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의 먹을거리로 배고픔 면하는 법
임진왜란을 전후하여 우리나라의 식량사정은 그다지 넉넉하지 못했다. 그러니 잘 먹기보다는 굶주림을 해결하는 일이 백성들에게는 현실적인 문제였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기 보이는 ‘구황벽곡방(救荒穀方)’은 최소의 먹을거리로 기근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하고 있다. ‘의림촬요’의 얘기를 들어보자.
곡식을 먹는 것은 사는 데 필요한 것이다. 며칠 동안 곡식이 떨어지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흉년이 들면 길가에 굶어죽은 사람이 생기는데 슬픈 일이다. 이제 여기에 하기 쉬운 방법을 대략 써놓는다.
굶어죽은 시체가 길거리에 나뒹굴 수 있는 그 끔찍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기술하고 있다. 오늘날 식량사정이 어려워 중국으로 끊임없이 탈출하던 북한 주민의 사정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을 감안하면 당시 상황이 어떠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의림촬요’는 ‘연진법(嚥津法)’과 ‘복육천기법(服六天氣法)’을 소개하고 있다. ‘연진법’은 침을 삼키는 법이며, 복육천기법은 천기(天氣)의 여섯 가지 기운을 먹는 법이다. 이는 비만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응용할 수도 있지만, 단식요법과 호흡수련법으로도 응용해볼 만하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
매일 360번 침 삼킨다
굶어서 죽게 된 때에는 입을 다물고 혀로 아래위 이(齒)를 핥아 침을 삼킨다. 하루 360번 삼키면 좋다. 점차 버릇이 되면 1000번을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면 자연히 배고픈 줄 모른다. 3∼5일 되면 다소 피곤하나 이때를 지나면 몸이 점점 가벼워지고 힘이 난다.
이러한 연진법으로 곡기를 끊고 생활한다면 식량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으나, 오늘날에는 그런 쪽에서보다는 무절제한 식습관을 바로잡는다는 의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름진 음식의 과도한 섭취와 각종 화학조미료를 첨가한 인스턴트 식품에 찌든 현대인에게는 어느 정도 정화(精華)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러한 장치로 오늘날 여러 운동법이 발달해 있지만, 요양을 위한 시간이 한가롭게 허락되지 않는 도시인에게 며칠은 권해볼 만하다.
하늘 기운을 들이마신다
하늘의 육기(六天氣)를 먹으면 배고프지 않다. 사람이 급하고 어려운 일로 길이 막히고 인적이 끊어진 곳에 갔을 때 거북이나 뱀처럼 기(氣)를 먹으면 죽지 않는다. ‘능양자명경(陵陽子明經)’에 이르기를 “봄에는 아침노을을 먹으며 해뜰 무렵 동쪽의 기운으로 향한다. 여름에는 한낮의 양기(陽氣)를 먹으며 남쪽의 일중(日中)하는 기운으로 향한다. 가을에는 비천(飛泉, 폭포나 세차게 솟아오르는 샘)을 먹으며 해질 무렵 서쪽의 기운으로 향한다. 겨울에는 항해(沆瀣, 밤의 맑은 이슬)를 먹으며 북쪽 한밤중의 기운으로 향한다. 여기에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을 합하면 이것이 육기(六氣)가 되는데, 모두 사람으로 하여금 배고프지 않게 하고 수명을 연장하며 질병에 걸리지 않게 한다”고 하였다.
자연의 기운을 몸으로 느끼고 살던 옛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방법이 쉬웠는지도 모른다. ‘능양자명경’에 있는 이러한 방법을 소개한 양예수 자신도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장하기는 쉽지 않았던지 손사막(孫思邈)의 ‘천금방(千金方)’(중국 진한 이후 당대 초기까지의 의학적 성과를 총괄하여 계통적으로 반영한 당나라 때의 의서. 사람의 목숨은 천금처럼 중하여 ‘천금방’이라 하였음)을 인용하고 있는데 그 방법이 범상치는 않아 보인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굴 속에 떨어졌는데 그 속에 뱀이 있어서 매일 이 기운(六天氣)을 일으켜 먹고 있었다. 그 사람이 뱀을 따라 때때로 배가 고플 때마다 이렇게 하였다. 매일 하였더니 점차 효험이 있어 몸이 가볍게 들렸다. 경칩(驚蟄)이 지난 뒤 사람과 뱀이 동시에 뛰어나왔다.
‘단곡불기’는 곡기를 끊어도 배고프지 않다는 말이고 ‘단곡불기약(斷穀不飢藥)’은 먹지 않고도 배고프지 않을 수 있는 약을 말한다. 식량이 부족하던 시대니 오곡(五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았을 것은 뻔한 일이다. 식량사정이 좋지 않은 때에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굶주린 백성을 위해 더없이 다행한 일일 것이다.
이러한 대체식품을 구황작물(救荒作物)이라 하는데 ‘의림촬요’는 꽤 많은 것을 예로 들고 있다. 양예수는 국가적 사업의 측면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도 인체에 유익한 것을 골라냈던 것이다. 하지만 구황작물로 이를 권고하려면 그럴듯한 명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그가 자주 쓰는 인용법이 등장한다. 간혹 오늘날 다소 믿을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실제로 이러한 약들이 직접적인 처방에 응용되는 약물이라는 점에서 그 효능을 평가할 수 있다.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좋은 정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