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 이빨 뽑았단 이야기는 아닙니다.
늘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하던 일을 이번에 시원하게 해결했다는 거지요.
10년 전쯤 난생 처음 아파트를 하나 장만했습니다.
그런데 집을 구하면서 꼼꼼히 살펴 보지 않은 탓이겠지만
이사를 하고 나니 화장실 욕조에 물이 잘 안빠지더군요.
욕조 하수구에 있어야 할 거름망도 없더군요.
뭔가 단단히 막혀 있는 모양입니다.
막힌 곳을 뚫어준다는 액체도 몇 통 사다 부었지만 소용없더군요.
그래서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년 전인가 샤워기 뭉치만 빼내고
샤워기에 달린 수도 파이프를 가능한한 깊이 집어 넣어
세게 물을 틀어보다가 그만 샤워기 밑부분에 있던
받침이 파이프를 따라 하수구로 순식간에 빠져 버려습니다.
세게 잡아 다녀봤지만 덮개가 거꾸로 어딘가에 걸리면서
파이프가 빠져 나오지를 않더군요.
너무 세게 잡아당기면 배관이 터져 겉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될까봐
결국 수리업자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하시는 말씀이 이건 아래층 욕실 천장을 열어야만 해결할 수 있다더군요.
그래서 내려가 초인종을 눌러보았지만 아무도 안계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포기하고 그대로 내버려둔 지가 2년이 넘었습니다.
남의 집 욕실 천장을 열고 공사를 한다는 게 소심한 내 성격에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그런데 며칠전 퇴근하여 집으로 들어서는데
아래층에서 공사를 하는 거였습니다.
"아! 이제 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사를 가시고 새주인이 공사를 하나 했더니
그건 아니고 사시는 분이 거실과 주방, 욕조를 대대적으로 수리하신다더군요.
결국 수리업자분에게 사정해서 욕실 천장을 뜯은 후 봐주시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어제 그 분이 올라오셨더군요.
손바닥에 파란 플라스틱 구슬처럼 생긴 것 두 개를 보여주시면서 기억나냐고 묻더군요.
처음 보는 물건이었습니다.
알고보니 그건 여자 아이들 머리를 묶는데 쓰는 건데
아마 먼저 사시던 분 아이들이 욕조에서 가지고 놀다가 하수구로 빠뜨려서
그래서 물이 잘 내려가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두 개를 연결하는 고무줄은 그동안 왕창 쏟아 분 ~펑 제품 탓인지 오랜 세월 탓인지 녹아 없어져 버린 것 같았습니다.
결국 내가 실수로 집어넣은 파이프는 우리 집 하수구에서 밑으로 밀어넣자 아랫층 천장에서 무사히 잡아 뺄 수 있었습니다.
늘 하수구에 꽂혀있던 파이프가 사라지자 정말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마음까지 시원해졌습니다.
물도 잘 빠지더군요.
막힌 곳이 뚫리면 이렇게 좋은 것을...
순간적이나마 정말 행복했습니다.
집 앞 교회에 커다랗게 걸려있던 프랭카드에
정의가 하수처럼 흐르리라는 말 뜻을 그제야 알 거 같더군요.
그런데 정말 그 하수가 하수구 할 때 쓰는 하수가 많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