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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오늘=조은국 기자] 최근 남양유업 밀어내기 사태로 인해 식품업계 ‘갑(甲) 횡포’ 논란이 거세다. 십 수 년 동안 대리점에 ‘밀어내기’, ‘떡값’, ‘퇴직위로금’ 등을 강요하고 심지어 아버지뻘 대리점주에게 욕설까지 퍼부은 영업 사원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남양유업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농심도 특약점주에게 매출목표를 강요해 점주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삥시장’에 물건을 내다팔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했다. 심지어 배상면주가의 한 대리점주는 본사 밀어내기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우유, 라면, 막걸리에 이어 이번엔 베이커리다. 베이커리 전문업체인 크라운베이커리가 최근 가맹점주들과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일부 가맹점주들은 크라운베이커리가 부당 가맹사업거래행위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이들은 크라운베이커리가 가맹점 판매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주문제도’를 만들고, 미수금 관리 규정을 일방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크라운베이커리가 가맹사업에서 철수할 준 비를 하고 있지만 가맹점주에 대한 피해보상을 피하기 위해 본사 영업사원들이 가맹점주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폐점을 유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상생과 공존의 파트너십을 갖춰야할 크라운베이커리와 가맹점주 사이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집중 해부했다.
족벌경영이 낳은 베이커리 名家의 몰락 국내 프랜차이즈 제빵업계 1세대이자 한때 업계 1위를 고수하던 크라운베이커리의 위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1990년대 외환위기 이전에는 900여개의 가맹점을 확보해 명실상부한 제빵프랜차이즈 1위를 지켰다. 하지만 현재 크라운베이커리의 매장 수는 100여개 안팎으로 급격히 쪼그라들었고 4~5년 전부터는 매출 급감으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크라운베이커리의 추락은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 등 후발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뒤쳐진 이유도 있지만, 모기업인 크라운해태제과의 족벌경영이 심각한 폐해를 가져왔다는 지적이 많다. 점주들 역시 2006년부터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의 부인 육명희 씨가 크라운베이커리를 맡아 운영했지만, 경영능력 부족으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에 처했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3위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파리바게트, 뚜레쥬르와는 격차가 현격하다. 현장에서는 가맹점 찾기도 쉽지 않고 소비자들마저 점차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이틀 전에 주문해라”…점주가 예언자냐 크라운베이커리는 이달 3일부터 모든 품목에 대한 주문 제도를 변경했다. 변경 전 주문제도는 유통기한이 3일인 생크림케이크는 전날 오후 9시, 일반 케이크와 선물류는 전날 오후 10시까지 주문이 가능했다. 크라운베이커리 홈페이지 가맹점개설안내에도 “하루 전날, 완제품과 반제품의 재고량을 예측해 주문하므로 가맹점의 재고물량에 대한 걱정을 덜어드립니다”라고 게재돼 있었다. 하지만 크라운베이커리 측은 지난달 17일 주문제도 변경을 일방적으로 공지했고, 이달 3일부터 시행했다. 물론 기존 홈페이지 가맹점개설안내 홍보문구도 변경했다. 바뀐 주문제도는 빵, 원·부재료, 생동생지(반죽덩어리), 아이스 종류 등 전 제품을 망라해 주문시간을 이틀 전 12시까지로 제한했고, 월요일 출고 분은 3일 전인 금요일 정오까지 주문해야 한다. 결국 점주들이 판매될 수량을 미리 예측해 주문을 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됐다. 가맹점주들은 이에 대해 “우리가 예언자냐”며 본사 조치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예측 주문으로 배송 받은 케이크가 판매되지 않을 경우, 동일 품목이 여러 개 재고로 남게 되고 예측 주문을 하지 못한 제품은 결품 상태로 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재고로 인한 반품 손실을 우려한 점주들이 가격이 비싼 케이크의 주문을 꺼리게 돼 소비자 선택폭이 줄어들면서 다른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더욱 뒤처지고 있다.
주문·반품제도 변경…고스란히 점주 손실로 주문을 해도 제 때 물건이 가맹점으로 들어오지 않아 제품을 만들 수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원재료가 한 가지만 없어도 여러 종류의 빵을 만들 수가 없고, 한번 미출고 되면 다시 주문을 넣어도 2~3일이 걸려 일주일 이상 제품 만들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반품제도 역시 논란이다. 과거에는 반품이 발생할 경우 본사와 가맹점이 절반씩 부담했지만 지난해 1월부터 공급가의 3%만 본사가 부담하고 폐기한다. 예측주문으로 재고는 쌓이는데 반품까지 모두 점주들이 손실로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뜻이다. 점주들은 반품제도 변경이 결국 주문제도를 바꾸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소비자 혜택 축소…가맹사업 철수 수순 ‘의심’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는 다양한 혜택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할인 등의 혜택은 필수 마케팅 활동인데 크라운베이커리는 이와는 반대로 혜택을 없애고 있다. 크라운베이커리는 최근 삼성카드·SK상품권·OK캐시백 제휴를 중단했다. 크라운베이커리 빵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줄여 소비자 유인책을 없애버린 것이다. 당연히 가맹점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고객이 제휴 혜택에 대해 물으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크라운베이커리는 ‘케이크 배달서비스’도 없앴다. 가맹점 매출의 상당부분이 케이크 배달에서 나오기 때문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또 가맹점이 계약이행 보증금(물품대금에 대한 보증 성격의 예치금)의 80% 이상 물품대금 미수가 발생했을 때 제품을 공급하지 않는다고 계약서에 명시했지만 크라운베이커리는 이런 미수금 제도까지 일방적으로 변경했다. 계약이행 보증금의 30%가 넘으면 주문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가맹점주들은 크라운베이커리가 경영정상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횡포에 가까운 제도 변경을 통해 가맹점을 정리시키고 결국 가맹사업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제만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크라운베이커리가 사업을 접으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이는 데도 주문시간 변경, 반품거부 등 가맹점주들이 살아남을 수 없게 만들어 점주들이 스스로 폐점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실제 크라운베이커리 본사 영업사원이 가맹점주들을 만나 폐점을 유도하는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본사가 가맹사업을 일방적으로 철수하게 되면 가맹점주들에게 보상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폐점을 유도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이에 본지가 크라운베이커리에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을 공식 요청했지만 크라운베이커리 측은 아무런 이유 없이 답변을 거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