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자이야기(20)
김종환(金鍾煥)
후생가외(後生可畏)란 학생여러분이 평생 동안 깊이 생각하고 새겨야 할 고사성어(故事成語)입니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은 경쟁(競爭) 사회입니다. 그러니 학생여러분은 평생 동안 경쟁하는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 경쟁은 나이가 같은 친구간의 경쟁도 있고, 나이가 많은 선배들과의 경쟁도 있고, 나이가 적은 후배들과의 경쟁도 있기 때문입니다. 경쟁을 강조하니 걱정도 되지요? 그러나 이것은 학생여러분이 살아가면서 나이가 들면 더욱 느끼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같은 학년의 친구와의 경쟁에서 이기면 기분이 좋고, 지면 기분이 나쁘기도 하겠지요? 선생님도 그랬습니다. 나의 성적이 앞서면 좋았고, 뒤지면 기분도 좋지 않았고, 경쟁심이 생긴 것도 사실입니다. 나이가 더 들면 선배와의 경쟁도 해야 합니다. 선배가 능력이 있고 잘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면 그 다음으로 후배인 자신이 잘되면 순리적이라서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 되지만, 그 사이에 후배들이 앞서게 되면 자신은 뒤지게 되고, 열등감(劣等感)도 생기게 될 것입니다. 또 자신보다도 후배들이 앞서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신이 후배들보다 앞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사회생활에서는 후배들이 앞서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도 지혜롭게 생각하기 바랍니다.
오늘 선생님이 소개하는 후생가외(後生可畏)가 여러분에게 지혜를 주겠지만, 여러분은 항상 선배보다는 뒤질 수는 있어도, 후배보다는 앞서는 그런 학생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기 바랍니다.
후생가외後生可畏
후後는 ‘뒤후’자입니다. 왼쪽에 있는 글자는 단독으로 잘 쓰이지 않지만, 부수(部數)명칭은 ‘중인변’, ‘두인변’이라고 합니다. 참 이상한 것은 출판사마다 부수명칭이 다르기도 하고, 같은 출판사라도 옥편(玉篇)의 크기에 따라 부수이름이 다릅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우리나라에서 편찬되는 옥편의 부수명칭(部首名稱)이 통일되어야 한다고 20여 년 전부터 주장해 왔습니다. 학생여러분 부수명칭이 통일되지 않은 것이 참 이상하지요?
‘중인변’이라고 할 때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고, ‘두인변’이라고 해도 두 사람이상으로 사람이 많다는 뜻입니다. 단독으로 쓰이는 경우는 ‘자촉거릴척’(彳)이라고 합니다. 그 반대의 모양은 ‘자축거릴촉’(亍)입니다. 여기서는 둘 다 발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왼쪽에 있는 것은 왼발, 오른쪽에 있는 것은 오른발로 생각하면 됩니다. 사람이 자축거리며 걸어가는 것을 ‘척,촉(彳,亍)’이라고 합니다. 척촉을 합하면 ‘다닐행(行)’자가 됩니다.
‘다닐행(行)’자는 부수(部首)의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설명한 것은 ‘다닐행(行)’자가 네거리 즉 십자로(十字路)를 본뜬 상형문자로 풀이하고 있습니다만, 한자의 풀이는 학자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알기 바랍니다.
오른쪽 위에 있는 ‘요(幺)’자도 부수의 하나입니다. 부수이름은 ‘작을요’입니다. 그러니 작다는 뜻을 가진 부수입니다. 오른쪽 밑에 있는 ‘치(夂)’자도 부수의 하나입니다. 부수이름은 ‘뒤져올치’입니다. 발의 뜻을 가졌지만, 뒤져서 걸어가니 앞서지 못하고 남의 뒤를 따른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많이 간다는 중인(衆人)인 ‘척(彳)’자와 작다는 뜻을 가진 작을요(幺)자와 천천히 걸어간다는 ‘치(夂)’자가 결합되었기에 세 글자의 뜻을 모아 연상하면, 여러 사람이 가는데, 작은 걸음으로 가면 앞서가는 사람에게 뒤지게 되니, 뒤후(後)자의 뜻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과 함께 길을 가는데, 작은 발걸음으로 따라가면 남에게 앞서겠습니까? 뒤지겠습니까? 뒤지겠지요? 재미있습니까? 한자(漢字)는 대부분 이렇게 풀이할 수가 있습니다.
