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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 끝난 레스토랑에서 가벼운 송별회가 열렸다. 반년 남짓한 시간을 함께 일하며 다들 제법 정이 든 모양인지 알바생들이 떠나는 걸 아쉬워했다. 한두 명만 가던 때와 달리 여섯 명이 한 번에 우르르 빠져나가니 어지간히 아쉬운 모양인지 자체적으로 송별회까지 준비했다. 장소를 고민하는 걸 우연히 엿들었다. 레스토랑에서 해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누구보다 기뻐하던 직원들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했다. 평소보다 이르게 영업을 끝내고 송별회를 준비했다.
여섯 명. 그 중 두 명은 지난 달 말에 바로 그만뒀다. 사장님 저희 여행가요! 따로 사장실에 불러 십만 원씩 얹어줬다. 용돈. 퇴직금이라 칭하기엔 적은 금액이었다. 월급은 통장으로 보냈고, 그건 그냥 용돈. 웃으며 건넨 말에 감사하다며 허리를 꾸벅 숙이던 어린 얼굴들을 기억한다. 어디로 여행 가요? 묻는 말에 한 달 동안 유럽 여행을 다녀올 거라며 신나게 늘어놓던 걸 가만히 들어줬다. 소매치기 조심하고. 건넨 말에 제법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었지. 유쾌한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네 명은 알바가 구해지지 않는다는 핑계로 오늘까지 붙잡아 뒀다. 마침 알바생들도 아직 시험기간도 아니라며 다행히 오늘까지 함께 해줬다. 장난스럽게 말을 꺼내긴 했으나 알바가 구해지지 않는 건 사실이었다. 정확히는 매주 면접을 봤으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다. 오십 명 가량의 면접자들을 모두 만나본 찬열은 고민 끝에 인터넷에 올렸던 글을 잠시 내렸다. 마침 주방 직원도 한 명 더 뽑고 싶다는 셰프의 말이 생각나 조만간 매니저와 셰프를 불러 회의를 할 생각이었다.
“자주 놀러올게요!”
적당히 분위기를 살피던 찬열이 몸을 일으켰다. 느슨하게 풀어뒀던 넥타이를 바로 매며 주머니에 넣어뒀던 봉투를 꺼냈다. 오늘까지 일한 건 통장으로 보냈고, 이건 용돈. 웃으며 봉투를 건네면 금세 들뜬 얼굴로 저를 보는 게 느껴졌다.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한 청춘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네 명의 남녀가 재빨리 몸을 돌려 봉투를 열어본다. 요즘 애들은 참 솔직하다. 여행을 간다고 했나, 학비를 댄다고 했나.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장님 너무 잘생기셨어요. 가는 마당에 느닷없이 고백을 해온다. 저 사실 블로그에 여기 사장님이 잘생겼다고 해서 이력서 넣었던 건데. 조잘조잘 떠드는 목소리에 뒤에서 웃음이 터졌다. 함께 웃은 찬열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했고, 졸업하고 취업 할 곳 없으면 다시 오고. 웃으며 건넨 말에 환하게 웃는 청춘들을 보다 몸을 돌렸다.
“먼저 들어가 볼 테니까 뒷정리 부탁합니다.”
웃으며 말을 건넨 찬열이 걸음을 옮겼다. 사장님 들어가세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가볍게 손을 들어 보였다. 기분 좋은 소란함이 점점 아득해졌다. 매니저가 남아있으니 뒷정리는 따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문제였다. 맘 편히 건물을 빠져나왔다.
