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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 촛불집회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가 ‘준법’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는 점을 우리는 기억한다. 물론 이 말은 자신도 법을 지키겠다는 말을 동시에 포함한다고 보는 것이, 내가 가진 상식이다. 최근 4대강 정비사업이라고 불리는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의 편법 추진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많다. 상식 차원에서 이 사업을 대운하 기반조성 사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기는 한데, 어쨌든 자기들은 아니라고 악착같이 우기니까, 더는 대화가 곤란한 지경이기는 하다.
게다가 요즘은 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들어가는 14조원을 두고 일부 경제 부처나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사업을 조기에 추진하기 때문에 “이게 바로 경제 살리기”라고 하는 것 같고, 이 4대강 정비사업 덕분에 2009년 상반기까지만 고생하면 하반기부터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거의 엽기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하여간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편법과 불법 혹은 미필적 고의에 가까운 속임수가 전개된 것인지, 그야말로 불법과 편법 종합세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이를 좀 살펴보자.
국민은 14조원이라는 돈이 4대강 정비사업에 투입된다고 알고 있지만, 최초 발표에는 사업기간이 없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이 돈을 쓴다는 말인가? 나중에 발표된 2009년 하천 정비사업의 수정 예산안은 1조6750억원이었고, 이는 2008년 예산에 비해서 4800억원이 증액된 것이다. 물론 4800억원이 작은 규모는 아니지만, 14조원이라는 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해서 정해진 것이 아니다. 즉 대대적인 SOC 사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4대강 정비사업으로 2009년도에 신규 투입되는 돈은 이 4800억원이 전부이다. 이걸로 대대적인 뉴딜 사업을 벌이겠다고? 실제 사업은 2009년에 준비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2010년 혹은 그 이후에나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므로 이를 ‘경제 살리기’라고 해서는 안 된다.
예산 편성은 미필적 고의에 가까운 속임수
그렇다면 이 돈이 투입될 총 사업기간은? 기간별 분할은 없이 2011년까지 쓰겠다고 한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전부이다. 그럼 경제는 무슨 돈으로 살려? 4대강 정비계획은 기본적으로는 경제 살리기 혹은 한국형 뉴딜이든 녹색 뉴딜이든, 그런 것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2010년 지자체 선거를 위한 선심성 공약이라는 점이 예산 논리로 본 본질이다.
이미 껍데기만 있는 기공식에 참석한 총리나 이제 1차 연도 예산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한시름 놓고 있는 대통령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에는 국가재정법이라는 법이 있고, 여기에는 예비타당성이라는 행정절차가 규정되어 있다. 500억원 이상의 사업 중 국가의 재정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은 이른바 ‘예타’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평가를 하도록 되어 있다.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시행령에는 노무현 시절, ‘공공청사의 신·증축 사업’을 예외로 해놓았지만, 대운하와 4대강 정비는 아니다. 이 법을 빠져나갈 길이 있을까? 없어 보이고, 이미 국가재정법상, 이 사업은 삽질 하나라도 들어가서 정부 예산이 집행되는 순간, 불법 사업이 된다. 귀찮나? 하지만 대통령 그리고 총리도 대통령령은 지켜야 한다.
또한 현재 가장 많은 돈이 투입될 예정인 낙동강 사업은 미안하지만, 지금 정부 절차가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하천 정비사업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가장 상위의 계획인 ‘낙동강 유역종합치수계획’이라는 것이 수립되어 있어야 한다. 정부 절차상, 이 가장 상위의 계획을 세워야 계획 홍수량 산정이 가능하고, 그 기반 아래서 다음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2007년 7월 감사원은 기존 계획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통보했고, 원래 계획은 취소되었다. 즉, 지금 낙동강 지역에는 아직 유역종합치수계획이라는 것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새로운 계획은 2008년 10월부터 재수립이 시작되었는데, 이것도 아주 빨라야 2009년 혹은 2010년에나 완성될 일이고, 또 감사원 감사에 의해서 새로운 계획수량이 등장했을 때도 지금과 같은 사업을 할 수 있을지는 그 후에 평가할 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기공식부터 먼저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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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낙동강 사업은 30일짜리 약식으로 진행되는 사전 환경성 평가도 끝나기 전에 기공식부터 했다. 위는 이 자리에 참석한 한승수 총리. | 기공식 후에 도면 작성하는 법도 있나
말 바꾸기와 기존의 계획 뒤집기 역시 다른 사업의 경우라면 문제가 되었을 텐데, 대통령과 총리가 맨 앞에 서서 추진하는 일이라서 역시 법은 있으나마나 한 상황과 비슷해졌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꼭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환경영향평가를 편법으로 피해나가는 방식이 일국의 대통령이 하기에는 너무 ‘쫀쫀한 방식’이라는 점이다.
새만금방조제 사업도 1조원 조금 넘는 예산이었는데, 14조원이나 호기 있게 불렀다면 그에 맞게 대범하게 사업을 추진해야 할 듯싶은데, 이제 동원될 편법은 너무 쫀쫀해서 차마 토설하기가 민망할 지경이다.
환경영향평가라는 것을 대통령이 왜 무서워하는가 하면, 이게 전혀 환경친화적이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업인 데다가, 여기에는 ‘4계절 평가’라는 무시무시한 것이 숨어 있다. 봄과 가을은 유사하다고 잡더라도 최소한 보고서 작성에만 아홉 달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추진 당사자 측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환경영향평가를 피해 가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낙동강 사업은 30일짜리 약식으로 진행되는 사전 환경성 평가도 끝나기 전에 기공식부터 하는 좀 황당한 일을 벌였고, 민망하게 총리까지도 이 자리에 참석하고 말았다. 현재의 환경영향평가 기준으로는 10㎞ 이하 그리고 토사 준설량이 50만㎥ 이하인 경우에는 면제해주고 있다. 14조원짜리 사업을 이렇게 구간구간 토막토막 내서, 이른바 ‘50만㎥ 이하’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것 같은데, 단군 이래 이런 ‘쫀쫀한’ 대역사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원래 사업이 추진되려면 기본 계획이 수립되고, 실시 도면과 함께 종합적인 검토가 동시에 진행된다. 그러나 개인이 하는 아파트 내벽 공사도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4대강 정비사업보다는 체계적이다. 기공식은 이미 했고, 예산도 다 발표했는데, 정작 사업에 대한 연구용역은 올해 나간다. 건설기술연구원의 20억원짜리 연구용역으로 올해 들어서야 전체 계획을 세운다. 구멍가게 아저씨도 가게 관리를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이미 정비되어 공사할 물량도 없다
영산강은 광주 구간을 비롯해서 이미 준설이 완료되어 준설할 게 없다. 낙동강은 이미 상당히 수질이 개선되어, 공단 등 지천 관리로 넘어가야 할 시점이다. 게다가 2006년까지 이미 9조원의 예산으로 제방이 97.5%가 정비되었는데, 무슨 공사를 또 할 것이냐? 아무리 ‘현대건설식’이라고 하더라도, 더는 공사할 물량이 남아 있지 않다. 이 상태로는 내년도 예산이 국회는 물론이고, 기획재정부를 통과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그때까지 강만수 장관이 자리를 지키더라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