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에게 사과가 빨간색이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또는 청각장애인에게 비발디의 사계가 주는 감동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어찌어찌 해서 간신히 설명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설명이 근본적인 것이 될 수 없음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다.
하나님의 나라를 설명하는 것은 바로 시각장애인에게 색상을, 청각장애인에게 소리를 설명하는 것과 같다. 그 말은 논리나 감성을 통한 섦영으로 누군가를 구원에 이르게 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아무리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논거를 제시한다 할지라도 인간에게 하나님의 나라를 근본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인간의 말이 갖는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인간이 타락으로 인해서 영적인 감각을 전면적으로 잃었기 때문이다. 즉 타락한 인간은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존재가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소위 '전도'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불신자에게 전달할 때 그가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중생할 수 있는가?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은혜 때문이다. 전달하는 말씀을 이해하고 신뢰하게 하는 눈을 뜨게 하시고, 귀를 열게 하시고, 감각을 살려주시고, 지혜를 열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을 때에만 전달받은 말씀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즉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계시고 운동력이 없다면 전도가 모두 허사가 되는 것이다.
전도를 해도 회심하는 사람이 없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직 말씀이 활동하실 때가 이르지 않았기 때문이고, 전도만 하면 교회에 참석하는 자가 늘어나는 것을 자랑할 필요가 없는 것은 그에게 성령님의 은사가 부어졌기 때문이다. 잠깐의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꾿꾿이 말씀을 전하는 것만이 성도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