생生은 ‘날생’자입니다. ‘생(生)’자는 흙 즉 땅위에 사람이 걸터앉은 모양이기도 하지만, 많은 분들은 땅위에 풀이 자라는 모습을 그린 상형문자(象形文字)라고 합니다. 땅에서 없던 것이 자라니, 태어나는 것이 되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뜻도 갖게 됩니다.
가可는 ‘옳을가’자입니다. ‘가(可)’자는 옳다는 뜻입니다. 무엇이 옳은 것입니까? ‘입 구(口)’자를 제외하면 남는 한자(漢字)는 ‘정(丁)’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丁)’자를 ‘고무래정’ 또는 ‘곰배정’이라고 합니다. ‘고무래’와 ‘곰배’라는 것은 농사를 지을 때 논밭에 뭉쳐진 흙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두들기는 농기구입니다. 원래의 훈음(訓音)은 ‘장정정(丁)’입니다. 장정(壯丁)이란 20살 전후의 힘이 넘치는 남자를 뜻합니다. 그러므로 ‘곰배’나 ‘고무래’는 장정처럼 힘이 세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옳은 것은 장정처럼 입을 굳게 지키는 것이 옳다는 뜻을 갖게 됩니다.
외畏자는 ‘두려워할외’자입니다. ‘외(畏)’자는 두려워한다는 뜻입니다. 외(畏)자에 대한 풀이는 다양합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쉽게 설명합니다. 위의 한자는 밭전(田)자입니다. 밑의 한자(漢字)는 컴퓨터가 지원하지 않아 답답하지만, 유심히 보면 화(化)자의 변형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농경사회에서 농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밭이 변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밤중에 자기의 밭에 사나운 짐승들이 들어와서 농작물을 해치지 않았는지는 옛날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그래서 항상 밭의 피해를 두려워했기에 만든 한자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비가 많이 내려 홍수가 나서 밭에 심어놓은 농작물을 쓸어가거나, 밭 자체의 모양을 변화시키는 것을 생각하고 만든 한자가 외(畏)자라고 생각했습니다.
후생가외의 뜻을 짐작하겠습니까?
‘후생(後生)’이란 자기보다 늦게 태어났기에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을 뜻합니다. ‘가외(可畏)’란 가히 두렵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뒤에 태어난 후배가 가히 두렵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학생여러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여러분이 열심히 노력하여 후배보다 앞서면 되는 것입니다. 뜻을 이해하기는 쉽지요? 그러나 쉽지 않기에 공자(孔子)님께서 이 말씀을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공자님의 제자들이 남긴 <논어(論語)> ‘자한(子罕)’편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래 후배는 두려워할 만하다. 젊은 후배가 학문을 계속 닦고 덕을 쌓으면 크게 진보하여 선배를 능가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공자(孔子)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젊은 후진을 두려워해야 한다. 앞으로 올 사람들이 지금 사람들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만약 그들의 나이가 사십이나 오십살이 되어도 이름이 들리지 않으면 두려워할 것이 못 된다.”(子曰, 後生可畏.
焉知來者之不如今也. 四十五十而無聞焉, 斯亦不足畏也已.)」(《논어(論語) 〈자한(子罕)〉
공자님이 말씀하신 ‘후생가외(後生可畏)’는 재주와 덕을 갖추고 학문이 뛰어난 제자인 안회(顔回)를 두고 하신 말씀인데, 공자님은 이 말을 통해 젊은이는 항상 학문에 정진해야 하고, 선배들은 더욱 학문에 정진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자님께서는 후배들의 나이가 40살이나 50살이 되어도 자기보다 더 높은 이름이 나지 않으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기대수명이 80살 이상으로 늘어나, 이 말씀은 60살이나 70살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기 스스로 부단하게 노력하라는 교훈(敎訓)만은 학생여러분이 꼭 가슴에 새기기 바랍니다.