시동을 걸었다. 가만히 핸들을 잡고 있던 찬열이 핸드폰을 꺼냈다. 액정에 찍힌 날짜를 보다 조수석에 핸드폰을 던지듯 내려놨다. 아이의 말대로라면 시험은 이미 지난주에 끝났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본사에 찾아가 아버지를 대신해 미팅을 나가기도 하고, 서류를 검토하기도 했다. 셰프가 녹화나 출장 때문에 자리를 비운 날이면 대신 들어가 주방을 지휘하기도 했다. 직접 요리를 한 건 말할 것도 없다. 꾸역꾸역 흘러가는 시간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 시간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아마 주방 직원들이었을 거다. 사장이 주방에 내려와 직접 요리도 하고 지휘도 하고. 내색도 못하고 가장 끔찍한 시간을 보냈을 테다. 그걸 알면서도 출입을 멈출 수 없었다. 생각을 분산시키기 위한 행동들이었다. 팬을 돌리고 칼로 도마를 두드리는 동안은 그나마 생각을 접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가 말한 ‘다다담주’가 모두 지나니 별의 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던 지난 주말, 찬열은 아이의 목소리 대신 핸드폰이 꺼져있다는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시험이 안 끝났나?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으나 그러기에는 아이가 시험 날짜를 지나치게 강조했었다. 그 날이 지나면 바로 연락할 것처럼 해놓고 여전히 조용한 건 어이가 없다 못해 화가 날 정도였다. 무슨 일이 있나. 잠깐 그런 걱정도 했었다. 그것도 아니면, 이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휘휘 고개를 저은 찬열이 다시 핸들을 바로잡았다.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도로에 나왔다. 꼬리잡기를 하는 것 마냥 어룽진 불빛이 길게 늘어졌다. 신호를 확인한 찬열이 천천히 차를 멈춰 세웠다.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적적함을 견디지 못하고 라디오를 틀었다. 마침 곡 소개가 끝났다. 다정한 DJ의 목소리를 들으며 신호를 확인했다. 숨을 늘어뜨리며 차를 몰았다.
아이 없이 보낸 지 한 달이 넘었다. 그리고 오늘은, 목요일이었다.
런치 타임이 끝날 때 즈음에 느긋하게 출근을 했다. 사장님 오셨어요. 테이블을 정리하던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줬다. 셰프 있죠? 묻는 목소리에 마침 주방에서 나오던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매니저님이랑 셰프 둘 다 방으로 불러줘요. 웃으며 말을 건넨 찬열이 몸을 돌렸다. 대걸레를 들고 나오던 직원에게 손 인사를 했다.
재킷을 벗었다. 셔츠 소매를 걷는데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네. 가벼운 대답 뒤로 문이 열렸다. 매니저와 셰프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소파를 가리켰다. 주방도 직원 뽑아야 된다고요? 서랍에 넣어뒀던 서류를 꺼내며 자리에 앉았다. 네, 전채 파트에 하나 뽑아야 될 것 같아요. 제법 진지한 얼굴로 답해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홀에 여섯 명 다 채우는 건 좀 힘들 것 같은데. 웃으며 매니저를 쳐다봤다. 네, 괜찮습니다. 돌아온 대답에 찬열이 서류를 넘겼다.
회의가 한창 진행되던 때였다. 적어도 3개월 이상은 일할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며 열변을 토하던 매니저도, 자격증 여부와 보조 경력을 꼭 기재해야 될 것 같다던 셰프도, 두 남자의 얘기를 경청하고 있던 찬열도. 요란하게 울리는 진동 소리에 귀를 세웠다.
“저는 일하는 중에 핸드폰 그딴 거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혹시 사장 앞에서 불똥이 튈까 싶어 얼른 발을 빼는 매니저.
“청결이 중요한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이 핸드폰이라뇨.”
그에 질 새라 냉큼 말을 덧붙이는 셰프. 그 말에 찬열이 몸을 일으켰다. 그런 제 건가 보네요. 옷걸이에 걸어뒀던 재킷을 들었다.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냈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애썼던 두 사람의 표정이 순식간에 낭패로 물들었다. 메시지를 확인했다. 어? 찬열은 저도 모르게 그런 소리를 냈다. 차마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지도 못하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두 남자를 일별했다. 아저씨저반에서일등해써요! 전교7등! 럭키세븐! 오늘성적표나와써요! 자리로 돌아갈 생각도 않고 다시 한 번 메시지를 확인했다. 아무리 봐도 애새끼한테 온 메시지였다. 이어서 도착한 사진을 눌렀다. 성적표였다. 진짜 일 등 했네. 사진을 끈 찬열이 다시 메시지를 쳐다봤다. 그새 뭘 또 보내 놨다.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아저씨우리오늘만날수있어요?
울엄빠오늘같이놀러가써요!
그래서저외박두돼요저번처럼막집에빨리안가두돼요!
