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9
아침 모임
아침 모임 시간에 한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어느 팀에도 속해있지는 않지만 친구들 따라 이런저런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아이. 다소 문제 행동이 있어 아이들도 학부모도 그 아이 꺼려하기를 감추지 않았던, 그런 아이.
저희의 눈에는 그 아이 마음속에 담긴 착한 마음,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보였습니다. 더 많이 칭찬해주었습니다. 자신을 칭찬해주는 선생님들에게 칭찬받는 것이 좋고 칭찬받고 싶어서 선생님들 앞에서 만큼은 문제 행동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합니다.
김미경 선생님께서 짚어주셨습니다.
“나의 강점을 바라봐주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더 잘 보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법이에요. 항상 칭찬해주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마음도 털어놓을 수 있게 되죠. 근거 없는 칭찬이 아닌, 근거 있는 칭찬을 해 줄 때 더 잘 하고 싶고 저 사람이 나를 귀하게 여겨주고 있구나. 그렇게 느낄 거예요.”
칭찬의 힘을 경험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많이 칭찬받으며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때때로 아이들이 보이는 문제 행동에 대하여 혼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사회사업가의 역할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목공소 방문 수업
오늘은 목공소 방문 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일이 바빠지셔서 함께 작업 해 볼 동건, 찬홍만 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김미경 선생님께서 목공소 반장님과 잘 연락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목공소에 갈 시간이 되어 어제 골목 야영 하느라 복지관에서 자고 간 동건이를 먼저 만났습니다. 실컷 놀고 친구들과 게임하느라 1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합니다. 많이 피곤할 텐데, 그래도 목공소 가자니 따라와 줍니다. 고맙습니다.
찬홍이와 연락이 되지 않아 먼저 목공소로 갔습니다.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동건이를 가르쳐 주시기로 한 분께서 동건이에게 작은 나무로봇을 보여주셨습니다. 동건이가 그린 도안을 미리 보내드렸더니, 동건이와 함께 할 때에 더 잘 만들기 위해 사전에 먼저 만들어보신 모양입니다. 도안과 똑같이 생긴, 근사한 나무로봇이었습니다.
수고롭게 미리 만들어 보실 정도로 신경 써 주실 줄이야. 목공소에 방문 했을 때 같이 만들어 보아도 좋았을 것이고 큰 무리가 없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동건이가 잘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려 했던 목공소 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져, 참 고마웠습니다.
“같이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발주할 물건 만들다가 손을 다쳤어요.”
문제가 있었습니다. 목공소 선생님 손이 다쳐 함께 만들어 볼 수는 없는 형편이었던 겁니다. 동건이가 왔을 때, 잘 만들어보기 위해 미리 만들어보시기까지 하셨는데. 그 마음이 얼마나 속상하실지.
동건이 역시 속상하겠다 싶었습니다. 직접 그린 도안대로 만들어 보기를 얼마나 바라고 있었을까요. 누구든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겠으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대신 미리 연습으로 만들어두신 나무 로봇에 약품을 바르는 것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나무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약품을 바르지 않으면 곰팡이가 슬거나 나무가 썩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목공소 선생님께서 약품 바르는 이유를 동건이에게 잘 가르쳐 주셨습니다.
약품이 손에 닿으면 냄새가 나기 때문에 비닐장갑을 끼고 흰 무명천에 호박색 약품을 묻혀 꼼꼼히 발랐습니다. 동건이의 손길이 야무집니다. 약품 냄새가 독한 편인데도 내색하지 않고 잘 바릅니다.
“같이 만들고 싶었는데 못 만들게 돼서…. 다음에 시간 되면 와서 같이 만들어 보자.”
함께 만들지 못하는 것에 목공소 선생님께서도 많이 미안해하셨습니다. 다음에 와서 같이 만들자 제안해주시니 동건이가 웃으며 좋아했습니다. 다음에 또 올 거라고 했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동건이와 목공소 간의 관계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지역주민들과 목공소 간의 관계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관계의 구실이 될 만한 것 제안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찬홍이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늦잠을 잤다고 했습니다. 방학인데. 아침 일찍 일어나기 얼마나 힘들까요. 그럼에도 일어나서 전화해주니 고맙습니다. 길을 모르는 찬홍이를 데리러 복지관 앞으로 갔다가 다시 목공소로 향했습니다.
찬홍이의 새집 만들기 가르쳐 주시는 분은 목공소의 또 다른 선생님입니다. 찬홍이와 인사드렸습니다. 그분께서 저를 초등학생으로 오해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갈 때 마다 참 반갑게 맞이해 주시고 아껴주십니다. 그분도 손가락을 다치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끝까지 도와주시니, 고맙습니다.
