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통령 선거를 보면서 참 가슴 아팠습니다. 후보자마다 자신의 장점을 말하기 위해 경쟁자의 단점을 부각시키는 데 혈안이 되었지요.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되기 위해 남을 그렇게 헐뜯어야 한다는 것이 참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단점을 말하는 것을 삼가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장점도 말하지 말라는 가르침은 별로 없지요. 그런데 수행자는 장점도 말하는 것도 조심해야 하나 봅니다. 사명대사는 허생이라는 이에게 남의 단점뿐만 아니라 장점도 얘기하지 말라고 합니다.
당나라 석도세(釋道世)가 지은 『법원주림(法苑珠林)』 권47 「징과편(懲過篇)」 〈인증부(引證部)〉에 “뜻을 막기를 성곽처럼 하고, 입을 지키기를 마개 닫힌 병처럼 하라(防意如城 守口如甁)”라는 말이 나옵니다. 사명대사께서 이 사자성어를 빌린 듯합니다.
송나라 부필(富弼)도 80세 되던 해에 자리의 병풍에 “수구여병 방의여성(守口如甁 防意如城)”이라고 써서 자신을 경계하였는데, 주희(朱熹)가 제자들에게 이 대목을 설명하면서 “수구여병은 아무렇게나 말하지 않는 것이요, 방의여성은 외적인 유혹을 두려워함이다(守口如甁 是言語不亂出 防意如城 是恐爲外所誘)”라고 하였고, 또 “수구여병은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이요, 방의여성은 바르지 못한 것이 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이다(守口如甁 不妄出也 防意如城 閑邪之入也)”라고 한 뒤 유가의 잠언(箴言)으로 전해 내려옵니다.(참고 『주자어류(朱子語類)』 권105 「경제잠(敬齋箴)」)
수행자는 남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단점뿐만 아니라 장점도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누군가의 장점을 말하기 위해 다른 이의 단점을 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선거 때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경쟁자의 단점을 거론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선거 때에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선거에 나서지 않는 사람으로서는 말조심하는 것이 마음이 안락해지는 길일 것입니다.
실로 의사소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오늘날 얼마나 말을 잘하느냐 어떻게 말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합니다. 부처님께서 강조해 마지않으신 ‘바른 언어생활’을 실천함으로써 모두모두 행복하십시오.