다닥다닥 붙은 글자들을 겨우 해석했다. 엄빠. 이게 뭔 소린가 또 한참을 봤다. 엄빠. 뒤늦게 엄마와 아빠의 줄임말이라는 걸 눈치 챘다. 웃음이 났다. 출처 모를 말을 쓰는 것도, 띄어쓰기 없이 문장을 찍어 보내는 것도, 모든 것이 한 달 전과 같았다. 의심할 여지도 없이 애새끼가 보낸 메시지다.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아가리가 주체가 안 되네. 억지로 입을 다물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온 찬열이 화면을 죽였다. 제 주변에 고등학생이 있을 리 만무했다. 시험기간이라는 애새끼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실체를 확인하자니 애새끼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한 달을 보냈는데 연락이 왔다. 일 등 했다고. 성적표 인증샷까지 함께.
“사장님?”
“요즘 고등학생이 반에서 일 등 하는 게 어렵나요?”
매니저와 셰프가 무슨 개소리냐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봤다. 쉽지는 않겠죠? 겨우 답하는 매니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전교 7등도 쉬운 건 아니겠네요?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그래도 확인하고 싶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셰프를 본다. 찬열이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저, 사장님? 저를 부르는 목소리를 향해 대충 손을 들어보였다. 집에 일이 생겨서. 방금 전까지 고딩 얘기 꺼냈던 주제에 집에 일이 생겼다는 구라가 잘도 나왔다. 다음에 다시 회의합시다. 말을 마친 찬열이 차 키를 들었다. 안 나가요? 멀뚱멀뚱 앉아있던 두 남자를 향해 웃음 지었다. 얼른 몸을 일으킨 매니저와 셰프가 방을 빠져나갔다.
건물 뒤에 위치한 제 전용 주차장으로 향하며 핸드폰을 꺼냈다. 오늘 만날까? 문장을 찍어 보냈다. 헐아찌짱이다저지금학교끝낫는데딱와써! 바로 도착한 답장을 보며 차에 올랐다. 우리오늘만나요? 시동을 걸었다. 잠시 고민하던 찬열이 손을 움직였다. 만날까. 가볍게 문장을 찍어 보냈다. 네네만나요만나요아저씨보고시퍼요! 눈 한 번 깜빡였을 뿐인데 답장이 도착했다. 웃으며 핸들을 잡았다. 학교 어디야. 메시지를 보내면 바로 읽었다는 표시가 떴다. 말풍선 안에 담긴 학교명을 네비에 입력했다. 주소가 입력됐다. 빠르게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연락을 왜 안 하는 걸까. 이제 그만 만나고 싶은 걸까.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고민했던 시간을 무색하게 만드는 발랄함이다.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보고 싶었냐고? 아냐, 유치해. 시험 잘 봤냐고? 아냐, 잘 본 거 확인했잖아. 물어보고 싶은 게 아주 많은데 우선순위를 모르겠어. 이것도 물어보고 싶고 저것도 물어보고 싶어. 하지만 역시 지난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가 제일 궁금하기는 해. 그나저나 요즘 애들은 시험 끝나면 뭐 먹지? 도로를 달리는 내내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학교 앞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없었다. 여기가 아닌가. 네비에 입력된 주소와 교문 옆에 찍힌 이름을 맞춰본 찬열이 살살 핸들을 움직였다. 교문 너머로 보이는 운동장이 조용했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핸드폰을 들었다. 아이의 이름을 찾아 통화 버튼을 누르려던 찬열이 손을 내렸다. 다시 핸들을 잡고 살살 차를 움직였다. 편의점 앞에 앉아있는 아이는 제 눈이 돌아버린 게 아닌 이상 분명 백현이 맞았다. 가볍게 클랙슨을 울렸다. 청승맞게 쪼그리고 앉아있던 백현이 고개를 들었다. 아저씨! 창문을 내리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가 오랜만이었다. 아이가 몸을 일으켰다.
“왜 안 와?”
슬쩍 고개를 숙여 묻자 아이가 코를 훌쩍였다. 잠깐만요! 크게 소리친 아이가 입을 오물거리며 다리를 주물렀다. 땡! 해맑게 소리친 아이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기막힌 장면이다. 뭐하는 짓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조수석에 자리를 잡은 아이가 가방을 품에 안았다. 앉아있었더니 쥐나서요. 중얼거리며 벨트를 매는 모습을 가만히 쳐다봤다. 쉽게 다가오지 않던 이유는 딱 아이다웠다. 단박에 납득 가득한 이유였다. 창문을 올렸다.