새집도 거의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지붕에 생기는 작은 홈들은 나무 조각들을 다듬어 끼워 맞추고, 목재들을 연결하기 위해 못을 박아 구멍이 뚫린 곳에는 둥근 나무못을 박아 넣었습니다. 나무못 자르는 과정 거들었습니다. 작은 톱으로 어떻게 자르는지 가르쳐 주시니 어렵지 않습니다. 저도 직접 해보았습니다. 어쩐지, 갈수록 목공이 재미있어집니다.
나무못을 잘랐지만 아직 깔끔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에는 기계를 사용해 표면을 깔끔하게 다듬었습니다. 사포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기계였습니다. 목공 작업에 사영되는 도구들이 참 다양하다 싶어 저에게도 재미있는 공부가 되었습니다. 표면 다듬는 작업도 거들었습니다. 찬홍이, 동건이 모두 직접 해보고, 저와 김미경 선생님도 한 번씩 해보았습니다.
목공소 선생님들 모두 아이들 하는 것 곁에서 지켜봐 주시며 한 마디 씩 해주십니다.
“그렇지, 참 잘하네.”
“이야, 너 참 꼼꼼하게 잘 하는구나.”
처음 보는 목공소 선생님들께 우리 아이들이 칭찬 받았습니다. 마을 선생님과의 작업에서도 해보지 못했던 작업들을 새롭게 경험하고 도전해보는 찬홍, 동건. 많은 작업들은 아니었으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여 처음 뵙는 선생님들께 칭찬받으니, 기분이 좋았을 겁니다.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겼을 겁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지지해주신 목공소 선생님 고맙습니다.
동건이를 도와주신 목공소 선생님께서 동건이에게는 ‘피젯 스피너’라는 장난감을 챙겨주셨고, 저에게는 귀여운 핸드폰 받침대를 챙겨주셨습니다. 핸드폰 받침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직접 만드신 것 챙겨주시니 참 의미가 컸습니다.
식물 팀 아이들이 상추 텃밭에 꽂아둘 팻말 부탁드리러 갔더니 아이들 위해 여러 가지 귀여운 나무 모형과 소품들 챙겨주신 적도 있습니다. 목공소 형편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곧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 하나하나 챙겨주십니다. 올 때 마다 만들어 주신 것 꼭 한 개 쯤 챙겨주십니다. 연습으로 만들어 두었던 상자 이웃 주민께서 하나 가져가도 되냐고 물으니 얼마든지 가져가시라고 하셨던 반장님 모습 본 적도 있습니다.
방화동 목공소에는 어려운 형편임에도 이웃을 돌아볼 줄 알고 아이들을 사랑하여 베풀 줄 아시는 분들이 모여 있습니다. 방화동 목공소는, 인정이 살아있는 곳입니다.
수업 마무리가 될 때쯤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생겼습니다. 목공소는 센터와 연계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목공소에서 수업을 하려면 센터와 합의를 봐야하는데, 센터에서 허락해주시지 않았습니다. 센터 나름의 사정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고 있던 차에 목공소 반장님께서 비공식적으로 도와주시기로 하여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목공 팀 아이들과 목공소에 방문해 있을 때에, 센터 직원이 목공소를 방문하게 되셨던 겁니다. 심지어 김미경 선생님께서 통화하셨던 센터 직원 분이었습니다. 혹여 문제가 생길까 반장님과 목공소 분들께서 되도록 저희와 센터 직원 분이 마주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셨지만, 수업 끝나고 돌아가는 길 반장님께 인사드리려는 찰나 직원 분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반장님께서 지혜롭게 대처해주셨고, 큰 문제없이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곤란한 상황 속에서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던 것이 죄송했습니다.
돌아와 동건, 찬홍과 오늘 목공소에서의 수업 어땠는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직접 만들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고 했습니다. 동건이는 꼭 목공소 다시 갈 거라고 했습니다. 체험한 것이 얼마 되지 못해 지루했으면 어떻게 하나 했습니다. 그 짧은 과정 속에서도 재미있게 느껴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찬홍이는 예전에 같이 도안 그릴 때 페인트 칠 하고 싶었다고 이야기 했는데 오늘 왜 할 수 없었는지 물었습니다. 목공소 선생님께서 새집에 약을 칠하거나 페인트칠을 하면 새들이 냄새 때문에 싫어한다고 말씀 해 주셨던 것이 생각나 찬홍이에게도 그대로 전해주었습니다. 페인트칠 못하는 것은 아쉬웠으나 고개 끄덕여주었습니다. 이해해주니 고맙습니다.
