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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의 종류)
채권은 발행주체, 지급보증 여부, 이자지급방법, 특별조건 부가 여부, 담보제공 여부 등에 따라 많은 종류로 나누어진다.
먼저 발행주체에 따라 나누어보자. 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와 재정증권 등의 국채가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채권은 지방채이다.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이 있고 한국전력공사, 예금보험공사, 도시개발공사 등 법률에 의해 직접 설립된 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권이 있다. 은행, 증권회사, 신용카드사 등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금융채와 상법상 주식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가 있다. 이중 채권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국채와 회사채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자.
국채는 국고채 재정증권 국민주택채권 보상채권 등이 있다. 국채의의 대표인 국고채는 국가재정을 종합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발행하는 채권으로 발행 만기가 3년, 5년, 10년, 20년, 30년, 50년 등으로 다양하다. 재정증권은 재정부족자금을 일시 보전하기 위해 발행되는 국채로 만기가 1년 이내(통상 3개월)인 단기증권이다. 국민주택채권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부동산 등기와 인허가시 의무 매입을 하는 것은 1종이 대부분이고 만기가 5년이다. 보상채권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 보상을 위해 발행하는 국채로 만기는 5년 이내이다.
회사채는 공모(public offering)사채와 사모(private placement)사채로 나누어진다. 공모사채는 증권회사 등이 민간기업의 발행 회사채를 전액 인수하여 불특정 다수 사람에게 파는 방식으로 발행된다. 공모사채를 발행하는 경우는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사모사채는 발행기업과 최종 매수자(금융기관 등)가 발행조건을 직접 합의하여 발행한다. 사모사채는 최종 매수자가 발행기업에 대출해주는 것과 성격이 동일하다. 회사채의 만기는 전자단기회사채를 제외하고는 3년이 일반적이다.
현재 회사채는 발행기업의 자체 신용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발행기업의 신용이 중요하다. 신용평가기관은 회사채에 신용등급을 부여하여 원리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채 평가 등급은 일반적으로 AAA~D까지 10등급으로 분류되며 BBB등급까지는 원리금 지급능력이 양호하다는 투자등급이고, BB등급 이하는 지급능력이 의문시되는 투기등급이다. 이러한 신용평가는 발행기업의 과거 실적이 주로 반영되기 때문에 미래의 지급능력을 담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회사채에 투자할 때는 신용등급 이외에 시장의 평판, 사업전망, 경영진의 자질 등 더 조사하여야 덜 위험하다.
다음으로 지급보증 여부, 이자지급방법 등에 따라서도 채권은 여러 가지 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채권 원리금에 대한 제3자의 지급보증이 있는 보증채와 발행주체의 자기 신용에 의해 발행되는 무보증채가 있다. 보증채는 정부가 지급 보증한 정부보증채와 일반 보증채로 구분된다. 일반 보증채는 신용보증기금, 보증보험회사, 은행 등이 지급보증을 한다.
이자지급방법에 따라서는 이표채, 할인채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표는 매분기 등과 같이 일정기간마다 이자가 지급되는 채권이다. 과거 인쇄된 채권이 발행될 때 이자수취용 쿠폰이 이자지급 횟수만큼 채권에 붙어 있어 쿠폰채(coupon bond)라고도 한다. 이표채 중에서 이자지급기간마다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계산만 해놓았다가 만기에 지급하는 채권도 있다. 이때 이자가 복리로 계산되면 복리채(compound interest bond)라고 한다. 이표채 중 지급되는 이자율이 고정되어 있으면 고정금리채권, 시장금리에 따라 변동하면 변동금리채권이라 한다.
할인채는 채권 액면금액에서 만기까지의 이자를 모두 뺀 금액으로 발행되는 채권이다. 액면 금액 100원짜리 3년 만기 채권을 90원에 발행하는 것이다. 액면가 100원과 발행가 90원의 차이가 3년간의 이자인 것이다. 그리고 채권 만기일 이전에 원금을 미리 상환할 수 있는 분할상환채도 있으며, 채권의 표시 통화에 따라 원화표시채권과 외화표시채권으로 나눌 수도 있다.