그나저나 교복 입고 보는 건 처음이네. 다시 도로로 나온 찬열이 아이를 힐끔거렸다. 아이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있었다. 저 진짜 아저씨 보고 싶었어요, 근데 이번에 시험 진짜 잘 본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성적표 나오면 연락하려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완전 잘했죠. 감기라도 걸린 건지 코를 훌쩍이며 쫑알쫑알 말을 잇는다. 그러게. 대충 답한 찬열이 손을 뻗었다. 선선하다 못해 쌀쌀하기까지 한 날씨였다. 히터 바람을 확인하고 손을 내렸다.
“아저씨랑 옷 맞춰 입은 거 같다.”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웃음이 났다. 정장이랑 교복이랑 같아 보일 나인가? 전혀 아닌데. 어깨를 으쓱인 찬열이 아이를 곁눈질했다. 교복이 제법 잘 어울린다. 집에 가서 옷이라도 갈아입고 나올 줄 알았는데. 만나자마자 이렇게 귀여우면 참을 수가 없잖아. 애초에 오늘은 맛있는 거나 좀 사 먹이고 보내려고 했는데.
“아저씨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물어오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핸들을 꺾었다. 학교 주변에 모텔이 있을 리 만무했다. 돌아오지 않는 답에 심통이 난 건지, 아이는 더 이상 아무 것도 물어오지 않았다. 마음이 급하니 그 흔한 모텔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한참을 달렸다. 낯익은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모텔? 호텔? 고민하는 것조차 사치였다. 익숙한 골목길에 들어섰다. 막막한 건물 회벽이 눈에 들어왔다. 시동을 껐다. 제게 있어 가장 안전하고 또 익숙한 곳이었다. 건물 뒤는 와본 적 없는 아이가 막막한 회벽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기가 어디에요? 묻는 걸 무시하고 급하게 어깨를 잡았다. 아이의 품에 안겨 있던 가방을 잡아 뒤에 내려놨다. 든 것도 없으면서 가방은 왜 들고 다녀. 가벼운 무게에 절로 웃음이 났다. 창밖으로 보이는 건물을 쳐다봤다. 지금 즈음이면 디너 타임으로 바쁠 때였다. 미친 게 아닌 이상 이 시간에, 그것도 제 전용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건물 뒤에 나올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만약, 누군가 나온다면? 생각하며 아이의 입술을 삼켰다.
“아저, 아저씨…….”
들키면 들키는 거지, 뭐.
“저 땀, 땀났는데.”
아니면 사직서 낼래, 닥칠래, 협박이라도 할까. 제 가슴팍을 밀어내려 애쓰는 몸짓을 붙잡았다. 아이의 교복 바지에 손을 댔다. 벨트를 풀었다. 헐렁해진 바지 틈으로 손을 넣었다. 아직 발기하지 않은 페니스를 잡고 위아래로 천천히 쓸었다. 왜 연락 안 했어. 조수석을 뒤로 뺐다. 넉넉한 빈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며 아이의 바지를 벗겼다. 시트를 뒤로 젖혔다. 지이잉. 소리를 내며 시트가 느리게 내려갔다. 요즘 차는 이게 마음에 안 든다. 레버 당기면 한 번에 휙, 넘어가는 게 좋다고. 느리게 내려가는 시트에 조바심이 일었다. 씨발. 결국 참지 못하고 욕을 씹은 찬열이 다시 아이의 입술을 삼켰다.
굳이 다 벗을 필요는 없는데. 아이는 서툴게 혀를 움직이며 발을 꼼질거렸다. 바지가 바닥에 떨어졌다. 경험이 없어 아직 만사에 서툴다는 걸 가끔 이렇게 실감한다. 차에서 끝까지 할 생각은 없는데. 웃으며 백현의 다리를 들어 올렸다. 한 달. 자그마치 한 달이다. 아이의 입 속에 손가락을 넣고 굴렸다. 부드러운 혀가 제 손에 감기려 하면 일부러 다른 곳을 찔렀다. 제 손가락을 쫓아 부지런히 움직이는 혀를 본다. 침으로 질척해진 손가락을 뺐다.
“하고 싶었어?”
