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蛙 개구리
滿塘芳草綠萋萋
연못에는 방초가 가득히 푸르고 무성한데
短吹長吟響一齊
짧게 불고 길게 뽑는 소리 일제히 울리네.
蜀都妄大公孫井
촉성에 망자존대는 공손술의 우물 개구리 1)
晉竈遂沉替伯墟
부엌에 개구리 깔 때 지백을 쳐부순 흔적. 2)
惹雨同聲溪欲活
비를 야기하는 소리에 시냇물 콸콸거리고 3)
伺昏閙起月初低
어두워지면 시끄럽게 굴어 달도 가라앉네.
滔滔不與鵬鶁處
도도해서 붕새 경새도 함께 하지 않는 곳 4)
野瀆山溝總爾捿
들과 산의 도랑은 모두가 너희 살 데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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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촉도망대공손정(蜀都妄大公孫井): 촉도(蜀都)는 지금의 사천성(四川省) 일대인 촉(蜀)의 도성이란 말이고 망대(妄大)는 망자존대(妄自尊大)의 줄임말인데, 앞뒤 가릴 것 없이 함부로 잘난 체함을 뜻한다. 공손정(公孫井)은 공손술(公孫述)이 말한 우물[井] 곧 정저와(井底蛙),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말이다. 이 이야기는 후한서(後漢書 馬援傳)에 나온다. 촉(蜀) 지방에서 황제가 된 공손술을 가서 만나본 마원(馬援)이 평가하기를 공손술은 스스로 망자존대함이 우물 안의 개구리와 같다고 했다.
2) 진조수침체백(晉竈遂沉替伯): 진조(晉竈)는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 시대 진(晉)나라의 부엌이고 수침(遂沉)은 물에 빠지게 됨에 따른다는 말이며, 체백(替伯)은 역시 그 때에 지백(智伯)이 망했다는 말을 함축한 표현이다. 침조산와(沉竈産蛙)라는 고사(故事)로 이 시에서 개구리 이야기를 수식함인데, 진나라에 지(智), 한(韓), 위(魏) 연합세력이 홍수를 이용하고 강물의 제방을 뚫어서 진(晉)의 수도 진양을 오래 물바다로 만들자 부엌에 물이 다 차서 개구리가 알을 낳고 올챙이가 생겨났을 정도로 수재(水災)가 심각했다는 것이다. 그런 중에도 수세에 몰린 조양자(趙襄子)는 사람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지백(智伯)을 쳐부수었던 역사가 전국책(戰國策 趙策)에 나온다.
3) 야우동성(惹雨同聲): 비를 야기(惹起)하는 그 같은 소리라는 표현으로 이는 개구리 소리를 말한다. 필시 시인은 여기서 청개구리 전설을 의미하는 것 같다.
4) 붕경(鵬鶁): 붕새와 경새. 붕새는 전설에 수 천리나 되는 길이에 하루에 구만리를 난다는 상상의 새이며, 경새는 고대에 남방에 살았다는 노란 머리에 빨간 눈을 지니고 다섯 색깔의 깃을 지닌 새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