화로 급격히 도시화가 이루어진 시기로 1970년대에서 1997년 IMF 발생까지이다. 이 시기 도시, 특히 수도권의 집값은 계속 올랐다. 집값이 오른 이유는 절대적으로 집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업화와 수출증가로 국민들의 소득이 꾸준히 증가했다. 결국 집 부족과 소득증가로 집값이 올랐다. 그런데 이 당시는 주택금융이 발전하지 않았고, 금리도 10%이상 고금리였기 때문에, 대출을 안고 집을 마련하기보다, 전세를 안고 내 집을 마련한 시기였다. 전세가 지금의 은행대출이었다. 세입자들도 전세라는 목돈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시기는 ‘집값 조정기’로 1997년 IMF 이후에서 2008년 세계금융위기 발생시기이다.
IMF 발생과 세계금융위기의 공통점은 금융이 경제에 미치는 핵심수단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 시기 주택가격에서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금리였다. 금리가 IMF 위기 때인 1998년 연 20%대에서 2004년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25%로 급격히 떨어졌고, 이후 점진적으로 올라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에는 연 5.25%였다. 연3-4%대의 금리는 고도성장기에는 생각도 못한 낮은 금리였다. 이 시기 주택구입자들은 은행대출을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섰다. 주택가격이 떨어질 거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고, 금리도 낮았기 때문에, 내 집 마련이든 부동산 재테크든 은행대출을 활용하였다.
이 시기에 주택가격이 올랐던 이유는 지난 시기처럼, 국민의 소득이 늘어서가 아니라, 금리가 낮아서 은행대출을 안고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 소리 없이 사회경제적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바로 양극화이다. 직장이 안정되고 부동산과 예금 등 자산이 있는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 간에 격차가 발생했고, 소리 없이 확대되었다. 소위 20:80사회, 10:90사회가 된 것이다. 이는 주택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세 번째 시기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시기로 초 저금리 시기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에서 촉발되었다. 주택에 대한 과다 부실대출에서 발생한 것이다. 심지어 계속 주택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여 주택가격의 100%까지 대출해주었다. 금융위기는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소득에 기초한 상환능력 고려 없이 대출을 해온 일반시민과 그 과정에서 이익만을 추구해온 금융기관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미국은 이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경기부양책으로 사실상 0%금리를 실시했다. 초 저금리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시기의 특징은 초 저금리, 대다수 국민의 실질소득 정체, 그리고 주택가격도 하락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실질소득 정체로 무주택자의 주택구매력이 떨어졌다. 아무리 초 저금리라 하더라도, 집값이 올라 양도차익이 생긴다는 확신이 없으면 대출을 하여 집을 구입하기가 어려워진다.
집값이 오른다는 확신이 없어져서 양도차익을 얻기 어려워지고, 초 저금리로 은행예금이자도 낮아지자, 주택 임대인들은 전세를 월세로 바꾸기 시작했다. 월세이율이 은행예금이율보다 3배 안팎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제는 지난 시기처럼, 전세를 안고 집을 구입하여 후에 양도차익을 실현하기 보다는, 초 저금리를 활용하여 월세수요가 많은 곳의 주택을 구입하여 임대하는 것이 주택시장의 흐름이 되었다. 따라서 임대시장은 월세가 중심이 되고, 전세비율은 계속 줄어들 것이다. 지금의 전세가 폭등도 사실상 저금리 때문이다. 월세로 내는 금액보다 전세대출로 지출할 이자가 적기 때문이다.
앞으로 집값과 임대시장은 어떻게 바뀔까?
미래시기의 집값은 주택 구매력이 있는 계층(상위소득 20% 이상)의 집값은 오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계층(하위소득 80% 이하)은 주택 구매력 상실로 인해 거주할 주택의 집값 상승이 어렵다. “빚내서 집사라”고 금리를 낮추어도 집을 구입하지 못하는 계층이다. 소득이 정체되었고, 미래 직장과 미래소득이 불안하며, 집값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대출을 하여 집을 구입할 수 없다. 사실상 40여 년간 정부의 주택정책의 핵심이었던 ‘내 집 마련 정책’이 무너지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대신 무주택 세입자들은 월세 세입자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소득에서 제일 많은 부분을 월세로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시기 주택정책의 핵심은 내 집 마련이 아닌, 월세 세입자의 주거비부담을 경감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송파 세 모녀자살사건’의 비극은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예이다. 그리고 주택구매력이 있는 전세 세입자들에게는 SHIFT처럼 시세보다 낮은 전세금으로 10년 이상 장기 임대하도록 하는 장기전세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이 시기 주택정책의 핵심은 수도권의 50-60%에 이르는 무주택세입자들과 계속 늘어나는 1인가구, 2인가구의 무주택 세입자의 주거안정에 맞추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내 집 마련 주택정책은 이제 조종을 울렸다. 정부 주택정책의 대전환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