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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 깊이 읽기: 게르 웨토샤브]
나그네요 거류하는 자 (Ger we-toshab, גֵּר־וְתוֹשָׁב): '게르'는 잠시 머무는 외국인, '토샤브'는 영주권 없이 거주하는 이방인을 뜻합니다. 아브라함은 가나안 땅에 60년 이상 살았고, 엄청난 부와 군사력을 가졌음에도 스스로를 권리 없는 '나그네'로 칭합니다.
[신학적 주해 - 히브리서 11장의 통찰]
히브리서 기자는 이 고백을 구속사적 관점에서 이렇게 주해합니다. "이 사람들은 다 믿음을 따라 죽었으며...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임을 증언하였으니... 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하늘에 있는 것)**을 사모하는지라(히 11:13-16)." 아브라함의 진짜 정체성은 이 땅의 기득권이 아니라, 영원한 하늘 도성을 바라보는 순례자였습니다.
II. 중동의 상거래와 아브라함의 단호한 결단 (23:5-16)
헷 족속의 지도자 에브론은 아브라함에게 땅을 "그냥 거저 주겠다(11절)"고 제안합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이를 거절하고 기어이 정당한 값을 지불하려 합니다.
(창 23:15-16) 내 주여 내 말을 들으소서 땅 값은 은 사백 세겔이나 그것이 나와 당신 사이에 무슨 문제가 되리이까... 아브라함이 에브론의 말을 따라 헷 족속이 듣는 데서... 상인이 통용하는 은 사백 세겔을 달아 에브론에게 주었더니
[역사적 배경 - 에브론의 교묘한 협상]
고대 중동의 상거래 관행에서 "거저 주겠다"는 말은 진짜 공짜가 아니라,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주며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는 예의상 하는 빈말입니다. 에브론은 은근슬쩍 "은 400세겔"이라는 엄청난 폭리(당시 노동자의 400년 치 연봉에 가까운 거액)를 부릅니다.
[원어 깊이 읽기: 샤칼과 아후자]
달아 (Shakal, שָׁקַל): 저울에 정확히 무게를 달아 지불했다는 뜻입니다. 아브라함은 에브론의 뻔뻔한 바가지요금에도 깎아달라 흥정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전액을 지불합니다.
소유지 (Ahuzzah, אֲחֻזַּת): 일시적 사용권이 아니라 **'영구적이고 합법적인 완전한 소유권'**을 뜻합니다. 아브라함이 거액을 기꺼이 지불한 이유는 돈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훗날 헷 족속의 후손들이 "우리가 공짜로 빌려준 것이니 다시 돌려달라"고 시비 걸지 못하도록, 가나안 땅의 첫 교두보를 '완벽하고 영구적인 내 소유'로 확정 짓기 위함이었습니다. (창 14장에서 소돔 왕의 전리품을 거절했던 것과 같은 맥락의 거룩한 자존심입니다.)
III. 약속의 땅에 묻힌 첫 번째 씨앗 (23:17-20)
은 400세겔의 지불이 끝나자, 막벨라 굴과 그 주변의 밭이 아브라함의 소유로 확정됩니다.
(창 23:19-20) 그 후에 아브라함이 그 아내 사라를 가나안 땅 마므레 앞 막벨라 밭 굴에 장사하였더라... 이와 같이 그 밭과 거기에 속한 굴이 헷 족속으로부터 아브라함이 매장할 소유지로 확정되었더라
[신학적 주해 - 게르하르트 폰 라드(Gerhard von Rad)]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가나안 온 땅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으나, 그가 살아서 얻은 땅은 오직 죽은 아내를 누일 **'작은 무덤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이 무덤을 통해 미래의 거대한 약속을 앞당겨 붙잡았다."
아브라함은 고향 갈대아 우르(메소포타미아)에 훌륭한 선산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아내를 고향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가나안 땅에 묻습니다. 무덤은 끝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이 성취될 땅에 꽂은 깃발'**이자 보증금(Earnest)이었습니다. 훗날 아브라함 자신은 물론, 이삭과 리브가, 야곱과 레아도 모두 애굽을 떠나 이 막벨라 굴에 묻힘으로써 '우리는 하나님의 약속의 땅에 속한 자들'임을 시신으로 신앙 고백합니다.
[설교 구성을 위한 제언: "무덤 앞에서 부활의 약속을 사다"]
목사님, 자칫 건조해 보이는 이 본문으로 강해하실 때 **<순례자의 죽음, 그리고 영원한 언약의 보증>**이라는 주제로 다음과 같은 흐름을 제안합니다.
서론: 이별의 슬픔과 나그네의 고백 (1-4절)
평생을 함께한 동역자 사라의 죽음 앞에서 아브라함은 깊이 애통해합니다. 성도의 죽음 앞에서는 슬픔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자신을 '나그네요 거류하는 자'라 고백하며, 우리의 진짜 본향이 이 땅에 없음을 선포합니다. 우리는 세상에 닻을 내리는 자입니까, 나그네로 걷는 자입니까?
본론 1: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거룩한 투자 (5-16절)
에브론의 교묘한 호의(공짜 제안)와 폭리 앞에서도 아브라함은 깎아달라 구걸하지 않고 은 400세겔을 당당히 지불합니다. 하나님의 언약을 이루는 일에 세상 사람들에게 빚을 지거나 타협하지 않겠다는 결단입니다. 우리도 하나님 나라를 위해 기꺼이 대가를 지불(투자)하고 있습니까?
본론 2: 무덤이 아니라 약속의 깃발이다 (17-20절)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서 얻은 유일한 소유는 화려한 성이 아니라 '막벨라 굴'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무덤 안에 죽음을 묻은 것이 아니라, 가나안 땅을 주시리라는 '하나님의 약속'을 묻었습니다.
결론: 우리의 막벨라 굴, 예수 그리스도의 빈 무덤
아브라함은 은 400세겔을 주고 죽음의 땅(무덤)을 샀지만, 우리 주님은 당신의 피 값을 지불하시고 우리의 죽음을 생명(부활)으로 사셨습니다. 비록 지금 내 손에 쥐어진 약속의 열매가 무덤처럼 작아 보일지라도, 신실하신 하나님이 반드시 완성하실 것을 믿고 영원한 본향을 향해 걸어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