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탐험_북성중학교

광주북성중학교 제15회 졸업 정의로운 길 걷고자 하는 청소년기의 고민 뚜렷 중학시절 일기를 통해 본 윤상원, 사회봉사 위해 공부 북성중 “우리 학교 출신에 대한 자긍심과 의무감 생겨”   지난 1963년 임곡초등학교를 마친 윤상원 열사는 같은 해 3월 7일 광주북중학교(현 광주북성중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호남의 명문 중학교였던 서중에 떨어지고 2차로 지원한 북중에 진학한 윤 열사는 1966년 제15회 졸업생이다. 광주광역시 북구 금남로 61에 자리한 북성중은 1951년 전남농업중학교에서 광주북중학교로 개편됐고 1970년 현재의 이름인 광주북성중학교로 개명해 올해로 제67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도시공동화 현상으로 학생수가 줄어들어 광주시내 소규모 학교 중 하나로 변모한 북성중은 현재 전교생이 7개 학급에 60여 명 정도로 줄면서 학교 이전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동문회에서는 현재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운영하는 광주 유일의 방송통신중학교가 북성중의 빈 교실을 이용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윤상원 열사가 북성중 출신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는 북성중 김미정 교장은 사실을 듣는 순간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분이 우리 학교 출신이었구나 하는 자긍심과 어떤 의무감 때문이었지요. 우리들은 대학생 때 5·18을 겪었지만 80년을 겪지 않은 아이들과 후배들은 옛날이야기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있어서 우리가 편히 살아가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져 가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김 교장은 “제일 먼저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윤상원 열사가 우리 학교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려야겠습니다. 학생들이 윤 열사가 우리 학교 출신이라는 사실에 자긍심을 갖고 광주정신을 새롭게 바라볼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성중에는 광주지역 중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동창회 사무실이 학교 안에 있다. 그만큼 학교의 오랜 역사와 전통에 대한 동문들의 관심이 크고 졸업생들이 광주 지역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학교에 보관된 윤 열사의 생활기록부에는 ‘온순’하다란 평가가 3년 내내 적혀 있었다. 3학년 때 평가는 ‘용모가 단정하고 언제나 깨끗하게 다닌다. 언행이 명백하여 남에게 좋은 인상을 주나 성적은 전반적으로 고르지 못하다. 노력은 하고 있으나 흔적이 없고 성격 면은 온화한 성품으로 착실하다’는 임인택 담임교사의 자필이 선명하다. 취미·특기는 독서였고, 학생의 희망은 공업고와 일고로 나눠져 있다. 큰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꿈은 크기만 한 것일까. 아버지의 희망은 특이하게도 정치가로 적혀 있다. 1학년 때 지능검사 결과는 아이큐 105로 기록돼 있다. 조선대 출신으로 당시 임곡중 교사로 조카 윤 열사를 귀여워하면서 카메라를 가지고 있던 작은아버지의 영향 탓인지 3학년 때는 특별활동으로 사진반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기재돼 있다. 당시 광산군 임곡면 천동마을 집에서 학교까지 가려면 황룡강변에 있었던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비아를 거쳐 국도 1호선을 따라 임동까지 통학했다. 여동생 윤정희(64) 씨는 “처음에 오빠가 중학교에 입학한 당시에는 1년여 동안 하숙을 했는데 하숙비로 1년에 쌀 7가마니를 갖다줬다”고 회상했다. 2학년 8월부터 자취를 시작했다. 당시 윤 열사는 일기에 ‘이제부터 자취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갑갑하다’고 적었다. 오빠에게 쌀과 김치 등을 보내는 심부름은 여동생 윤 씨의 몫이었다. 겨울방학 때는 할머니를 따라와 임동의 오빠 자취방에서 함께 지냈다. 자취하면서부터는 오빠가 힘들었는지 고향 집에도 잘 안왔던 것 같다. 윤 열사의 자취방은 북성중 앞 금남로 도로 건너편의 심한의원(韓醫院) 옆 골목에 있었다. 윤 열사는 떠났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한의원 상호를 바라보는 여동생의 눈에는 감회가 새롭다.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광주에서 자취생활을 하며 공부하던 당시 윤 열사 역시 학업과 삶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중학교 3학년 때인 1965년 5월 16일 일기에는 학업과 삶의 진로에 대한 윤 열사의 생각을 더듬어 볼만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내가 무엇 때문에 공부를 하는지? 왜 공부를 잘해야 하는지? 몇 번이나 생각해 봐도 나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판단을 못 얻었다. 나는 그것보다도 인간생활을 하는 데에 필요한 사회지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의 만족을 위해서 공부를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사회에 봉사할 수 있고 보람 있는 생애를 마치는 것이 더 훌륭하지 않을까?” 당시는 3·15부정선거, 4·19학생운동, 5·16쿠데타 등 정치적 상황에 중고등학생만 해도 사회변혁에 민감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학업을 통한 개인적 출세와 사회적 책무에 대해 고민했을 당시 학생들의 고민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학교생활을 할 것인가? 나는 나의 길을 어떻게 밟을 것인가? 모든 것이 나의 머릿속에 주어진 과제들이다. 오늘도 책상머리에 앉아 생각하느라고 어느덧 시간을 많이 보냈구나!” 청소년기에 가졌을 법한 학업의 이유를 찾는 모습과 자신을 다잡는 모습은 윤 열사의 온순하면서도 정의롭고 옳은 길을 걷겠다는 순수한 꿈은 이미 청소년기에 정립된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