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만에 펼친 나의 헬라어 문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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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재회
여러분은 39년 전의 나를 만난 적이 있나요? 제 책상 위엔 1987년 9월, 갓 스무 살의 제가 펼쳤던 헬라어 문법책 한 권이 놓여 있습니다. 40년 가까운 세월을 돌고 돌아 다시 펼친 이 책 속엔, 단순한 외국어 공부를 넘어 제 인생이 치열하게 고민했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더군요.
영혼, 그 불멸의 선언
책장을 넘기자마자 마주한 첫 문장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영혼은 불멸이다(Hē psychē athanatos estin).” 스무 살의 저는 이 말을 그저 영지주의적인 신비나 사후 세계의 이야기로만 여겼습니다. 육체는 감옥이고 영혼만 고귀하다는 그런 이분법 말이죠. 하지만 39년이 흐른 지금, 저는 이 문장에서 전혀 다른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것은 “시간조차 깎아내지 못하는 당신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이름보다 깊은 삶의 실체
헬라인들에게 영혼의 불멸은 신의 성품인 ‘이성’과 ‘미덕’을 실천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었습니다. 성경은 말합니다. 세상의 정욕도, 화려한 말들도 다 지나가지만,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한다고 말이죠.
마태복음 25장에서 작은 자 한 사람에게 베푼 물 한 그릇이 주님께 한 것이 되듯, 우리의 선한 ‘행위’는 사라지지 않는 ‘실체(Substantive)’가 되어 영혼에 각인됩니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들 하죠? 하지만 진정한 불멸은 타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헛된 ‘이름’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고 인내하며 빚어낸 영혼의 정직한 무늬입니다. 가식은 잠깐이지만, 진정성은 결국 시간을 이기고 남습니다.
39년의 공부, 이제 시작입니다
저는 이제 이 열 개의 문장을 하나씩 다시 읽어보려 합니다. 문법을 공부하던 스무 살의 열정과, 그 문장들을 삶으로 살아낸 육십 대의 통찰을 버무려 저만의 ‘인생 문법책’을 정리해보려 해요.
이 공부는 저에게 위로입니다. 39년 전 제가 꿈꿨던 그 불멸의 가치들이 지금 제 삶 속에 여전히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니까요.
여러분의 영혼엔 어떤 불멸의 흔적이 남고 있나요? 다음 시간에는 “아름다운 것은 얻기 어렵다”는, 제가 치열하게 ‘정복’하려 했던 그 두 번째 문장으로 돌아오겠습니다. 함께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