학생여러분이 한자(漢字)와 한문(漢文)에 더 관심을 갖게 하려고 원문의 한문을 소개하였습니다. 이미 공부한 한자가 많이 눈에 보이리라 생각합니다.
후배들이나 친구에게 뒤지지 않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인일기십(人一己百)’입니다. 다른 후배나 친구 즉 남이 한번 노력하면 자신은 백번 노력하면 됩니다. 그 말이 바로 ‘인일기백(人一己百)’입니다.
‘사람인(人)’자는 여기서 ‘남인(人)’ 즉 타인(他人), 다른 사람이란 뜻입니다. ‘일(一)’은 하나라는 뜻이지만 작은 노력이라는 뜻입니다. ‘몸 기(己)’는 자기자신(自己自身)이라는 뜻입니다. ‘일백백(百)’ 백배라는 뜻입니다. 남이 하나의 노력을 하면 자기자신은 백배의 노력을 하면 누구라도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학생여러분은 이렇게 노력하는 학생이 되어 후배들은 하나도 무섭지 않은 선배가 되기 바랍니다. 그래서 ‘후생무외(後生無畏)’라고 외치는 당당한 선배가 되기 바랍니다. “나는 후배들이 두럽지 않다!”라는 마음으로 생활하는 후배들에게는 항상 유능한 선배가 되길 바랍니다.
후생가외(後生可畏)란 제목으로 쓴 선생님의 시(詩)입니다.
후생가외後生可畏
후생가외(後生可畏)란 말을 모르고 살아왔네,
나는 항상 내가 똑똑하다고만 생각했었네,
세월이 흘러가니
나는 점점 후배들조차 두려워하게 되었네,
나는 점점 후배에게도 뒤지게 되었네,
이제는 후배들조차 나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네,
그래서 말을 만들었네,
‘아무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네.’
‘제생무외(諸生無畏)’
가족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네.
‘가족무외(家族無畏)’
후생(後生)들이여!
선배(先輩)에게 뒤지는 것은 차례를 지키라는 뜻이고,
후배(後輩)에게는 뒤지지 말라는 뜻도 있으니,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후생가외(後生可畏)를 명심하며 노력합시다.
그러나 사람은 모든 면에서 후배들에게 앞서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최소한 자기가 전문적으로 하는 일에서 후배들에게 앞선다면 후배들의 존경을 받을 것입니다.
선생님은 한자와 한문에 대해서는 많은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후생(後生)은 물론 선배(先輩)들보다도 부분적으로 앞선다고 자신(自信)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선생님의 경우를 건방지게 사자성어(四字成語)로 만든다면 ‘선후무외(先後無畏)’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先)은 선배, 후(後)는 후배이고, ‘무외(無畏)’는 두렵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선생님은 한자(漢字) 문제에 있어서는 ‘선배나 후배가 두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저에게 공부하는 어른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기에, 들었던 이야기를 자랑삼아 소개합니다.
선생님의 강의를 한번, 또는 두세 번 들은 분이,
“로또복권에 당첨된 것보다 좋아 행복하다.”
“서울에서 KTX 열차를 타고 와서 들어도 본전을 한다.”
“무료로 듣기에는 너무 미안하다.”
“10년 동안 여러 곳에서 강의를 들었지만 선생님을 만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내 평생 한자(漢字)를 이렇게 쉽고 의미 있게 설명하는 것은 처음으로 보았다.”
선생님의 자랑이 많았지요?
그래서 선생님은 보람을 갖고 많은 분에게 한자와 한문을 쉽게 가르치려고, 후생가외(後生可畏)를 하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2018년 2월 16일은 설날입니다. 학생여러분은 조상님과 부모님, 일가친척의 어르신을 존경하는 학생이 되길 바랍니다. 어른을 존경하는 학생은 친구는 물론 후배인 후생(後生)들의 존경을 받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