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方[3525]李奎報-次韻惠文長老水多寺八詠
원문=東國李相國全集卷第二 / 古律詩
동국이상국전집 제2권 / 고율시(古律詩)
次韻惠文長老水多寺八詠
柏軒
高卓蒼幢拂半天。小軒人靜散濃煙。
根盤不惜靑苔色。劈破團團上砌錢。
竹閣
過簷修玉兩三叢。敲戛聲高小閣風。
忽悟靑靑眞法性。齊腰雪重立庭中。
石井
轆轤聲斷睡寒虬。石罅狂噴自在流。
水性人心若無垢。不須憑仗月輪秋。
師詩云。汲罷僧歸山月上。十分淸鏡冷涵秋。故云。
荷池
幽禽入水擘靑羅。微動方池擁蓋荷。
欲識禪心元自淨。秋蓮濯濯出寒波。
盆池
湖池空有去來潮。打岸無端破寂寥。
爭似淺淸盆底水。只栽蘆葦聽蕭蕭。
松徑
落葉紛紛掃去稀。一條縈屈接雲微。
替人幸有蒼髥叟。禪老何煩送客歸
南澗
潺湲界出翠巖根。閑裏奔忙靜裏喧。
好在瑠璃澄碧色。歸來何日洗心煩。
西臺
擬窺弱水下崔嵬。却築凌雲萬丈臺。
可笑東坡癡澁老。三山空說近東萊。
혜문(惠文) 장로의 수다사(水多寺) 팔영(八詠)에 차운하다
백헌(柏軒)
우뚝한 푸른 당간이 중천에 솟았는데 / 高卓蒼幢拂半天
작은 난간에 인적 없고 짙은 연기만 흩어졌네 / 小軒人靜散濃煙
얽힌 뿌리가 푸른 이끼 빛을 아끼지 않고 / 根盤不惜靑苔色
뜰에 오르는 둥근 돈 무늬를 마구 쪼개버렸네 / 劈破團團上砌錢
죽각(竹閣)
처마에 솟은 긴 대 두서너 그루에 / 過簷脩玉兩三叢
부딪치는 바람 소리가 작은 누각을 뒤흔드네 / 敲戞聲高小閣風
홀연히 깨닫건대 푸르고 푸른 참법성이라 / 忽悟靑靑眞法性
허리 닿도록 쌓인 눈 속에도 뜰 복판에 서 있네 / 齊腰雪重立庭中
석정(石井)
도르래 소리 끊기고 차가운 용 잠들었는데 / 轆轤聲斷睡寒虯
돌 틈으로 달리고 달려 자유로이 흘러가네 / 石罅狂噴自在流
만약 수성처럼 사람 마음도 때가 없다면 / 水性人心若無垢
굳이 가을 달 바퀴를 부러워하지 않으리 / 不須憑仗月輪秋
대사의 시에 “물 나르던 중은 가버리고 산달이 떠오르니
십분 맑은 거울이 차갑게 담긴 가을 빛이네.
[汲罷僧歸山月上 十分淸鏡冷涵秋]” 하였기 때문이다.
하지(荷池)
그윽한 새가 물에 들어가 푸른 비단을 가르니 / 幽禽入水擘靑羅
온 못을 뒤덮은 연꽃이 살며시 움직이네 / 微動方池擁蓋荷
참선하는 마음이 원래 스스로 청정함을 알려면 / 欲識禪心元自淨
맑고 맑은 가을 연꽃이 찬 물결에 솟은 걸 보소 / 秋蓮濯濯出寒波
분지(盆池)
호지엔 부질없이 오가는 조수가 있어 / 湖池空有去來潮
무단히 언덕을 때려 가며 적막을 깨뜨리니 / 打岸無端破寂寥
어찌 이 얕고 맑은 분지의 물에다 / 爭似淺淸盆底水
갈대만 심어 바람소리 듣는 것만하랴 / 只栽蘆葦聽蕭蕭
송경(松徑)
땅에 가득한 낙엽 쓸어버리는 이 드물고 / 落葉紛紛掃去稀
한 가지만 구불구불 먼 구름에 잇대었네 / 一條縈屈接雲微
다행히도 사람 대신 푸른 수염 늙은이 있으니 / 替人幸有蒼髥叟
선로께선 무어 손님 전송에 번거로우랴 / 禪老何煩送客歸
남간(南澗)
푸른 바위 사이로 졸졸 흘러내리니 / 潺湲界出翠巖根
한가한 속에 바쁘고 고요한 속에 시끄러워라 / 閒裏奔忙靜裏喧
잘 있거라 맑고 푸른 유리 빛이여 / 好在琉璃澄碧色
언제 이곳에 와서 번뇌를 씻을꼬 / 歸來何日洗心煩
서대(西臺)
약수를 엿보려고 높은 언덕을 내려와 / 擬窺弱水下崔嵬
문득 구름 위에 솟은 만 길의 대를 쌓았구나 / 却築凌雲萬丈臺
우습구려 그 어리석은 동파 늙은이가 / 可笑東坡癡澁老
부질없이 삼산을 동래에 가깝다 말한 것이 / 三山空說近東萊
[주-D001] 푸른 수염 늙은이[蒼髥叟] : 소나무의 이명(異名)이다.
[주-D002] 약수(弱水) : 서왕모(西王母 선녀(仙女))가 살고 있는 곳,
즉 선경(仙境)에 있다는 강(江). 이 물에는 기러기 털도 가라앉는다고 한다.
[주-D003] 동파(東坡) : 동파는 송(宋) 나라 문장가 소식(蘇軾)의 호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이진영 (역) | 1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