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
1. 델리, 처음으로 사기를 당하다.
유럽여행을 마치고 인도의 수도 델리에 도착했다. 오랜 비행으로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자 노력했다. 각종 가이드북과 여행까페에서 자나깨나 사기를 조심하라는 충고에 처음 인도에 발을 디딘 나로써는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인도의 여행자거리인 빠하르간즈를 한걸음 땔 때마다 상인들과 사기꾼들이 들러붙어 말을 건다. 나는 절대 넘어가지 않으리라! 굳게 마음을 먹으며 그들을 무시한 채 계속 걸었다. 그러다 내 눈에 포착된 것이 바로 서양 여행자의 팔뚝을 가득 메운 헤나문신이었으니! “인도 여행의 로망, 헤나정도는 해줘야지”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그래서 헤나를 하는 곳을 찾느라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데 이런 어리숙한 초보 여행자를 이때가 기회인듯 호객을 하기 시작하는 인도인들.
“헤나 하는데 단돈 100루피(한국돈으로 2000원)야. 이리와~”
“뭐? 고작 100루피밖에 안해? 정말 다해서 그 가격이야?”
관심을 보이는 나를 그대로 끌고가 좌판에 앉히곤 각종 헤나 문양이 담긴 앨범을 보여주며 고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가장 예뻐 보이는 문양을 고른 뒤 팔을 맡겼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사진상으로는 한 뼘 정도밖에 안 되는 문양을 두뼘, 세뼘 그려가더니 결국 팔뚝까지 꽉 채우는 것이다. 게다가 문양도 골랐던 것을 그리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만해달라고 말했지만 왠 일인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그려나가는 인도인. 이상하게 생각이 되어 앨범 앞부분을 펼쳐봤더니! 헉! 1인치에 100루피?? 당장 헤나를 중지 시키고 얼마냐고 물어봤다니 인도인은 좋다고 계산기를 두드려댄다. 그리곤 해맑게 웃으며
“총 2000루피야~(한국돈으로 40000원)”
오마이갓. 인도 물가와 비교했을 때 절대 나올 수 없는 가격이었다. 서민들의 아침식사 뿌리 한 장에 3루피(60원)인 걸 감안하면 인도인이 나에게 부른 가격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결국 난 그 자리에서 팔팔 날뛰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따져서 400루피까지 깎았다. 마지막까지 인도인은 넌 정말 헤나 운 좋게 싸게 한 거라며 못을 밖았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발끝부터 무릎까지 헤나를 하는데 고작 100루피라고한다. 그리고 내가 당한 것은 여행자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헤나 인치 사기”였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얼마나 열불이 나던지. 하지만 다른 여행자들이 당한 각종 기상천외한 사기에 비하면 내 경험은 그저 바가지에 불과하다고 자위하며 인도 여행의 첫 발걸음을 떼었다. 인도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부딪혔던 건 아무래도 그들의 들킬 것이 뻔한 거짓말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런 인도인들의 거짓말을 이해하기 힘들었고 여행 내내 거짓말때문에 울화통이 치밀었던 적도 많았다. 그리고 각종 여행 서적 및 에세이에서 인도가 많이 미화되었음도 느꼈다. 내가 생각했던 인도인들을 물질을 밝히지 않고 순박하고 여유로울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직접 본 인도는 어느 곳보다도 치열한 삶이 현장이었고 욕심 가득한 사람들도 많았다. 어느 책에서는 인도인들이 거짓말을 잘하고 돈을 밝히는 이유는 그들의 종교(힌두교)에는 윤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단지 윤리가 빠진 종교속에서 살고 있을 뿐이고 윤리의식이 강한 한국인인 나와는 매번 충돌을 했던 것 이었다.
- 인도에서 처음 당한 "헤나 인치 사기"
- 옆에서 묵묵히 또다른 헤나를 그리던 아저씨. 이 아저씨 역시 한패였지만 딸 앞에서는 어쩔줄 몰라하는 평범한 딸바보 가장이었던 것이다.
- 뉴델리 기차역의 인파
- 올드델리 가는길의 쓰레기더미와 먹잇감을 찾는 매들.
- 삶과 생존의 치열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고즈넉함이 느껴지는 델리
2. 바라나시 - 경계의 모호함을 느끼게 하는 도시
많은 사람들이 인도! 하면 갠지스강이 흐르는 바라나시를 떠올리곤 한다. 나 또한 이 도시에 대한 환상이 가득했었다. 인도의 색체가 가장 많이 묻어나는 도시일거라 생각했지만 인도여행을 마칠 때 즈음 들었던 생각은 “도대체 뭐가 인도지?” 였다. 인도는 그만큼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고 넓은 곳이었다.
