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GUE短想
2011-11-15 10:29:10
1989년 이 곳 순창으로 이사왔을 때
앞집 담 바로 곁에 굵은 살구가 열리는 살구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지금도 썩어가는 밑둥은 남아 있습니다.
어느 때인가 윗집 할머니가 우리 살구나무에 긴 철봉을
묶어 TV 안테나를 설치했었습니다.
참 이상하게도 살구나무가 비실비실 말라죽고 말았습니다.
다음 해 여름 어머니께서 순창 장날 톱을 잘 들게 갈아다가
살구나무를 담높이에서 베어내 뗄감을 삼으셨지요.
남아 있는 나무의 갈라진 틈에 새가 둥지를 틀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어미새가 새끼 새들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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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어느 날 어미새가 자신의 날개로
둥지를 덮고 있었습니다.
그 많은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었습니다.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
새끼들의 몸이 젖지 않게하려는 어미 새의 눈물겨운
광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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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들이 날개가 완전히 돋아 둥지 밖으로 나와 노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끼들에게 날아다니는 법을 훈련시키는
어미새를 어머니와 함께 보게 되었답니다.
새끼들 중 하나가 날다가 우리 집 마당에 떨어져 퍼덕거리자
어머니께서 가까이 다가가 도와주려 하셨습니다.
그러자 담벼락 위에 앉아 있던 어미새가 어머니께 날아와
부리로 쪼아대려 하더군요.
공중을 날다가 마당에 떨어져 걸어 다니는 새끼 한 마리를
고양이가 나타나 잡으려고 기회를 였보고 있었나 봅니다.
고양이가 움직이자 어미새가 시끄럽게 울어대더군요.
그 소리에 화답하듯 동무새들이 떼거리로 날아왔습니다.
새들이 한꺼번에 고양이에게 덤벼들자 겁을 먹은 고양이가
변소간으로 도망쳐 숨는 광경에 우린 한참을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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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새 자신만큼 자란 새끼들이 날아 오르는 법을
다 터득했습니다.
마침내 육안으론 어미인지 새끼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새들이 둥지를 버리고 푸른 하늘을 훨훨 날아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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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자기보다 못난 사람으로 길러내고 싶어하는 부모는
한국 땅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니체는 스승보다 못한 제자는 참된 제자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스승과 벗(친구)할 수 없으면 참된 제자가 아니라 한 이도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제자가 그 선생같으면 족하도다>(마10:25)
<무릇 온전케 된 자는 그 선생과 같으리라>(눅6장40절)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 (마5:48) 말씀하셨습니다.
어미새가 새끼를 길러내는 과정은 하늘이 우리를 양육하시는
과정을 보여주는 실물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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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욱 #하늘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