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으니 마라톤 대회도 정기산행 없다. 대안으로 일주일에 한 번쯤 경기 둘레길을 달리고 있다. 이번 구간은 오이도 빨간 등대까지로 정했다. 차례대로라면 운천에서 상판리 길이지만 2월 1일부터 임도길이 봄철 산불로 통제되었다. 당분간 순방향이 아닌 역방향을 달려야 할 것 같다.
출발지는 지난번에는 전호대교를 건너 김포 컨테이너 터미널까지 달려왔으나 그곳은 교통편이 여의치 않다. 그럴 바엔 아예 집에서 달려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지하철 시간을 맞출 필요도 없이 7시에 가양대교를 출발하면서 출발 버튼을 눌렀다.
아직은 아침 기온이 차갑다. 한강이 아침은 영하 7도다. 방화대교를 지나고 행주대교로 올라 아라뱃길로 접어들었다. 시원하게 쭉 뻗은 길은 밤새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두툼한 장갑도 손끝이 시려 온다. 확실히 강가는 기온이 낮다. 아라뱃길은 자전거 도로로 직선 길이 조금은 지루하다. 굴포천 진입로를 몰라 계양으로 가다가 휀스를 넘어 내려와서 길을 찾았다. 이 지역이 경기도가 아니라 그런지 경기 둘레길 표지판이나 리본 하나 없다. 굴포천 초입도 인천 계양구다. 오직 Gps를 보면서 달려야 하는 구간이다.
굴포천은 수질정화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하천이다. 아침 연무가 진하여 10m 앞도 분간이 되지 않는다. 굴포천에는 오리와 왜가리가 먹이 사냥을 하고 있다. 굴포천은 '부천 100리 수변길'이기도 하다. 굴포천을 경계로 계양구와 부천시가 자리하고 있다. 도두2교에서 굴포천을 빠져나와 오정대공원으로 가는 길을 반대방향으로 1km쯤 달렸나 보다. 간판이 부천이 아닌 계양이다. 뭔가 이상해 Gps를 확인하니 반대방향으로 달렸다. Gps는 항상 위가 북쪽이다. 그걸 착각했다.
봉오대로 양쪽은 자전거와 보행자 도로가 있어 부천에서는 달리기를 해도 좋은 길이다. 길이가 좀 짧은 게 아쉽지만 서울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우측에 56코스 스탬프함이 자리하고 있다. 알바까지 했더니 20km가 넘는다. 자전거 바퀴를 본뜬 큰 조형물이 있다. 부천 자전거 문화센터가 여기에 있다.
55코스 길을 달린다. 보도 여행자는 걸으면서 Gps를 볼 수 있지만 달리면서 Gps를 보기는 힘든다. 산길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도심 주택가는 자주자주 확인해야 한다. 경기 둘레길은 절대로 안내표시가 친절하지 않다. 자칫하면 알바로 이어진다. 고강동 선사유적지 공원을 가는 길은 왜 그리 돌고 도는 코스로 만들었는지 부천 주택가를 뱅글뱅글 돈다. 어느 재래시장에서 뱃속이 헛헛해 동지팥죽을 한 그릇 뚝딱하고 선사유적지 공원으로 향했다. 달리면 2시간만 지나면 시장기를 느낀다. 체력소모가 그만큼 크다.
1996년 여름 홍수 때 마을 뒷산 등산로에서 흙이 씻겨 내려 오면서 석기시대 유물이 발굴되면서 고강동 선사유적지로 유명해진 곳이다. 지양산으로 가는 길에 경인고속도로 위를 지나는 고리울 구름다리는 경인고속도로 단절된 선사유적공원과 성곡 자연공원을 이어주는 2009년에 개통된 다리다.
부천은 서울 양천구, 구로구와 접하는 경계에는 양천 둘레길, 구로 올레길과 같이 걷는 길로 안내표시가 복잡하다. 작은 봉우리에 올라설 때마다 가야 하는 길을 확인해야 한다. 이런 곳엔 둘레길 안내표시가 꼭 필요한 곳이다. 국기봉에서 원미산 가는 길은 매점 아저씨가 가르쳐 줬다. 내가 생각하는 길과 가야 할 길이 늘 일치하는 게 아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내가 맞다고 주장하는 일들이 과연 반드시 맞는 걸까?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한 번쯤 Gps를 확인하듯 상대방 의견도 경청하는 여유는 있어야겠다.
원미산 가는 길은 산을 완전히 내려가서 대로를 지하로 건너서 다시 올라간다. 167m의 낮은 산이지만 이런 산을 자주 만나면 체력 소모가 크다. 요즘 근교산은 온통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미산은 100만여 평의 진달래 밭에 3만여 그루의 진달래가 봄에면 온산을 붉게 물들여 진달래 산으로 즐겨 찾는다. 급한 내리막 길을 달려 내려오면 소사역으로 54코스 시점이다.
소사는 예로부터 복숭아로 유명해 '복사꽃 만발하던 소사 복숭아꽃 꽃피는 봄이 오면 온통 경인선 기찻길 따라 무릉도원 만발하던 복사꽃.'이라 노래했던 7~80년대였지만 개발의 붐에 편승해 중동지구 아파트촌으로 변신한 소사다.