인도인들의 평생 소원은 죽어서 바라나시에서 화장되는 것이다. 사망 후 24시간 내에 이곳에서 화장을 하면 윤회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강가에서는 해가 지기 전까지 계속 시체가 장작더미에서 타고 있다. 바라나시 특유의 메케한 공기는 하루종일 시체를 화장하는 것이 한 몫 하는 것 같다. 잘사는 인도인들은 시체를 천에 겹겹이 싸매어 그들의 화장할 순번을 기다리지만 가난한 망자는 맨몸을 드러낸 채 바닥에 누워 그의 차례를 기다린다. 강가에서 시체를 태우고 바로 그 옆에서는 누군가 강물에 몸을 담그고 목욕을 하고, 그 옆에서는 빨래를 하고, 그 옆에서는 노상방뇨를 한다. 또 그 옆에서는 집에서 성수로 쓰기위해 강물을 퍼가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갠지스강에는 버려진 시체들이 많다. 임신중에 죽은 여자, 미망인, 어린아이, 뱀에 물려 죽은 사람 및 동물은 그냥 돌을 묶어 강에 던진다. 화장터에 앉아 흐르는 갠지스강과 함께 사람이 한줌의 재가 되는 것을 보고 또 보았지만 막상 살아 숨쉬고 있는 나는 이것이 실감으로 다가오지 않았고 어떠한 느낌도 없이 숙소로 되돌아 와야 했다. 누군가는 인생의 무상함을 느꼈고, 누군가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지만 정말이지 나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나는 살아있고, 그들은 생명이 없는 한낱 원소덩어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과 나의 경계가 모호함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바로 바라나시였다.
바라나시에는 내가 참 싫어하는 것들이 가득하다. 사기꾼, 바가지, 거짓말, 똥, 노상방뇨, 쓰레기, 매연, 먼지, 오수 등등. 그러나 나는 어느덧 그런 것들에 빠르게 적응했고, 오히려 이것들과 함께 하는 재미도 알아갔다. 가령 골목이 똥으로 가득 차 있다면 이리저리 까치발을 들고 똥을 피하며 어느새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 말이다. 결국 바라나시에서 나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경계도 모호해짐을 느꼈다.
- 이른 아침의 갠지스강
- 이른 아침부터 많은 인파가 붐비는 메인가트
- 어떨때는 베니스 못지 않게 아름다운 바라나시
- 목욕하는 인도인들
- 목욕을 즐기는 소떼들
- 어린 수도승들
- 가트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바라나시에서는 일하는 어린아이들이 많이 보인다. 아이들이 돈을 달라고 할때 나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어느 인도인의 충고대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결코 돈을 주어서는 안된다며 마음을 먹는다. 그러나 수없이 그런 아이들을 지나치고 나면 냉정한 나를 탓하게 된다. 또한 딱히 방법이 없어보여 답답해 진다.
-바라보기-
1. 함피 – 오토바이 여행을 하다
다시 가고 싶은 인도의 도시를 묻는다면 나는 가장 먼저 함피를 꼽으리라. 이색적인 돌무더기산을 구경하며 광활한 바나나 밭 사이를 오토바이로 달리던 생각을 하면 너무나 그리워 안달이 나는 도시이다.
- 함피는 비교적 도로가 잘 되어있어 자전거나 오토바이 여행이 그나마 적합한 곳이었다. 하루 오토바이 렌트비가 단돈 100루피(2000원)밖에 안하니 천국이 따로 없다. 다만 인도에서 사고가 나면 큰일이니 안전 운행해야 된다는 것!
- 광활하게 펼져진 바나나 나무 밭
- 수확된 바나나들
- 사탕수수의 맛이 궁금해 밭 주변을 기웃기웃 거리다 결국 하나 얻어 먹었다. 손수 껍질을 제거해주는 인도인. 설탕맛이 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가고 더운 날씨에 갈증이 확 해소되는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가진 사탕수수였다.
- 코끼리 사육장이라고 한다. 함피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둘러보다 보면 이곳저곳 문화재가 산재해있다.
- 마을 입구에 있는 사원. 헤마쿤다힐에서 바라본 모습.
- 야자수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오토바이를 타고 달렸다.
2. 자이살메르 - 낙타와 함께한 1박2일
여행자들이 자이살메르를 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사막에서의 낙타 사파리 때문이다. 나역시 낙타와 함께 사막을 누비고 싶어 델리에서 무려 19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이곳에 도착했다. 그러나 낙타사파리는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못했다. 척박한 사막의 경치를 즐기는 것을 뒤로 할만큼 찌는 듯한 더위와 계속되는 엉덩이의 통증에 무척 괴로웠던 여정이었다. 하지만 저녁에 사막 한가운데 몸을 누이고 밤하늘의 아름다운 은하수를 보면서 사파리를 하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낙타사파리의 관문인 자이살메르 마을을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묘미였으니 먼걸음 한 것이 아깝지 않았다.
- 자이살메르의 거리
- 자이살메 성안의 모습
- 자이살메르 성안의 모습
- 자이살메르의 상인
- 낙타와 함께한 1박 2일
- 더위에 지쳐가는 낙타와 나
- 낙타 사파리의 하이라이트, 모래 언덕
- 낙타사파리의 하이라이트, 모래언덕
- 끝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