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을 나훈아와 함께..."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무슨 캬바레의 선전 문구처럼 보인다.
언젠가 한국에 다니러 갔던 그 해 가을에도 TV에서 나훈아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무대 바로 앞에
서 우리 또래의 아줌마 부대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 때 나는 함께 모임을 하던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아무도 TV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었다.
그 아줌마 부대들을 보며 우리하고는 좀 다른 사람들로 ...
아니 할 일 없는 유한 마담들이겠거니...
나훈아는 그저 옛날 한 때 지나간 한 사람의 유명했던 가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 달이었던가...
한국에 다녀오신 아는 형님께서 나훈아 CD를 보내 주셨다.
옛날에 듣던 노래도 있었지만 많은 곡들이 새로 만든 곡이었는데...
엄마를 그리며 만든 "홍시"라는 노래, 남자의 소박한 꿈을 노래하는 "사내"...
가사들이 아주 평범하면서도 가슴에 와 닿았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어가는거겠지...
저런 가사들이 예사로이 안들리고 마음에 와서 닿는 것을 보면...
나훈아 목소리도 예전처럼 끈끈하게 들리지않고 구수하게 들리는 것을 보니 하면서 나 자신의 나이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엊그제 한 해를 보내며 조졸한 망년회를 하자는 친구의 초대를 받게 되었다.
저녁을 먹은 후 모두 의자에 둘러 앉았을 때 누군가 TV를 켰는데, 커다란 화면 위로 나훈아가 나오고
있었다.
제목은 "광복절 기념 나훈아 노들섬 공연" 이었다.
노들섬은 한강에 있는 섬인 것 같았는데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무대 또한 굉장히 화려하였다.
거북선을 타고, 나훈아는 광개토대왕처럼 나오고 있었다.
그 때 남편은 다른 쪽 식탁에 앉아 있었고 힐끔힐끔 우리 쪽을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다음 날, 외출을 하고 돌아오는 남편의 손에 그 DVD가 들려 있었다.
이리하여 우리는 새해 첫날을 가수 나훈아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서로 와인을 나누어 마시면서 그 목소리에 감동받고 인생을 달관한 듯한 그 가사에 눈물지으며...
우리는 새해의 소망을 서로 나누었다.
나훈아가 마련해 준 새해 첫 날의 그 초대에서 우리는 감사한 마음과 함께 "고향역"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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