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의 하나로마트
일요일이면 종종 하나로마트를 간다. 다른 대형마트보다 하나로마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음식재료의 질이 좋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횡성 한우는 직접 해체하여 신선하고 저렴하며, 유기농으로 재배한 쌈 채소와 과일은 당도가 높고 연하다. 하루 1~2번 정해진 시간에 소량만 생산하는 두부 코너는 우리가 특히 좋아하는 곳이다. 맷돌에 콩을 가는 것부터 네모 반듯하게 잘라 포장하는 마무리단계까지 무려 3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작업을 모두 공개하며 늘 사람들로 붐빈다. 우리가 두부와 콩비지, 콩국수를 사가던 날이었다. 젊은 부부가 콩비지, 콩국수를 사가는 게 신기하다며 간장 소스만 가지고 콩비지 맛있게 먹는 법, 땅콩과 우유를 넣어 두유보다 맛있고 든든하게 콩국수 마시는 법을 알려주셨다. 그렇게 우리는 일주일 분량의 먹을 거리를 챙기고 맛있게 먹는 노하우까지 덤으로 얻어갔다.
6월부터 금요일 저녁엔 한겨레문화센터를 간다. 이 곳에서 나는 글요리를 위한 질 좋은 재료들을 마음껏 가져간다. 뮤지컬 <캣츠>의 주인공 '그리자벨라'를 통해 본 인간의 자화상, 영화 '하이눈'과 아뇰로 브론치노의 작품 <미와 사랑의 알레고리>를 통해 본 알레고리,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대학 졸업식 강연 등 장르를 불문한 이야기는 유기농 채소부터 직접 만든 두부까지 건강한 식재료가 넘치는 하나로 마트의 식품코너를 떠올리게 한다. 간결하게 글 쓰는 법, 마인드 맵 하는 법, 글감 찾는 법, 미국식 일본식 번역투를 고치는 법 등 기본적이지만 놓치고 있었던 글쓰기 방법은 지금보다 멋진 글요리를 완성하기 위한 노하우다.
나에게 7주의 <좋은 문장 길라잡이>는 신선한 재료를 얻고 황금 레시피를 전수 받은 '일요일 오후의 하나로마트'다. 나른하고 여유로운 일요일의 정점에 내 몸을 채워줄 '빵'을 얻었고, 주말의 시작을 알리는 금요일 저녁엔 내 정신을 채워줄 '장미'를 얻었다. 내 몸을 채운 '빵과 장미'가 있어 몸도 마음도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