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둘이서만 사흘째,
같이 움직이고 여러가지로 공감을 갖는 것 같으면서도 그 바탕을 이루는 근본에서는 웬지...
현실과 이상에서 고민하던 아빠세대와 달리 실재와 허상(환타지) 사이에서 방황하는 요즘 아이들이란게 정말로 심각하게 걱정이 된다.
이성적으로는 모든 말귀를 알아듣고 통하는 듯 싶은데 자신의 생활에 들어서면 리미트가 없는 완전 블랙홀이 되어버리니...
토요일 저녁에도 '밤을 잊은 그대'는 '잠 못 이루는 그'를 만든다.
아침 8시가 되서야 집을 나섰으니 여느때 일요일보다 훨씬 늦게 움직이는 것인데, '어디로 갈까?'하다가 평화동 주택가에서 이어지는 학산과 고덕산으로 행선지를 정한다.
어차피 집에 있어봐야 실랑이를 하거나 속상한 채 있을텐데, 가능한 길~~게.
송정서미트아파트 옆에서 산행을 시작하려는데 입구를 찾기가 쉽지않다.
대충 길이 나 있는 곳으로 올라가서 발로 다져진 흔적을 따라~
이 대목에서 이야기 한편.
미국의 34대 대통령 아이젠하워의 이야기가 그것.
'democracy is not road but tread'
민주주의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길이 아니고 사람들이 다녀서 다져진 길이라는 의미인데, 콜럼비아대학 학장시절의 유명한 일화로, 잔디밭을 가로질러 다니던 학생들을 무더기로 징계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오히려 다니지 말라는 팻말을 뽑아 버리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했단다.
여기에 덧붙여서 맥아더형 인간과 아이젠하워형 인간까지 교양강좌가 이어진다.ㅎㅎ
'Old soldiers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
아무리 봐도 이것보다는 위가 더 와닿는 명언일텐데 아랫것이 훨씬 더 알려졌으니...
어쨌든 사람들이 만들어낸 순수한 길을 따라 조용한 숲속을 걷다보니 전망이 확 트인 넓직한 곳에 벤치가 있고 거기에선 모악산이 아주 멋지게 정면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코오롱아파트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쳐지는 삼거리인가본데 오가는 사람들이 만나고 쉬는 그런 장소인가보다.
아침을 겸한 간식으로 빵을 각 두개씩 먹으며 휴식.
얼마후 평온하던 길에 빙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올라가보니 봉우리가 나오는데 전쟁통에 폭격을 맞은 듯 화산 꼭대기처럼 정상이 움푹 패어있다.
오호라, 여기가 학산(330m)이란다.
한쪽 구석에서 고정되지도 않은채 흔들리며 놓여있는 팻말에서 핸드폰으로 인증샷을 찰칵!
예전에 산악달리기를 한답시고 지나면서는 여기 정상을 밟지않고 아까의 그 삼거리에서 바로 고덕산쪽으로 갔었나보다.
특이한 봉우리에서 고덕산을 바라보며 내려섰다가 길이 심상치 않아 되돌아서고 다시 정상을 거쳐 아까 올라왔던 빙판길로, 여기서 잠시 아이젠을 찼다가 다시 길이 나오길래 벗고 다시 차고...
그러다가 귀찮아서 대충 가던 길에선 엉덩방아도 찧고... 동네야산으로 알고 쉽게 볼일은 아닌 듯.
보광재를 지나며 표시판에 쓰여진 유래에 관해 관심있게 들여다보며 사진속의 옛사람 복장에 관해 논란이 이어진다.
갓을 쓴 양반이 지게를 지고 재를 넘는다?
구한말 당시엔 양반이 아닌자도 갓을 썼던지, 아님 양반도 지게를 지었던지?
여기또한 흑석골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
고덕산을 바라보며 능선을 타고 가다보니 고개를 하나 넘고 나서 이번에는 남고사쪽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가 나온다.
그 다음에는 대성동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고...그리고 철탑... 꽁꽁 언 비탈길을 올라가니 봉우리가 연속으로 두개 나오고 그 뒷쪽이 넓직한 평면에 헬기장까지 갖춰진 고덕산 정상(603m).
남동쪽을 보니 신세계지큐빌과 관촌시가지가 들어오고 그 오른쪽으론 한일장신대, 경각산, 구이저수지 등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학산에서부터 1시간, 출발기준으론 2시간 가까이 걸린 듯.(10:30에 도착)
돌아오는 길에는 맞은편에서 올라오는 사람들과 수없이 마주친다.
정초라서 특별히 인사를 건내며~♬
하산 후엔 중화산동으로 넘어가 사우나를 하고 석산삼겹살에 가서 점심특선 불고기로 뽀땃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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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으로 산행을 했지만 런닝하고는 분야가 다른 것이라...!
오후에 갈아입을 옷가지를 싸 짊어지고 경기장으로~
날씨가 풀린 덕에 담박질 하기엔 더없이 좋다.
몸에 쌓인 피로도 풀어주고 다른 한편으론 페이스감각도 익히기 위해 5km단위로 나눠서 달려본다.
첫 5Km는 조깅모드
2'24", 2'20", 2'20", 2'20", 2'20"
2'20", 2'19", 2'18", 2'13", 2'10", 2'10" [25:19 / 5Km]
그 다음 5Km는 서브-3페이스로
1'54", 1'55", 1'54", 1'55", 1'55"
1'53", 1'52", 1'51", 1'50", 1'49", 1'41" [20:34 / 5Km]
그 다음엔 다시 조깅모드로~ [26:29 / 5Km]
[총 1:12:22 / 15Km]
근래 트랙에서 뛴 것 중 가장 긴거리를 뛰었나보다.
흐믓흐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