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종족의 괴물은 머리부터 허리까지는 사람이고, 나머지는 말처럼 생긴 동물이었다고 한다. 고대인들은 말을 몹시 좋아했기 때문에, 말의 성질이 인간의 성질과 결합되어 있어도 이를 퇴화한 복합물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따라서 켄타우로스는 고대의 공상적 괴물 가운데서도 긍정적인 특성을 부여받은 유일한 괴물이었다. 켄타우로스에게는 인간과의 사귐도 허용되어 있었다.
그래서 페이리토스와 히포다메이아가 결혼식을 올렸을 때도 다른 손님들과 다름없이 초대를 받았다. 그러나 혼인 잔치가 한창 무르익을 즈음 켄타우로스 족의 하나인 에우뤼티온이 술엔 크게 취하여 신부를 폭행하려 했다. 그뿐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다른 켄타우로스들이 이 에우뤼티온과 같은 짓을 하는 바람에 무서운 싸움이 벌어져 켄타우로스 몇몇이 살해당할 정도로 싸움이 커졌다. 이것이 저 유명한 라피테스 족과 켄타우로스 족간의 패싸움으로, 고대의 조각가나 시인들은 이를 즐겨 작품의 제재로 다룬 바 있다.
그러나 켄타로우스 족이라고 해서 모두가 페이리토스의 난폭한 결혼 하객 같았던 것은 아니다. 케이론이라는 켄타우로스는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로부터 교육을 받았는데 이 때문에 사냥, 의술, 음악, 예언술에 도통해 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름난 영웅들은 거의가 이 케이론의 제자들이었다.2)
특히 아스클레피오스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아폴론의 손에 이끌려 와 이 케이론에게 맡겨진 바 있다. 이 철학자 케이론이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자, 딸 오키로에가 나와 아버지를 맞이하다가 아이를 보자마자 예언자 말투로(오키로에는 진짜 예언자였다) 장차 그 아이가 얻을 눈부신 영광을 예언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장성하자 유명한 의사가 되었는데, 언젠가는 갓 죽은 사람을 살려 놓은 적도 있다. 그러니 하데스가 이를 곱게 보았을 리 없었다.
하데스는 제우스에게 이를 탄원했고, 제우스는 하데스의 탄원을 받아들여 이 대담한 의사를 벼락으로 때려 죽였다. 그러나 죽인 뒤에는 그를 신들의 반열에 넣어 주었다.
케이론은 켄타우로스 가운데서도 가장 슬기롭고 공정했다. 케이론이 죽자 제우스는 그를 인마궁3)(人馬宮)이라는 별자리로 박아 주었다.
아킬레우스에게 수금 타는 법을 가르치는 현자 케이론.
케이론은 박학다식한 스승이어서 의술(醫術)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에게는
의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18세기, P. 바토니의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