다연 어머님 저녁 식사 초대
집안일 팀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계시는 다연이 어머님께서 평소 학부모로서 친하게 지내시던 김미경 선생님과 시율이, 아린이를 저녁식사에 초대하시는 김에 성은 언니는 물론 민정 언니와 저도 초대해 주셨습니다. 빈 손으로 갈 수 없어 마트에 들려 상추와 복숭아를 샀습니다.
다연이를 만나 함께 다연이 어머님의 친정댁으로 향했습니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친정댁으로 초대해주실 만큼 가깝게 여겨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도착하니 이미 마당에 식탁을 두어 근사하게 자리도 마련해두시고 고기를 굽고 계셨습니다. 고기 파티입니다. 반갑게 인사드리고 자리에 앉아 이야기 나누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소고기, 삼겹살, 생선튀김 등등. 실습하며 시간이 없어 쉽게 먹을 수 없었던 진수성찬들입니다. 둘러앉은 사람들로 왁자지껄하고 식탁 위 음식들로 풍성합니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먹으니 더 맛있습니다. 즐겁게 식사 마치고 수박과 복숭아, 포도도 먹었습니다. 시원하고 단 과일 먹으며 노을 지는 하늘 보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습니다.
다연이와 함께 잘 놀아주고 이 더운 날 고생한다고 초대해주셨다고 하셨습니다. 다연이 어머님 덕분에 근사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사회사업 하다보면 먹고 누리는 일 늘어난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경험하게 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식탁 정리하는 일은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한사코 말리십니다. 할 일 있어 바쁠 텐데 당신이 할 테니 놔두라고 하셨습니다. 신경 써 주시는 그 마음 참 감사했습니다. 감사함 담아 인사드리고 다연이 어머님 댁으로 가서 주스 마시며 이야기 나누다 돌아왔습니다. 밥이 맛있기도 했지만, 나누어주시는 인정에 더 배부른 시간이었습니다.
20일차 마무리
동건이 어머님께서 재료값에 대하여 문의 전화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동건이가 직접 물건을 만들어 보지 못한 것에 대하여 많이 속상해하셨습니다. 그 일에 대하여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동건이와 동건이 어머님께 먼저 연락드려 사정을 설명해드렸어야 함이 옳았습니다. 미처 그 마음 헤아리지 못한 것이 죄송했습니다.
계획과는 다르게 상황이 흘러가고 이에 대하여 당사자가 의문을 가질 일이 생긴다면 먼저 꼭 제대로 설명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집안일 팀 성은 언니에게 고맙습니다. 성의와 정성을 다하여 아이들을 대하였으니 다연이 어머님께서도 그 자세에 감탄하셔서 다 함께 초대해 주셨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은 언니는 아이들 하나하나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가갑니다. 그 자세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댓글 목공소와 인연이 귀합니다.
단기 사회사업으로 이렇게 인연이 되어 알게 되니 고마웠어요.
목공소 반장님이 단기 사회사업 전에 새로 오셨어요.
이런저런 어려운 사정이야기 들었어요. 돕고 싶은 마음 생겨 부장님과도 의논했지요.
복지관에서도 홍보하고 바자회를 함께해도 좋고 부모님들께도 소개하면 좋겠다는 이야기했어요.
이번 단기 사회사업을 구실로 목공소를 아는 분들이 많아지길 기대했어요.
다만, 아쉽게도 목공소가 강서자활센터에서 관리하다 보니 허락이 필요했어요. 결국 여러 사정으로 허락을 받지 못했지요. 목공소 반장님도 직원분들도 아쉬워 하셨어요. 저희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셨지요.
마음 내려놓고 있었는데 성경, 명철과 아이스크림 사러 가다 우연히 목공소 반장님과 만났죠.
구경 오라고 하시고는 그냥 도와주고 싶다 하셨지요. 그렇게 찾아간 날, 센터 직원분과 만나 당황스러웠어요.
그래도 센터에서도 잘 이해해 주셔서 다행이었어요. 다음에도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도 고마웠습니다.
동건 어머님께서 화가 나신 상태로 전화를 주셨어요.
이미 만들어진 것을 가지고 왔고 돈까지 내야한다니 의미가 없다고 많이 화를 내셨지요.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어머니는 그런 의미가 있는지 몰랐다 하셨어요.
처음 도안 그리기부터 재료구입까지 아이들이 직접 하는 활동을 좋게 봐주셨지요.
중간부터 참여하다 보니 몰랐다하시며 다음에는 처음부터 참여시키고 싶다고 하셨어요.
잘 이해해 주시는 어머님이라 다행이고 의미를 알아 주시니 고마웠습니다.
다음에는 채령 말처럼 사전에 설명이 더 필요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