이밖에 회사채의 경우 원리금의 지급 이외에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은 전환사채(CB; convertible bond)라 하며, 회사채 발행회사의 신주를 일정한 조건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신주인수권부사채(BW; bond with warrant)라 한다. 회사채의 발행회사가 보유한 제3자 발행 유가증권과 교환할 수 있는 교환사채(EB; exchange bond)도 있다.
특별한 종류의 채권으로 국채의 경우 원금 및 이자 지급액이 물가에 따라 변하는 물가연동국채가 있다. 물가연동국채는 물가가 일정비율 이상 상승하면 채권 원금이 증가하여 채권의 실질가치가 유지된다. 장기투자로 투자기간 동안 큰 폭의 물가상승이 예상되면 투자해 볼 만한 채권이다. 한국에서도 2007년 3월부터 발행되고 있지만 투자자의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다.
금융채 등의 경우 발행기관이 다른 채무를 모두 갚은 다음 원리금을 갚을 의무가 있는 후순위채권(subordinated bond)도 있다. 금융기관 등 발행기관의 입장에서는 고금리로 발행하여야 하지만 채권 변제가 후순위이기 때문에 안정적 자금조달원으로 자본금과 비슷하게 사용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위험하기 때문에 조심하여야 한다. 특히 신용 상태가 높지 않은 기관이 장기로 발행하는 후순위채권은 금리가 높아도 잘못하면 원리금을 모두 받지 못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채권발행자가 담보를 제공하느냐 여부에 따라 담보부채권과 무담보부채권으로 나눌 수 있다. 담보부채권은 채권자가 담보 제공 등을 통해 신용보강을 한 채권이다. 담보부채권의 일종으로 분류되는 자산유동화증권은 자산유동화회사가 부동산, 매출자산, 대출자산 등을 기초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자산유동화증권은 1980년대 후반부터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여 복잡하고 종류가 많다. 자산유동화증권과 결합된 파생금융상품의 급증과 이에 대한 감독실패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다음에는 복잡하고 선진금융기법의 하나라는 자산유동화증권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자산유동화증권)
자산유동화증권(ABS; asset backed securities)는 부동산, 대출자산, 매출자산, 예금 등 유동성이 낮은 자산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증권화한 것이다. 임대료를 받고 있는 부동산이나 이자가 들어오는 대출처럼 자산으로부터 현금흐름이 있으면 이런 자산을 기초로 거의 모두 자산유동화증권을 만들 수 있다. 자산유동화증권은 자산보유자가 특수목적회사(SPC; special purpose company)를 만들어 이 회사에 유동화 대상자산(기초자산)의 법률적 소유권을 양도하는 방식으로 발행된다. 자산유동화증권의 원리금은 일차적으로 기초자산에서 나오는 돈으로부터 상환된다.
자산유동화증권의 큰 장점은 유동성이 낮은 자산의 유동성을 높이는 것도 있지만 신용 보강을 통해 기초자산의 보유자나 기초자산 자체보다 더 높은 신용등급의 증권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보강은 금융기관의 지급보증이나 대출약정과 같은 외부적 방식도 있지만 원리금 지급 순위를 조정하는 내부적 방식이 많이 사용된다.
전형적인 방법은 자산유동화증권을 두 종류 이상, 즉 선・후순위로 나누는 것이다. 여러 건의 대출을 모아 100억 원의 유동화증권을 발행할 때, 선순위 60억원, 중간 순위 30억 원, 후순위 10억 원으로 나누는 것이다. 100억 원의 대출 풀에서 상환되는 원금과 이자는 선순위 유동화증권의 원리금 지급에 우선 사용된다. 다음에 중간 순위 유동화증권에 사용되고, 남은 것은 후순위 증권의 원리금 지급에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초자산인 100억 원의 대출채권의 질이 아주 나쁘지 않는 한 선순위 유동화증권 60억 원의 원리금 지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아주 낮다. 선순위 유동화증권의 신용등급은 기초자산 보유자와 기초자산 전체의 신용등급보다 훨씬 높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용등급이 낮은 기관이나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대출자산을 갖고도 자산유동화증권을 이용해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자산유동화증권은 저렴한 자금조달수단일 뿐 아니라 자산을 특수목적회사에 넘겨 금융기관의 자산규모를 줄일 수 있다. 세계시장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발행이 크게 늘어났다. 한국은 1998년부터 제도가 도입되었고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자산유동화증권이 발행되기 시작하였다.
