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_마음을 적시는 동시 한 모금_박혜선_지구의 물그릇.hwp
지구의 물그릇 외
박혜선
옛날 사람들은 그릇에 정화수 떠놓고 빌었다지요
달님 보며 소원을 빌었다지요
백두산 천지
한라산 백록담
러시아 바이칼 호
페루의 티티카카 호
지구도 그랬어요
물그릇 가득 채우고 빌었어요
제발 지구의 물이 줄어들지 말게 해 달라고
찰랑찰랑 지구의 물그릇 위로
달빛이 흔들리게 해 달라고
지금도 빌고 비는데
천지 물그릇
백록담 물그릇
점점 말라가고 있어요
바이칼 물그릇
티티카카 물그릇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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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의 눈물
죽은
돌고래, 바다거북, 바닷새 배에서
비닐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덴마크 비닐 봉지
영어가 적힌 비닐 쇼핑백
프랑스 어 비닐 포장지
그 속에
“새우깡”
한글로 된 과자봉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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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세상
안구 건조증
피부 건조증
두피 건조증
입술 건조증
손 건조증
당기고 가렵고
피나고 갈라지고
건조한 겨울
기쁨 건조증
감동 건조증
감사 건조증
눈물 건조증
정 건조증
마음도 마르고
인심도 말라
건조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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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잠들다』(박혜선 환경 동시집/청년사/2017)
박혜선 시인은 1992년 <새벗문학상>에 동시 「감자꽃」이, 2003년 <푸른문학상>에 동화 「그림자가 사는 집」이 당선되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개구리 동네 게시판』, 『텔레비전은 무죄』, 『위풍당당 박한별』, 『백수 삼촌을 부탁해요』등과 동화 『저를 찾지 마세요』, 『신발이 열리는 나무』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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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허리케인 ‘어마’가 카리브 해 섬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기사 말미에 ‘어마’보다 더 ‘어마어마한’ 허리케인이 또 올 수 있다는 과학자의 경고를 읽었다.
우리가 자초한 일이라 더 끔찍하고 두렵다.
비좁은 케이지에 갇힌 닭과 돼지들,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시켜놓은 송아지들, 산 채로 모피로 벗겨지는 북극여우들…….
위기에 처한 지구와 생태의 절규를 귀담아 들은 박혜선 시인이 이번에 환경 동시집을 내놓았다.
지구의 물그릇이 마르는 일이 결코 없기를 바라며.
대자연의 혜택에 감동과 기쁨과 감사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촉촉한(?) 인간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