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흰머리독수리 ◇
김민정
카즈벡산 만년설이
한눈에 들어온다
불을 훔쳐 인간에 준
죗값을 치르느라
날마다 간을 쪼아 먹힌
프로메테우스 그림자
고고한 정상에서
날개를 펼쳐 들고
여름 열기 밀어내는
나그네를 풍경 삼아
하얗게 얼은 눈썹을
가끔씩 털고 있다
[시작노트]
조지아 코카서스산맥 카즈벡산은 만년설로,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신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그 벌로 평생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프로메테우스가 묶여 있다는 전설의 산. 내가 본 카즈벡산은 흰 독수리가 날개를 펼친 형상이었다. 어쩌면 나의 일상도 프로메테우스다. 종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혀 밤이 되면 지치고 다음 날 새벽, 새로운 간이 돋아 팔팔하게 살아나는….
[김민정 시조시인 약력]
◇1985년 《시조문학》 창간25주년기념 지상백일장 장원 등단. 성균관대학교 문학박사.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겸 상임이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여성문학회 이사
◇시조집: 『펄펄펄, 꽃잎』 외 13권, 엮음집 『해돋이』 외 4권 ·논문집: 『현대시조의 고향성』 외 1권
수필집: 『사람이 그리운 날엔 기차를 타라』 평설집: 『모든 순간은 꽃이다』 외 1권
수 상: 제14회 한국문협작가상, 제22회 월하시조문학상, 제34회 성균문학상, 제14회 한국여성문학상, 제1회 박양균문학상, 제37회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 외
첫댓글 카즈벡산 만년설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작노트의 글대로 네팔 나라에
사람이 죽으면 강가에 사는 사람은 시체를 잘라서 고기밥이 되게하고
산 가까이 사는 사람이 죽으면 독수리 밥이 되게끔 하여 장례를 지내는
풍습이 있답니다.
흰머리 독수리!
좋은 글에 노래 잘듣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