선순위 자산유동화증권의 신용등급이 올라간 것은 위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위험이 후순위 자산유동화증권에 농축된 것에 불과하다. 자산유동화기관이 자산유동화 이후 후순위증권을 다시 매입한다면(실제 이런 조건으로 자산유동화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산유동화기관의 자산 규모는 줄었지만 부담하는 위험 규모는 전혀 줄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자산유동화 이후 자산유동화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자산의 질은 평균적으로 더 나빠진 셈이다.
자산유동화증권은 여러 기초자산을 모으고 구조화하는 등 복잡한 증권화 과정을 거쳐 발행된다. 또한 증권의 선 후순위 분할 등 다양한 신용보강이 결합되어 있다. 따라서 일반 채권과는 달리 숨어있는 여러 위험요인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자산유동화증권은 신용위험, 유동성위험, 법률위험 등의 위험이 일반 채권보다 복잡하다. 이와 함께 증권화 과정에서 많은 기관이 관여되어 있어 하나의 위험이 여러 관계기관을 통해 금융시스템 전체로 쉽게 확산된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와 같이 유동화증권을 기초로 2~3차 유동화가 다시 이루어지는 경우 외부 충격에 따른 위험의 파급이 폭발적으로 확산된다.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비우량주택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가 수차 이루어지고. 이러한 증권이 연쇄 부실화되면서 세계 금융위기가 촉발된 것이다. 선진국과 BIS 등 국제기구에서 자산유동화증권에 대한 규제 강화가 오래 전부터 추진되고 있다. 기초자산 보유자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 강화, 기초자산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 자산유동화증권에 대한 자기자본규제 강화 등이다.
자산유동화증권은 증권의 법적 성격과 기초자산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누어진다. 자산유동화증권이 회사채인 경우 ABS사채, 기업어음(CP)인 경우 ABCP, 수익증권인 경우 ABS수익증권 등으로 분류된다. 기초자산이 주택담보대출인 경우 MBS(mortgage backed securities), 채권인 경우 CBO(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 은행의 대출채권인 경우 CLO(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라고 한다. 신용카드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경우 CARD(certificate of amortizing revolving debts), 자동차할부대출의 경우에는 auto-loan ABS, 부실채권인 경우에는 NPL ABS라고 한다. 그리고 채권, 대출, MBS 등 여러 가지 부채성 자산을 기초로 신용위험을 분리하여 파생상품화한 것은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이라고 한다. 종류가 많고 복잡하다.
자산유동화증권의 가장 고전적 형태로 주택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한 MBS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자. 주택담보대출은 은행이나 신협 등 저축기관이 주택을 담보로 주택구입자 등에게 장기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미국은 일반적으로 20~30년 기간에 고정금리로 대출이 이루어진다. 은행 등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장기의 고정금리대출은 매우 위험한 자산이다. 대출기간 동안 금리가 크게 오르면 금융기관이 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은 주택담보대출을 특수목적회사에 매각하고, 이 주택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MBS을 발행하여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MBS 매각자금은 새로운 대출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MBS는 주택담보대출이 담보 역할을 하여 일반 회사채에 비해서 안전한 투자 대상이다.
이렇게 좋은 기능을 가진 MBS가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2007~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시키는 금융상품이 되었다.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다.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금리변동 위험을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MBS를 발행할 유인이 크지 않다. 따라서 한국은 MBS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어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형태의 위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그렇다고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