달리면 배고프면 먹고 식당이 있으면 먼저 먹어두야 달린다. 성주산으로 오르기 전에 든든히 순대국밥을 먹고 올랐다. 초입에 서울 신학대학을 거쳐 오르는 길이지만 코로나로 교내 출입을 통제한다. 주택가로 돌아가니 정지용 시인 거리가 있다. 향수란 시와 그의 시 몇 편이 벽화로 장식되어 있다. 그는 옥천이 고향인데 여기 있는 이유는 알 수가 없다.
부천을 지나 시흥으로 넘어간다. 시흥 대아역을 거쳐서 가는 은계 호수는 수도권 순환도로와 아파트촌 사이에 끼여 볼품없는 호수가 되었다. 개발이 다 좋은 건 아니다. 자연은 그대로 두는 게 가장 자연을 사랑하는 것이다. 30층이나 되는 고층 아파트가 쭉쭉 뻗어 마천루를 이룬다. 창현천 상류로 소래포구로 나가는 수로를 따라 달린다. 중간에 공사구간이라 길이 끊겼다. 길이 없으면 돌아가야 한다. 주변은 논으로 이루어져 있다. 논 끝에는 아파트 촌이다. 얼마 전에는 그곳도 논이었을 것이다.
54코스 시점은 관곡지 100m 앞에 있다. 관곡지는 조선 초기 강희맹 선생이 중국 남경에서 연꽃 씨앗을 들어와 이곳 관곡지에 처음으로 심었다. 연꽃 시배지로 서울 인근의 연꽃 유명지로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바닷물이 올라오는 창현천을 따라 소래로 가는 길에는 시흥 갯골 생태공원을 지난다.
시흥 호조벌은 승정원 일기에 따르면 1721년 경종때 재정 충당과 백성을 규휼하기 위해 150만평의 간척사업을 시행하였다. 지금도 힘든 대규모 토목사업을 300여년 전에 공사를 끝냈다 하니 당시 기술력과 조상님의 노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당시 호조에서 시행 하였다 하여 지금도 호조벌이라 부른다. 2005년 부터 호조벌 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이와 같은 연원을 가진 호조벌의 아름다움을 지역민과 함께 나누며 호조벌의 가치를 높이고 시흥시 마을 사람들 간의 공동체 정신과 문화를 함양하는 계기를 삼고자 열리는 축제다.
생태공원에는 소래하면 유명한 염전이 있던 곳이다. 일제강점기 소금 수탈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당시 소금창고가 있고 염전도 있다. 갯벌의 갈대는 넓이를 가늠할 수 없다. 인근 송도나 시흥 쪽에서는 즐겨 찾는 휴식공원이다. 생태공원을 한 바퀴 도는 흙길이 있어 인근 달림이들의 일요 훈련코스로도 이용하고 있다. 벚꽃 피는 봄이 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은계호수 이후로는 길이 평탄해 제법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런 길은 달려도 피로도가 덜하다. 오늘 신발을 산길용이 아닌 런닝화를 신었다. 산길보다 포장길이 많아 준비했는데 잘 선택한 것 같다. 트레일 러닝화는 아스팔트에서는 충격이 심하게 온다.
갯벌 수로를 따라 가면 소래 포구로 나간다. 수인선 협궤열차가 다니던 철로를 역사의 현장으로 조금 남겨 두었다. 송도 신시가지 아파트가 하늘을 찌른다. 월곶포구로 나오면 서해랑길과 만난다. 월곶대교를 지나면 배곧이다. 송도를 마주 보면서 마천루다. 갯벌을 따라 공원이 잘 조성되었다. 자전거길, 쉼터, 피크닉장 등이 계획적으로 잘 꾸며진 곳이다. 달리기에는 자전거 길이 좋다. 가끔은 흙길도 있어 달려도 좋다. 송도로 건너가는 다리 이름도 '해넘이다리'다. 서해로 지는 붉은 낙조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서해랑길 93코스 안내표지와 경기 둘레길 리본, 월곶 포구 탑
배곧공원의 캐익 하우스, 거리 피아노, 해넘이다리
53코스 시점은 배곧 한울공원 수영장 옆에 있다. 그 사이에 구름 사이로 해가 지고 오이도의 불빛이 번쩍거리다. 자전거길을 따라 달리면 생명의 나무 전망대다. 오이도는 밤이 더 화려한 횟집과 음식점, 노래방이 많은 젊은이의 거리다. 지금은 코로나로 가게 안은 한산 하다. 앞에 보이는 등대가 오이도 빨간 등대다. 오늘은 여기 까지다. ReLive에서 70.2km가 찍힌다.
첫댓글 추우신데 고생하셨습니다,눈으로 옛 기억도 더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소금 창고는 소설에도 나와 마음이 와 닿습니다,먼 길 안내해줘 감사합니다
미리 다녀 오셨나 봅니다. 갯길은 바다와 들을 달리는 길이라 산길 보다는 좀 편한것 같습니다. 숨은 볼거리 찾는 재미도 솔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