다시 페니스를 잡으며 묻자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침을 꼴깍 삼키며 답해온다. 아저씨 너무, 보고 싶, 어서……. 오물거리는 아이의 입술을 물었다. 그랬어? 꺼덕거리기 시작한 페니스를 위아래로 흔들며 되물었다. 고개를 끄덕인 백현이 숨을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으응, 읏. 제 팔을 잡아온다. 아이와 눈을 마주한 채로 페니스를 흔들었다. 서툴게 손을 움직인 아이가 제 바지 위에 손을 댔다. 아저씨두, 섰다. 그죠. 흥분에 겨워 숨을 헐떡거리며 물어온다. 이런 건 또 어디서 배웠어. 제 바지 위를 슬슬 쓰다듬는 손길에 이마를 맞대며 물었다. 으응, 응, 흑. 보나마자 공부하겠다며 본 동영상에서 배운 행동들일 테다. 일부러 손을 더 빨리 움직였다. 백현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렸다. 제 페니스 위를 더듬던 손이 툭 떨어졌다.
페니스를 쥐고 흔들던 손을 빨리 했다. 아이의 눈 꼬리를 타고 눈물이 흘렀다. 좋아요, 아저씨, 좋아요. 꾸밈없이 솔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일부러 손을 느리게 흔들며 귀두를 매만지면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빨리, 빨리이, 아저씨, 제발요. 저를 붙잡고 사정하는 목소리에 웃음이 났다.
“모텔? 호텔?”
귀두를 슬슬 문지르며 물으면 아이가 두 눈을 힘겹게 들어올렸다. 숨을 헐떡이던 아이가 침을 삼켰다. 아무, 데나……. 답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자극에 약한 몸이 쉽게 반응했다. 몸을 움찔거리던 아이가 기어이 제 손에 사정했다. 오늘은 정말 밥만 먹여서 보내려고 했어, 원래 계획은 그랬다고. 뒷좌석에 굴러다니던 휴지를 들었다. 길거리에서 받은 휴지가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다. 손에 묻은 정액을 닦아냈다. 아이의 페니스도 닦아준 찬열이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숨을 헐떡이는 아이에게 바지를 가리켰다. 옷 입고. 건넨 말에 백현이 주섬주섬 바지를 챙겨 입었다. 팔을 들어 눈물을 닦아낸다.
원래는 정말 밥만 먹여서 보내려고 했는데. 나중에 시험 잘 본 거 축하한다는 말이나 슬쩍 건네려고 했다고. 핸들을 잡은 찬열이 빠르게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차 안에 비릿한 냄새가 났다. 이딴 냄새가 차에서 나는 건 정말 내 취향이 아니었는데. 그래서 카 섹스는 웬만하면 자제하던 성격이었는데 내가 너 때문에 정말, 별 짓을. 입술을 깨물며 길을 빠져나왔다. 능숙하게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일전에도 아이와 함께 온 적이 있던 모텔이었다.
키를 받자마자 아이를 잡아끌었다. 저녁이나 내일 아침에 나가서 옷을 좀 사 입힐까? 아무래도 정장과 교복은 좀. 교복 입고 밥 먹으러 가는 것도 웃길 것 같아. 이 근처엔 밤에도 문 여는 곳 많으니까 천천히 해도 되겠지.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지갑을 주머니에 넣었다. 가방은 언제 또 들고 내렸어. 묻는 말에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아까 아저씨 기다리면서 콘돔이랑 과라나 다시 샀는데…….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웃음이 터졌다. 그랬어? 물으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빠르게 문을 열었고, 카드를 꽂았다. 센서가 작동했다. 아이의 팔을 잡았다. 아이의 품에 안겨있던 가방이 바닥에 떨어졌다. 아저씨, 과라나……. 어김없이 눈깔귀신을 찾는다. 칭얼거리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침대에 아이를 눕혔다. 마주친 시선에 백현이 침을 삼켰다. 솔직한 어린아이의 두 눈에 기대감이 어렸다. 나른히 눈을 깜빡이던 찬열이 고개를 내렸다. 아이의 눈이 감겼다. 입술이 맞물렸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공명했다. 나는 그 동안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아주 많았는데. 그러나 그런 고민들은 제 팔을 잡아오는 아이의 손길에 의해 휘발되고 말았다. 짓눌린 숨이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